진화에 진화를 거듭한 '페르소나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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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에 진화를 거듭한 '페르소나 5'
  • 임병선 기자
  • 승인 2017.07.10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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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틀라스의 ‘페르소나’ 시리즈는 ‘진 여신전생’에서 파생된 시리즈이다. 처음에는 ‘여신전생’이라는 것이 타이틀 앞에 붙었지만, ‘페르소나 3’ 이후 페르소나 시리즈만의 개성을 지니고 신규 유저들을 끌어 모으는데 성공한다. 기본 콘셉트는 현대 일본을 배경으로 악마를 다룰 수 있는 학생들의 이야기지만, 페르소나 3부터 직관적인 던전 디자인, 난이도 하향, 일상생활 이야기 도입 등 한 편의 애니메이션을 즐기는 듯한 플레이를 연출했다.

‘페르소나 4’에 와서는 좀 더 밝아진 분위기와 함께 캐릭터 성도 강화돼 다양한 파생작이 출시됐다. 흥미로운 주제를 다룬 만큼 ‘페르소나 4 디 애니메이션’이라는 애니메이션과 ‘페르소나X탐정NAOTO’ 소설 등 다른 미디어까지 제작됐다. 여기에 후일담을 다룬 대전 격투 게임인 ‘페르소나 4 디 얼티밋 인 마요나카 아레나’와 ‘페르소나 4 디 얼티맥스 울트라 수플렉스 홀드’, 리듬 게임인 ‘페르소나 4 댄싱 올 나이트’가 있다.

약 8년이 지난 후인 2016년 9월, 정식 후속작인 ‘페르소나 5’가 등장했다. 국내에는 우여곡절 끝에 1년이 지난 2017년 6월에 출시됐는데 어떤 일이 있었으며, 어떤 점이 달라지고 새로 추가됐는지 살펴보자.

 

우여곡절 끝에 출시

전작인 페르소나 4는 2세대 전 게임기였던 PS2로 출시된 게임이다. 페르소나 팬들은 정식 후속작을 출시해주길 원했지만, PS3와 PS Vita로는 페르소나 4의 후일담을 다룬 작품만 나올 뿐이었다.

그나마 PS Vita로 출시된 리메이크판 ‘페르소나 4 더 골든’은 페르소나 4를 다시 상기시켜 주면서 팬들의 갈증을 조금이나마 풀어줬다. 후속작인 페르소나 5는 전세대인 PS3는 건너뛰고 출시했다. 일본에서는 PS3 버전과 PS4 버전을 함께 출시했지만, 국내에서는 PS4 버전만 출시했기 때문에 논외로 친다.

페르소나 5는 출시하기 전부터 일본 전범기(욱일기) 논란에 휩싸였다. 이에 대해 불매를 외치는 게이머도 적잖았기 때문에 역대 최다 판매량 기록을 세우고도 국내에 출시하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

SIEK도 이를 인지하고 내용 수정을 요청했으며, 중국판에 이어 한국판에서도 이러한 문제점이 수정됐다. 일본인 대부분이 역사 인식에 무지하다는 것도 있지만, 적어도 내수 판매만을 위한 게임이 아니라 외수 판매도 생각하고 있었다면 이러한 문제가 생겨서는 안 된다.

 

심도 있는 스토리

페르소나 3와 4에서 호평 받은 스토리 진행은 페르소나 5에서도 여전했다. 페르소나 5의 주인공은 3, 4편과 똑같이 일련의 사건으로 인해 연고지가 없는 곳으로 전학 오게 된 고등학생이다. 페르소나 3에서는 미지를 탐험하는 탐험대라는 느낌이었다면, 페르소나 4는 미지의 사건을 해결하는 탐정이었다. 이번 페르소나 5는 무언가를 훔치는 괴도가 콘셉트다.

게임 시작 후 괴도 활동을 하던 주인공이 경찰에 붙잡혀 심문을 받는 프롤로그가 나온 후 과거를 회상하는 식으로 스토리가 시작된다. 주인공은 억울하게 범죄자 취급을 받고 전에 다니던 학교에서 쫓겨나 연고지도 없는 도쿄의 ‘사립 슈우진학원 고등학교’로 전학 오게 된다.

이번 작의 주인공도 전작들처럼 ‘벨벳 룸’의 ‘이고르’에게 초대받아 악마의 힘을 다루는 페르소나 능력에 눈을 뜨게 된다. 또한, 다른 사람의 마음속으로 잠입하는 ‘이세계 내비게이션’을 얻고 세계 파멸을 막기 위해 갱생해야 하는 죄인으로 선택받는다.

주인공은 현실에서 부조리를 저지르는 악인의 마음에 잠입해 그들의 일그러진 욕망을 막고 욕망의 근원인 보물을 훔쳐내는 괴도로 활동한다. 이 과정에서 주인공은 자신과 마찬가지로 어른의 악행과 세상의 부조리로 고통을 겪은 친구들과 만나고 그들과 함께 마음의 괴도단을 결성한다.

