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고 싶은 기계인형 이야기 ‘니어: 오토마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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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고 싶은 기계인형 이야기 ‘니어: 오토마타’
  • 임병선 기자
  • 승인 2017.07.04 09: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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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세계에서 로봇은 그저 인간의 일을 돕는 존재에 불과하다. 하지만 스스로 학습하는 딥마인드 인공지능이 등장하고 한 가지 분야에서 경지에 다다른 고수를 손쉽게 이기는 모습을 보고 로봇에 대한 경외심과 두려움이 생겨나고 있다.

‘터미네이터’나 ‘아이 로봇’ 같은 미래를 다룬 SF 영화 등에서 로봇은 인간의 적으로 등장하곤 한다. 인간보다 강력한 힘을 지니고 고통도 모르는 존재이기 때문에 적대하는 로봇은 공포의 대상이다.

반면, ‘바이센테니얼 맨’에서는 오히려 인간보다 더 인간이고 싶은 로봇이 등장한다. 또 ‘에이 아이’에 등장하는 로봇은 인간만이 느끼는 감정의 영역까지 도달한다. 이번에 소개할 ‘니어: 오토마타’는 인간이고 싶은 기계인형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 게임이다.

 

전작이 필요 없는 후속작

니어: 오토마타는 스퀘어 에닉스의 ‘니어 레플리칸트’의 후속작이다. 그보다 더 앞선 스토리로는 ‘드래그 온 드라군’ 시리즈까지 이어진다. 하지만 니어: 오토마타는 이러한 전작을 즐겨보지 않았어도 즐길 수 있게 스토리가 별도로 분리됐다. 이는 전작인 니어 레플리칸트의 판매량이 처절하게 낮았기 때문이다.

니어 레플리칸트는 끝이 없는 암울한 스토리를 하고 있다. 드래그 온 드라군 시리즈와 니어 시리즈의 디렉터인 ‘요코오 타로’가 직접 시나리오와 설정을 작업하는데 그만큼 스토리 비중이 큰 편이다.

문제는 그가 쓴 시나리오가 하나같이 꿈도 희망도 없는 비극적이다. 그래도 막장인 이야기가 아닌 되돌아보면 나름대로의 여운이 남는 구성이다. 그나마 니어: 오토마타는 그가 여태껏 보여준 게임들 중 가장 덜 비극적인 내용이다.

 

아쉬운 액션 플레이

니어: 오토마타를 리뷰하기로 마음먹었던 것은 실질적인 개발을 ‘플래티넘 게임즈’가 했기 때문이다. 플래티넘 게임즈는 전직 캡콤 소속 개발자들이 모여 만든 회사로, 그들만의 개성을 보여주는 액션 게임을 다수 제작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메탈기어 라이징 리벤전스’와 ‘베요네타’ 시리즈가 있다. 액션 게임을 좋아한다면 절대 그냥 거를 수 없는 게임이었다.

니어: 오토마타의 근접 액션은 베요네타와 상당히 닮아있다. 베요네타 자체가 ‘데빌 메이 크라이’의 아버지인 카미야 히데키가 만든 만큼, 니어: 오토마타나 베요네타, 데빌 메이 크라이의 액션 연출 방식에 대한 큰 맥락의 틀은 같다.

다만, 니어: 오토마타는 베요네타나 데빌 메이 크라이처럼 액션성에 중점을 둔 게임이 아니다. 이 때문에 화려한 액션을 기대하고 샀다면 상당히 실망할 것이다. 니어: 오토마타의 전투 시스템은 지금까지 플래티넘 게임즈의 액션 게임들에 비해 많은 부분이 간소화됐다.

기술 개수가 별로 없어 다양한 콤보를 만들지 못할뿐더러 적들의 패턴이나 종류도 많지 않아 액션을 즐기는 재미는 점점 떨어진다. 더구나 후반에 등장하는 덩치 큰 적들에게는 근접 공격으로 공중에 띄울 수도 없어 멀리서 지루하게 원거리 공격이나 하게 된다.

근접 공격 의존도는 가면 갈수록 떨어지는 반면, 원거리 공격 의존도가 높아진다. 그러나 원거리 공격에 대한 제한도 없기 때문에 멀리서 적들의 공격을 적절히 회피하면서 총질만 하면 웬만한 적을 손쉽게 섬멸할 수 있어 게임 진행 자체를 지루하게 만든다.

슈팅 스테이지도 등장하는데 전의 탄막 패턴이 단순하고 탄막도 근접 공격으로 없앨 수 있기 때문에 특별한 것 없이 시간만 때우는 내용이다. 퍼즐 요소인 해킹 스테이지도 나오는데 슈팅 스테이지와 마찬가지로 있으나 마나 한 요소나 다름없다.

