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똑똑한 AI 비서, 인공지능 스피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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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똑똑한 AI 비서, 인공지능 스피커
  • 양윤정 기자
  • 승인 2017.03.30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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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만 들려주던 스피커가 진화하고 있다. 이제는 손으로 일일이 조작할 필요 없이 말로 명령하면 알아서 음악을 재생시켜 줄 만큼 똑똑해졌다. 음악만이 아니다. 날씨, 교통정보, 뉴스 등 궁금한 정보를 물어보는 족족 시원스럽게 대답해주고 간단한 대화까지 주고받을 수 있다. 개인 비서처럼 알람과 일정관리도 말만 하면 별도의 설정을 하지 않아도 스스로 기억하고 확인해준다.

수동적인 음향기기에서 상호작용하는 개인비서로 변신한 스피커, 사물인터넷과 음성인식 인공지능 시스템으로 새롭게 태어난 인공지능 스피커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끄는 주요 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AI의 시대

▲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에서는 사물인터넷 시장 규모가 2019년에는 10조 6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1월 개최된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 ‘CES 2017’은 사물인터넷을 이용한 스마트홈, 인공지능(AI), 자율주행, 헬스케어 등이 핵심 키워드였다. 사물과 사물을 인터넷으로 연결해 서로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는 사물인터넷이 이제 상용화에 들어섰고 상당 부분 일상생활에 녹아들었다. 현재 통신3사 모두 사물인터넷 기술이 탑재된 가전제품을 스마트폰 하나로 야외에서도 조작할 수 있는 ‘스마트홈’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한국스마트홈협회는 스마트홈 시장이 2019년에는 21조 1,700억 원까지 확대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지금도 충분히 간편하게 스마트폰 터치 몇 번으로 인터넷에서 정보를 찾거나 음악을 듣고, 가전제품까지 작동시킬 수 있지만 인공지능을 이용하면 생활은 더욱 편해진다. 사용자는 간단한 터치조차 하지 않아도 말 한마디로 필요한 정보를 음성으로 안내받을 수 있으며 TV부터 형광등까지 다양한 전자제품들을 관리할 수 있다.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봤던 AI 비서가 현실로 성큼 다가온 것이다.

 

인공지능을 품은 스피커

▲ 대부분의 스마트폰에 음성인식을 기반으로 하는 비서 프로그램이 탑재돼 있다. 갤럭시S8(좌), 아이폰7(우).

사용자의 음성을 알아듣고 원하는 행동을 하는 음성인식 인공지능 시스템은 사실 낯선 신기술이 아니다. 아이폰 시리즈의 ‘시리’, 갤럭시 시리즈의 ‘S보이스’ 그리고 곧 출시될 갤럭시S8의 ‘빅스비’ 등 최근 출시되는 대부분의 스마트폰에는 음성으로 스마트폰 내의 기능을 실행하는 개인비서 서비스가 탑재됐다.

스마트폰 비서들은 사람의 언어를 컴퓨터가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바꾸는 자연언어처리를 이용해 사용자의 말을 알아들으며 단순히 단어의 뜻이 아닌, 맥락을 이해해 사용자의 의도를 파악한다. 인공지능 스피커는 이러한 인공지능 비서들이 탑재된 스피커다. 스마트폰을 벗어난 인공지능 비서는 스마트홈 서비스와 연계해 집에서 이용할 수 있는 다양한 편의 기능을 제공한다.

스피커는 어떻게 인공지능을 품게 됐을까? 음악이 우리와 가장 친숙한 예술인 만큼 음향기기의 수요는 꾸준히 상승 중이다. 특히, 블루투스로 스마트폰과 연결해 선 없이 음악을 감상할 수 있게 되자 블루투스 스피커 시장이 눈에 띌 정도로 성장했으며 가정용 오디오 시스템도 블루투스 스피커로 빠르게 대체되고 있다.

영국의 시장 조사 기관 퓨처소스컨설팅에 따르면 홈오디오 시장이 2018년엔 1억 대를 넘으며 꾸준히 상승될 전망이다. 집안 모든 기기들이 똑똑해지는 스마트홈 시대가 오는 만큼 가정에서 많이 찾는 스피커에 인공지능 시스템을 탑재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주도권 전쟁 시작

▲ 아마존 에코.

