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와 로봇의 우정은 영원하다 ‘슈퍼로봇대전 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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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와 로봇의 우정은 영원하다 ‘슈퍼로봇대전 V’
  • 임병선 기자
  • 승인 2017.05.02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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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슈퍼로봇대전’이라는 게임을 처음 접했던 것은 지금으로부터 20년도 전인 1995년이었다. 초등학생도 아닌 국민학생 당시 게임보이를 가지고 있던 시절, 게임 판매점에서 건담과 마징가가 표지에 그려져 있다는 이유만으로 덥석 집었던 ‘제2차 슈퍼로봇대전 G’가 게임 인생을 바꿀 줄 누가 알았겠는가?

무슨 글씨인지도 모르면서 그저 로봇이 움직이는 것에 기뻐하고 환호했다. 그런 로봇들이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파일럿이 목소리를 내기 까지는 그리 긴 시간이 지나지 않았다. 국내에 정식 발매된 적도 있었지만, 한글화가 여러 번 무산되면서 아쉬움이 커질 때도 있었다.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흘러 어느덧 시리즈 탄생 25주년이 됐다. 25주년이었던 2016년에는 시리즈 최초의 한글화인 ‘슈퍼로봇대전 OG 문 드웰러즈’가 나오기에 이른다. 그리고 마침내 2017년 2월, 드디어 건담과 마징가가 나오는 판권작에도 한글화가 적용됐다. 완성도는 둘째 치고 여기까지 오는데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시리즈 팬들에게는 최고의 작품이 아닐까 한다.

 

판권작 첫 한글화

‘슈퍼로봇대전 V’는 판권작 최초의 한글화 작품이다. 지난해 출시된 슈퍼로봇대전 OG 문 드웰러즈도 한글화였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익숙한 건담과 마징가가 나오지 않는 작품인 만큼 기존 시리즈 팬이 아니라면 어필하기에 어려웠다.

슈퍼로봇대전은 다양한 작품이 어우러져 이야기를 진행하는 만큼, 작품마다의 세계관과 캐릭터의 컬래버레이션이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그러나 그동안 나왔던 작품들은 정식 발매조차 되지 않거나 정식 발매가 된다고 하더라도 일본어로 출시된 만큼 캐릭터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이러다 보니 그저 연출 구경만 하는 게임 수준이었으며, 스토리에 대한 이야기는 일본어를 잘 아는 사람들만의 전유물이었다. 하지만 한글화가 되면서 이러한 스토리 컬래버레이션 부분이 일본어를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어필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또한, 판권작은 원작 작품에 대한 저작권료가 있고 해외에는 해당 작품에 대한 저작권이 별도로 있는 문제가 있어 슈퍼로봇대전 시리즈는 철저하게 일본 내수 위주로만 제작됐다. 특히 ‘마크로스’가 참전할 경우, 마크로스의 해외 저작권이 복잡하게 꼬여있어 해외 출시는 꿈도 꾸지 못한다.

이러한 문제 때문인지 이번 슈퍼로봇대전 V는 일본 내에서 인기가 많은 마크로스를 참전작에서 제외하면서까지 글로벌 출시를 감행했다. 이러한 결정은 슈퍼로봇대전의 글로벌 진출로 인지도 향상은 물론, 일본 내에서 떨어진 판매량을 메꾸려는 전략이 숨어있다.

 

소년 시절로 돌아가다

최근 슈퍼로봇대전을 하다 보면 필살기 연출을 원작 애니메이션과 흡사하게 하는 경향이 크다. 일각에서는 게임 만에서만 볼 수 있는 연출이 아니라 별로라는 의견도 있지만, 원작 애니메이션같이 연출해 과거 향수를 불러일으키려는 부분은 상당히 마음에 든다. 원작 애니메이션의 팬이라면 추억을 회상하겠고 원작을 모르는 사람이라도 원작에 대한 궁금증은 물론, 단순히 로봇이 움직인다는 것에 환호할 수 있다.

이번 슈퍼로봇대전 V는 1977년 방영된 ‘무적초인 점보트 3’부터 2014년 방영된 ‘크로스 양쥬 천사와 용의 윤무’에 이르기까지 작품 간 약 37년의 세대 격차가 존재한다.

이러한 격차를 뛰어 넘을 수 있는 이유는 어떤 로봇이 등장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멋진 연출과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내면서 공감대를 형성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슈퍼로봇대전을 즐길 때만큼은 누구나 어릴 적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

 

기본에 충실한 초보자 배려

슈퍼로봇대전 V는 기존 시리즈의 플레이 방식을 기본으로 초보자에 배려한 시스템이다. 먼저 플레이 방식은 크게 다르지 않다. 각 화마다 출격할 로봇을 정하고 위치를 배정하면 ‘승리조건’과 ‘패배조건’, ‘SR포인트 획득 조건’을 알려주고 스테이지가 시작된다.

SR포인트는 슈퍼로봇대전 시리즈 전통으로, 해당 스테이지마다 승리조건보다 어려운 조건을 내걸고 이를 만족하면 부가 보상을 준다. 과거에는 자금과 PP(파일럿 포인트)를 줬지만, 이번작에는 PP가 없기 때문에 추가 자금만 준다. 또한, SR포인트는 진 엔딩을 보기 위한 조건이기도 하며, 일정 수치가 넘으면 게임 난이도가 ‘하드’로 고정된다.

