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가지는 본질적인 무서움을 건드리는 것이 바로 ‘공포’다. 이러한 공포는 개개인이 직접 체험하는 것도 있겠지만, 영화나 소설, 게임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체험하기도 한다. 공포를 주된 요소로 다루는 게임이 바로 ‘호러 게임’이다. 호러 게임은 플레이 방식이 다양해 플레이 방법으로는 장르로 구분하기는 애매하지만, 공포감을 조성하는 분위기 덕분에 별개의 장르로 구분되기도 한다.

그동안 다양한 호러 게임이 출시됐지만, 게이머들의 뇌리를 스치는 시리즈는 그다지 많지 않다. 앞서 장르의 기원에서 소개하기도 했지만, 대표적인 호러 게임을 꼽자면 ‘바이오하자드’(수출명: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와 ‘사일런트 힐’ 시리즈, ‘아웃라스트’, ‘암네시아’, ‘데드스페이스’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번에 소개할 게임은 바로 호러 게임의 대표라고 부를 수 있는 바이오하자드의 최신작, ‘바이오하자드 7’이다. 그동안 공포보다는 액션에 너무 치중해 호러 게임이라는 위치가 무색했지만, 이번에는 제대로 공포감을 중무장해서 돌아왔다.

공포로의 초대

호러 게임의 장르는 다양하게 있지만, 크게 아무리 무서운 적도 마구 쓰러뜨려 나갈 수 있는 방식과 어떤 짓을 해도 절대 쓰러뜨릴 수 없는 적과 맞서는 방식으로 나뉜다. 그동안 바이오하자드 시리즈는 전자에 속했다.

좀비를 메인으로 다룬 바이오하자드 시리즈는 저예산 작품으로 시작했지만, 대성공을 거두는 바람에 캡콤의 대표 간판 게임으로 자리 잡았다. 그 후 시리즈가 거듭되면서 퀄리티는 물론, 새로운 시스템과 게임 플레이 방식을 많이 시도했다.

액션성 호러 게임의 대표로 자리 잡자 바이오하자드를 롤모델 삼아 좀비에 맞서 싸우는 영웅이 활약하는 식의 호러 게임이 성행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바이오하자드는 시리즈를 더해갈수록 액션성이 더 커졌고 사격에 특화된 TPS 방식을 채택한 ‘바이오하자드 4’부터는 호러 게임인지 슈팅 게임인지 알 수 없을 정도가 됐다.

더 이상 바이오하자드는 공포감을 느끼며 하는 게임이 아니라 괴물에 맞서 싸우는 초능력자들의 이야기가 됐다. 외전으로 나온 ‘바이오하자드 레벨레이션스’의 경우, 이동이 제한된 폐쇄 공간으로 이야기를 진행해 바이오하자드가 여전히 호러 게임이라는 것을 상기시켰다.

여기에 캡콤이 바이오하자드 7을 위해 새로 개발한 ‘RE 엔진’이 적용돼 사실감을 더했다. 360도 방향에서 촬영한 사진으로 모델링과 텍스처를 제작해 사실적 표현은 높이면서 제작 비용과 시간도 줄였다. 또한, 캐릭터 디자인도 멋지고 예쁜 과거 캐릭터와 달리 실제 모델을 기반으로 만들어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러한 부분은 바이오하자드 7의 공포감을 배가시킨다.

제목 빼고 모두 바꾸다

바이오하자드 7은 그동안 바이오하자드 시리즈가 집중했던 액션성을 최대한 줄이고 공포감을 높였다. 앞서 이야기한 바이오하자드 레벨레이션스를 감독했던 나카니시 코우시가 감독을 맡으면서 폐쇄 공간의 공포를 더욱 극대화했다.

가장 큰 변경점은 시점이 3인칭에서 1인칭으로 바뀐 것이다. 공포를 극대화하는 데에는 3인칭 시점에서 간접적으로 느끼는 것보다 1인칭 시점에서 직접 체험하듯이 느끼게 하는 편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또한, 이 덕분에 1인칭 시점을 사용하는 VR로 즐기는 데도 적합하다.

바이오하자드 7이 1인칭 시점으로 처음 공개됐을 때 기존 팬들 사이에서 반발이 일었다. 그동안 바이오하자드 시리즈는 처음부터 3인칭 시점이었고 액션성이 증가한 바이오하자드 4도 슈팅에 치중한 시스템이긴 했지만, 3인칭 시점은 그대로 유지했다. 그렇기 때문에 신작인 바이오하자드 7도 3인칭 시점을 사용할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바이오하자드 7은 기존 바이오하자드와는 전혀 다른 방식이었다. 시점도 바뀌었고 주인공도 생전 처음 보는 캐릭터이며, 게임 방식도 전혀 다르다. 거기다 전작에서 호평을 받았던 멀티플레이 모드인 용병 모드도 없어졌다. 전혀 바이오하자드와 연관시킬 부분이 없다.