게임 난이도 조절도 아리송하다. 스토리를 즐기고 싶지만 복잡한 액션 플레이가 불가능한 사람을 위한 ‘이지’에서는 자동으로 공격과 회피를 해주는 ‘오토 모드’가 존재한다.

이런 부분은 상당히 호평받아 마땅하지만, ‘노멀’과 ‘하드’에서는 난이도 차이의 갭이 상당이 크다. 노멀은 기존 플래티넘 게임즈의 액션 게임을 즐겼던 사람이라면 지루할 정도로 쉽다. 그러나 하드는 한 방만 맞아도 게임 오버가 되는 상황이 비일비재해 1회차에서 즐기기엔 버겁다.

 

조금 더 좋았으면 하는 편의성

니어: 오토마타는 오픈 월드 방식에서 퀘스트를 받아 해결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문제는 월드맵과 미니맵이 게임을 진행하면서 큰 도움을 주지 않을 정도로 불편하다는 것이다. 요즘 게임인 것이 맞는지 황당할 정도이며, 목적지를 찍으면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조차 알려주지 않는다.

오픈 월드임에도 좁은 맵은 상당히 아쉽다. 심지어 이미 갔던 곳을 또 가서 진행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나중에는 맵을 탐험하는 재미도 없다. 넓은 맵을 활용해 다양한 볼거리를 선사하는 다른 게임들과 달리 니어: 오토마타는 이런 부분이 부족해 오픈 월드 채용의 의미가 없다.

퀘스트는 대부분 해당 지역으로 이동해 적들을 섬멸하는 방식인데 액션 게임이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다. 하지만, 임무를 수행하고 보상을 받는 동선조차도 유저의 편의성을 고려하지 않았다.

액션 조작은 상당히 쉬운 편이다. 약 공격과 강 공격, 차지 공격, 포트를 이용한 원거리 공격, 회피, 저스트 회피 후 카운터 공격 등 파생 액션도 다양하면서 방법이 간단하다. 다만, 다양한 조작에 대한 튜토리얼이 전무하다.

두 가지 무기 장착하면 두 무기를 함께 사용하는 특수 공격이 있으며, 대시 공격과 차지 공격, 저스트 회피 후 카운터 액션 등 다양한 액션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를 알려주는 부분은 게임 상에서 없다. 따라서 이 같은 액션 게임을 자주 접해봐서 혼자서 알아냈거나 다른 사람에게 정보를 얻는 것 말고는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RPG 요소도 상당히 부족하다. 숨겨진 아이템을 찾는 파밍 요소는 있지만, 크게 중요하지 않고 좋은 아이템은 따로 있기 때문에 육성에 대한 다양성이 없다. 또 무기를 바꾼다고 해도 전투 방식이 크게 변하는 것도 아니다.

최적화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PC판은 권장 사양으로 플레이해도 60프레임으로 즐기는 것이 버겁다. 이를 위한 유저 모드 패치가 있기 때문에 꼭 하는 것을 권장한다. PS4 버전도 최적화가 잘 된 편은 아니다. 그나마 성능이 좋은 PS4 PRO 정도나 1080P 해상도에 60프레임으로 즐길 수 있다. 그렇다고 니어: 오토마타가 특출나게 그래픽이 좋은 게임인 것도 아니다.

 

호불호 갈리는 게임

앞서 언급한 부분은 대체로 부정적인 내용이 많았다. 그럼에도 기자의 경우에는 니어: 오토마타를 꼭 해볼 것을 추천한다. 물론 호불호가 크게 갈리지만, 액션성에 실망했다고 해서 이 게임의 장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화려하고 복잡한 액션을 즐기는 입장에서 아쉬운 것이지, 니어: 오토마타의 액션은 좀 더 캐주얼한 조작에 중점을 두고 있다. 간단한 조작만으로도 여타 오픈 월드의 현실적인 모션과 액션과 달리 좀 더 과장되고 화려한 액션을 즐길 수 있다.

불편한 시스템에 전투가 아쉬운 부분을 스토리와 BGM이 보완한다. 니어: 오토마타는 다른 게임과 달리 적막하고 암울한 분위기인데 이런 외로운 느낌을 충분히 잘 표현했다. 또한, 등장 캐릭터들이 가진 개성과 매력도 독특한 분위기 형성에 한몫한다.

복장은 게임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게 화려하지만, 그들이 보여주는 이야기는 뛰어난 몰입감을 자랑한다. 물론,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충격적인 결말에 다다르는데 여기서는 언급하지 않겠다.

니어: 오토마타는 전체적인 완성도는 아쉬운 게임이지만, 꼭 한 번쯤은 플레이해볼 만한 게임임이 틀림없다. 특히 액션 조작에 있어서는 허들이 낮은 만큼 누구나 쉽게 플레이할 수 있기 때문에 니어: 오토마타의 독특한 스토리를 즐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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