 

강력해지는 인연의 힘

페르소나 5는 전작보다 일상생활 파트에서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 주변 사람들과 쌓을 수 있는 커뮤니티 요소가 이번에는 ‘협력자’(Co-operation)로 한층 더 강화됐기 때문이다.

전작에서는 커뮤니티 레벨이 오를수록 페르소나 합성에 보너스 경험치를 주는 수준이었지만, 이번에는 턴을 넘겨주는 ‘바톤터치’, 공격에 추가타를 넣는 ‘추격’, 약점이 없는 적을 쓰러뜨리는 ‘다운 샷’ 등 전투를 유리하게 풀어갈 수 있는 특수효과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커뮤니티 레벨을 올리기는 전작보다 훨씬 어려워졌다. 전작에서는 일정 횟수 이벤트를 보는 것만으로도 커뮤니티 레벨을 올릴 수 있었지만, 이번에는 주인공의 능력치 자체가 부족하면 시작조차 하지 못한다.

게다가 게임 속에서 제한된 시간 동안 능력치 상승, 던전 공략, 일상생활 등을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1회차에서 모든 요소를 얻기란 어렵다. 대신 정해진 루트가 있던 전작과 달리 각 커뮤니티 레벨에 따라 게임 진행 난이도가 달라지는 재미가 있다.

 

전략성 깊어진 전투

던전은 크게 고정된 형태인 팰리스 던전과 무작위 형태인 메멘토스 던전으로 나뉜다. 팰리스 던전은 메인 스토리 진행을 위한 던전이며, 메멘토스 던전은 캐릭터와 페르소나의 레벨업, 아이템 파밍을 위한 던전이다.

전투는 기존 페르소나 시리즈처럼 턴제 방식으로 진행된다. 캐릭터로는 물리 공격이나 아이템 사용을 하고 페르소나를 통해 마법 같은 속성 공격과 회복, 버프, 디버프, 강력한 물리 공격 등을 사용할 수 있다. 주인공은 여러 페르소나를 가지고 다니면서 전투 상황에 따라 교체할 수 있지만, 다른 파티원은 페르소나가 고정돼 있기 때문에 파티 조합도 신경 써야 한다.

선제공격이 이번에도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는데 맵 상에서 보이는 적에게 들키지 않고 전투에 돌입하면 선제공격을 할 수 있고 반대로 등 뒤에서 적의 공격을 받으면 적에게 선제공격을 받는다.

약점 공격도 전투에서 중요 요소다. 적에게 약점 공격을 가하면 적이 기절 상태가 되면서 1번 더 행동할 수 있다. 모든 적이 기절 상태가 되면 강력한 대미지를 가할 수 있는 총공격을 하거나 적을 심문해 아군으로 만들거나 아이템이나 돈을 뺏을 수 있다. 아군에게도 약점이 존재하기 때문에 기절하거나 인질이 되는 경우가 있어 전투 시에는 항상 신중을 기해야 한다.

전투는 노멀 난이도에서도 쉽지 않으며, 파티가 전멸하면 마지막으로 세이브한 곳으로 돌아가는 방식이라 짜증날 일이 없잖아 있다. 세이브 포인트가 많은 것도 아니며, 어느 순간 갑자기 전멸하는 일도 잦아 게임을 하는 도중 멘붕에 빠질 일도 더러 있을 것이다.

전투 UI는 전작보다 훨씬 직관적이고 편리해졌다. 모든 명령어를 여러 번 선택할 필요가 없고 버튼 하나로 바로 선택할 수 있어 빠른 전투가 가능하다. 하지만 맵 이동시 시점의 불편함이나 밸벳 룸의 UI는 상당히 불편한 편이다.

게임 볼륨은 상당한 편이다. 메인 스토리만 진행해도 약 70시간이 필요할 정도로 큰 볼륨을 자랑하며, 다양한 서브 스토리까지 모두 진행하려면 약 120시간이 소요된다.

반대로 말하자면 볼륨이 너무 커 빠르게 게임을 진행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게임이다. 초반 프롤로그 후 첫 번째 페리스 던전을 클리어하는데도 8시간 정도가 소요돼 템포가 상당히 느린 게임에 속한다.

페르소나 5는 긴 시간을 기다린 팬들의 갈증을 충분히 풀어준 게임이다. 심도 높아진 스토리와 새로운 개성을 뽐내는 캐릭터와 페르소나, 페르소나 시리즈 전통의 장점인 매력적인 BGM, 성우들의 열연, 퀄리티 높아진 애니메이션 영상 등 시리즈 20주년 기념작이라는 것이 아깝지 않을 작품이다. 그저 멋진 그래픽에만 의존하는 어떤 JRPG와 달리 자신만의 장점을 갈고닦은 페르소나 5는 JRPG가 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작품과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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