특히 게임 방식은 그동안 화끈하게 좀비를 쓸고 다녔던 전작과 달리 죽지 않는 적으로부터 도망다니기 바쁘다. 이러한 게임 방식은 흡사 과거 나왔던 ‘암네시아’와 비슷하며, 폐쇄된 저택에서 헤매고 다니는 것은 출시가 불발됐던 ‘사일런트 힐즈’의 체험판인 ‘P.T.’와 비슷했다. 그러나 사일런트 힐즈의 출시가 무산됐기 때문에 이를 반기는 사람도 분명 있었다.

제한된 공간의 공포

주인공인 ‘에단 윈터스’는 3년간 행방불명이 된 아내 ‘미아 윈터스’를 찾기 위해 귀신이 나온다고 알려진 미국 서부 루이지애나 주의 덜비 폐가(베이커 저택)에 도착한다. 미아를 찾는 과정에서 에단은 오히려 베이커 일가에 붙잡혀 저택에 갇히는 신세가 되며, 탈출하기 위한 여정을 다룬다.

바이오하자드 7은 기존 바이오하자드와 플레이 방식은 물론, 스토리도 많이 동떨어져 있다. 심하게 말하자면, 이게 바이오하자드 시리즈가 맞나 싶을 정도로 전작의 액션성은 과감히 버리고 불사신의 적에 대해 무기력한 모습만 보이며 도망가기 바쁘다. 후반부에 진입하면 저택을 빠져나가는데 그나마 폐쇄에서 오는 답답함과 공포는 덜해진다.

베이커 일가는 특정 이벤트를 제외하고는 불사신 형태로 플레이어를 계속 괴롭히며, 모든 부분에서 방해한다. 베이커 일가를 제외하고도 적이 그렇게 많이 나오는 편은 아니지만, 주인공이 워낙 약하기 때문에 전투가 수월하진 않다.

근접 공격은 거의 없다시피 하며, 원거리 공격 위주로 적을 처치해 나가야 하는데 아이템을 얻는 횟수가 너무 제한적이다. 아이템 인벤토리 칸도 너무 적어 가지고 다닐 수 있는 개수도 얼마 없을뿐더러 총알을 얻는 기회도 별로 없어 적과 조우하면 공격 한 번도 신중하게 해야 한다. 물론, 아이템 분해나 합성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일부분 채울 순 있다.

액션성이 많이 줄어든 대신 또 다른 부분에서 재미를 찾을 수 있다. 바로 길 찾기나 아이템 찾기를 위한 퍼즐 부분이다. 최근에는 ‘방 탈출’이라는 소재로 다양한 퍼즐 게임이 출시되고 있지만, 과거에는 다양한 게임에 미니 게임 방식으로 퍼즐 요소가 접목됐었다.

바이오하자드도 과거 액션성이 짙어지기 전에는 퍼즐 방식의 길 찾기가 많았다. 하지만 액션성이 강조되면서 이러한 퍼즐 부분은 점차 옅어졌기 때문에 바이오하자드 7의 퍼즐 요소는 과거 시리즈에 대한 추억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물론, 퍼즐 난이도가 그리 높지 않은 편이라 아쉽긴 하지만, 다양성을 넣은 것은 환영할 일이다.

한 걸음 전진과 후퇴

바이오하자드 7은 우려와는 달리 호러 게임으로 훌륭한 완성도를 하고 있다. 출시 전에는 ‘이게 바이오하자드냐’, ‘사일런트 힐즈 짝퉁 아니냐’라는 비난이 많았지만, 출시 후 즐겨본 사람들 모두 호평 일색이며, 너무 무서워 게임을 못할 정도라는 사람까지 존재한다.

호러·고어 연출도 지나치게 과하지 않고,(일부분은 눈살을 찌푸릴 정도로 잔인하긴 하다) 게임 플레이와 컷신의 연결도 자연스러워 몰입감을 높여준다. 비록 제한된 공간이지만, 모든 곳을 구석구석 체크해볼 수 있도록 치밀하고 효율적으로 짜여 플레이하는 내내 긴장감을 늦출 수 없다.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선 지나치게 짧은 플레이 타임이 발목을 잡는다. 액션 게임 기준으로 6~8시간 정도는 그리 짧은 것이 아니지만, 호러 게임으로 봤을 때는 상당히 부족함이 느껴진다.

여기에 싱글 전용 게임이면서 다회차 요소가 없는 것도 아쉽다. 무기도 다양하지 않아 다회차를 위한 플레이어만의 재미를 만들 수도 없다. 적 종류도 많지 않고 패턴도 단조롭고 빠르지도 않아 나중에는 상대하지도 않고 무시할 정도다.

가장 큰 단점은 호불호가 크게 갈린다는 것이다. 안 그래도 호러 게임은 하는 사람만 하는 장르지만, 여기에 1인칭 시점으로 공포를 느끼기 때문에 초기 진입장벽이 너무도 높다. 이 때문에 기존 바이오하자드 시리즈 유저였어도 바이오하자드 7을 포기한 사람도 있다.

그래도 바이오하자드 7은 캡콤이 그저 ‘따라 하기’나 ‘우려먹기’만 하는 집단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줬다. 그동안 액션과 호러의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던 바이오하자드가 호러 게임인 것을 명확하게 보여줬으며, 호러를 메인으로 담은 바이오하자드도 충분히 매력이 있음을 말이다.

임병선 기자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