하지만 슈퍼로봇대전 V는 시리즈 초심자들을 위해 게임이 상당히 쉬운 편이다. 특히 변경된 시스템 중 하나로, 파일럿마다 다양한 특수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정신 커맨드의 사용 시기가 게임 중 어느 때나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동안 정신 커맨드는 유닛이 이동하기 전 사용하고 행동이 끝나고 난 후에는 사용할 수 없었다. 이 때문에 ‘축복’, ‘응원’, ‘재동’, ‘보급’ 등 보조정신 커맨드를 사용하는 캐릭터라면 항상 마지막에 움직여야 했다.

하지만 이번 작은 행동이 끝나고 난 후는 물론, 적 페이즈 시 적이 공격해 오더라도 반격 화면에서 정신 커맨드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덕분에 보스의 강력한 공격에도 ‘섬광’이나 ‘불굴’을 사용해 손쉽게 살아남을 수 있다.

이번 슈퍼로봇대전은 판권작이면서도 오래간만에 소대 시스템이나 듀얼 시스템이 없어졌다. 이 또한 소대나 듀얼을 짜는데 고민을 해야 하는 부분을 제거해 좀 더 쉽게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한 부분이다.

또한, 노말 모드가 아닌, 비기너 모드로 플레이하면 획득하는 자금이 늘어나고 SR 포인트를 획득해도 하드 난이도로 바뀌지 않는다. 그리고 자금 등 요소가 2회차 시 계승이 50%, 3회차 시 계승 75%, 4회차부터 100% 계승이었지만, 이번에는 무조건 100% 계승돼 의미 없는 노가다 플레이를 하지 않아도 된다.

 

새로운 시스템 추가

슈퍼로봇대전 V에서 새로 추가된 시스템으로는 크게 3가지를 들 수 있다. 하나는 스킬 루트와 스킬 프로그램, 다른 하나는 ExC, 마지막으로 TAC 커스터마이즈이다.

스킬 루트와 스킬 프로그램은 이번에 새로 생긴 포인트인 TacP를 모아 새로운 스킬을 개발하고 스킬을 구매해 원하는 캐릭터에게 장착해주는 것이다. 과거 휴대용 게임기로 나왔던 슈퍼로봇대전 시리즈에는 스킬 파츠를 획득해 원하는 캐릭터에 장착하는 시스템이 있었다. 슈퍼로봇대전 V에서는 여기서 더 나아가 스킬 파츠를 직접 만들어 장착하는 방식이다.

PP를 얻어 스킬을 장착하는 방식도 있었지만, 이것은 해당 캐릭터를 집중적으로 육성해야 하기 때문에 편중 현상이 두드러지는 것과 달리 자유롭게 TacP를 모아 전투에 참여 안 한 캐릭터라도 강력하게 만들어 줄 수 있게 됐다.

ExC는 엑스트라 카운터의 약자로, 스테이지 내에서 적을 공격하거나 격추해 쌓인 포인트로 엑스트라 액션을 실행할 수 있다. ExC는 최대 10칸까지 모을 수 있다. 엑스트라 액션에는 1회에 2칸 더 이동할 수 있는 ‘부스트 대시’(2포인트), 적과의 사이즈와 특수 능력을 무시하는 ‘다이렉트 액션’(2포인트), 한 턴 동안 무조건 크리티컬로 공격할 수 있는 ‘스매시 히트’(3포인트), 적을 격추하면 한 번 더 움직일 수 있는 ‘멀티 액션’(3포인트)이 있다.

ExC가 넉넉하고 격추 시 ExC를 증가해 주는 강화 파츠를 장착하면 거의 무한정으로 움직일 수 있어 게임을 쉽게 클리어할 수 있다.

TAC 커스텀마이즈는 일정 TacP를 사용해 전체 유닛에 영구적인 부가 효과를 걸어주는 것이다. 등급은 총 4개로, 등급이 올라갈수록 좋은 옵션이 붙으며, 등급 당 고를 수 있는 것은 3가지 중 1개뿐이고 변경이 불가능하니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아쉬운 요소

한글판으로 나온 판권작 슈퍼로봇대전이지만, 아쉬운 요소는 분명히 있다. 먼저 스토리가 몇몇 작품에 편중돼 있다. 특히 초반 10화까지는 ‘우주전함 야마토 2199’ 위주로 흘러가며, 야마토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해 원작 팬이 아니라면 ‘슈퍼야마토대전 Y’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다. 반면, 스토리도 없이 참전만 한 작품도 있어 실망감을 안겨준다.

슈퍼로봇대전 OG 문 드웰러즈처럼 아쉬운 오역이 눈에 띈다. 특히 몇몇은 아예 다른 내용이 적혀 있어 승리조건이나 SR포인트를 획득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고유명사에 대해서는 이미 전에도 논란이 있었던 만큼, 크게 거슬리는 부분이 없는 것은 환영할 만하다.

슈퍼로봇대전 V는 약간씩 아쉬운 요소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것은 기자뿐만 아니라 시리즈 팬이라면 더더욱 느낄 것이다. 그럼에도 슈퍼로봇대전 V는 신규 유저를 위한 최대한의 배려를 했으며, 그와 동시에 기존 팬들에게도 멋진 한글화를 선물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추천하고 소장할만한 가치를 지닌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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