인공지능 스피커 시대의 포문을 연 것은 아마존닷컴이다. 지난 2014년, 아마존닷컴은 음성인식 인공지능 시스템인 알렉사(Alexa)를 탑재한 ‘아마존 에코’를 출시했다. 원통형 스피커 형태인 에코는 아마존 프라임 뮤직, 스포티파이 등 스트리밍 음악 사이트에 연결해 노래를 재생하는 것은 물론, 뉴스, 스포츠, 날씨 등 다양한 생활 정보를 제공하고 사물인터넷으로 연결된 스마트홈 가전제품들을 음성으로 컨트롤할 수 있다. 아마존닷컴이 운영하는 세계 최대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도 이용 가능하다. 아마존은 에코 출시 후 다양한 기능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고 에코의 크기를 줄인 ‘에코 닷’, 휴대용 에코 ‘아마존 탭’ 등 후속 제품을 출시하며 인공지능 스피커 시장을 이끌고 있다.

▲ 구글 홈.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로 인공지능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얻은 구글도 2016년 11월, 자사의 인공지능 시스템 구글 어시스턴트를 탑재한 ‘구글 홈’을 출시했다. 구글 홈의 경우 기본적인 기능은 아마존 에코와 같지만 구글이 가진 세계 최대 검색 엔진을 이용한 서비스가 특징이다.

▲ SK텔레콤 누구.

국내에서는 SK텔레콤이 선두에 나섰다. 지난 2016년 9월 SK텔레콤은 인공지능 스피커 ‘누구’(NUGU)를 출시했다. 음악재생, IPTV 연동, 스마트홈 제어, 검색, 스케줄 관리, 길 안내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누구는 데이트 장소를 추천해주며 회사까지 걸리는 시간도 알려준다. SK텔레콤은 인공지능 연구소인 누구나 주식회사를 설립해 소비자들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반영했다. 누구의 언어능력을 개선하고 피자나 치킨을 주문할 수 있는 주문 배달 기능도 추가로 적용시켰다.

▲ KT 기가지니.

KT에서는 스피커가 아닌 셋톱박스에 음성인식 기반 인공지능 시스템을 탑재했다. KT의 인공지능 TV ‘기가 지니’ 역시 누구와 마찬가지로 TV 조작, 음악 감상, 일정관리, 교통 안내, 홈 IoT 기기 제어 등 다양한 편의 기능을 제공하며 카메라를 탑재해 홈캠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 SM엔터테인먼트 위드.

이외에 의도를 파악해 적합한 서비스를 수행하는 음성대화 시스템 ‘아미카’를 공개한 네이버도 올해 상반기 인공지능 스피커를 출시할 계획이다. IBM의 인공지능 왓슨을 이용한 인공지능 스피커도 국내 출시될 예정이다.

SK C&C 사업이 학습시킨 왓슨은 국내 최대 엔터테인먼트 기업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인공지능 스피커 ‘위드’(Wyth)에 탑재된다. 위드는 셀러브리티 콘텐츠와 결합했다. CES 2017에서 위드를 공개한 SM은 위드에 전문 성우가 아닌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엑소 등 자사의 유명 연예인의 목소리를 입혀 셀러브리티와 함께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했다.

 

아직은 불완전한 음성인식

인공지능 스피커가 시중에 판매되자 관련 문제들도 하나둘 발생하기 시작했다. 미국 댈러스에서 6살 아이가 아마존 에코에게 인형의 집 장난감과 쿠키를 사달라고 하자 에코는 곧바로 주문을 하고 결제 승인까지 받아, 18만 원 상당의 장난감과 1.8kg의 쿠키가 집으로 배달됐다. 이 사건을 보도한 샌디에이고 CW6 TV의 앵커는 마무리 멘트로 “알렉사(에코에 탑재된 인공지능 시스템의 이름), 인형의 집을 주문해줘”라고 말했고 이 말을 들은 에코가 TV 속 앵커의 목소리를 주인의 음성으로 착각해 인형의 집을 주문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아마존 에코는 음성 주문을 금지하거나 인증 코드를 확인하도록 설정을 변경할 수 있다. 하지만 목소리만으로 간편하게 주문 및 결제가 가능하다는 것이 인공지능 스피커의 장점 중 하나임을 생각해 볼 때, 앞으로도 위와 비슷한 사건이 충분히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주인의 목소리를 정확하게 구분할 수 있도록 음성인식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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