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더 필요한가? ‘시리즈 최초 한글화’ 슈퍼로봇대전 OG 문 드웰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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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더 필요한가? ‘시리즈 최초 한글화’ 슈퍼로봇대전 OG 문 드웰러즈
  • 임병선 기자
  • 승인 2016.07.28 17: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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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라면 누구나 어렸을 적 로봇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자랐을 것이다. 그게 어떤 로봇이 됐든 소년들의 마음속엔 ‘멋있다’라고 생각되는 워너비 로봇이 있었다.

이런 로봇들을 애니메이션에서 움직이는 것만 보는 것이 아니라 직접 조작하고 육성하는 것이 바로 ‘슈퍼로봇대전’이라는 게임이다. 슈퍼로봇대전은 일본과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SRPG로, 어느덧 25주년의 장수 시리즈가 됐다. 이미 저번 달에 다뤘기 때문에 상세한 이야기는 생략해도 괜찮을 듯싶다.

이런 슈퍼로봇대전에서 맥락을 다르게 하는 것이 바로 ‘슈퍼로봇대전 OG’ 시리즈다. 오리지널 캐릭터만 등장하는 이 시리즈는 흔히 ‘건담’과 ‘마징가’ 등 판권작 작품이 나오지 않는 슈퍼로봇대전으로, 기존 시리즈 팬이 아니거나 비판권작 작품에 큰 관심이 없는 사람에게 도외시돼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야기가 다르다. ‘슈퍼로봇대전 OG 문 드웰러즈’(이하 OG MD)는 무려 슈퍼로봇대전 시리즈 최초 한글화이며, 25주년 기념작인 만큼 연출이나 구성도 충실하기 때문이다.

 

오리지널 로봇의 축제

슈퍼로봇대전 OG 시리즈는 과거 시리즈에 등장했던 오리지널 캐릭터와 로봇들만 등장한다. 이 때문에 지난 시리즈를 해보지 못했다면 생전 처음 보는 캐릭터와 로봇이 나오는 게임에 불과하지만, 기존 슈퍼로봇대전 팬들에겐 또 다른 올스타 축제인 게임이다.

첫 작품은 휴대용 게임기인 ‘게임보이 어드밴스’(GBA)로 출시됐다. GBA로는 ‘슈퍼로봇대전 OG 1’(이하 OG1)과 ‘슈퍼로봇대전 OG 2’(이하 OG2)만 발매했으며, 이후 휴대용 게임기로는 등장하지 않았다.

이후 OG1과 OG2를 PS2로 리메이크한 ‘슈퍼로봇대전 OGs’(이하 OGs)를 시작으로 콘솔 게임기로 자리를 옮긴다. OGs는 과거 휴대용 게임기에서 미처 보여주지 못한 스토리와 설정이 추가되고 그래픽이 대폭 강화되면서 전혀 다른 게임으로 재탄생된다.

이렇다 보니 OG1나 OG2 보다 OGs를 통해 슈퍼로봇대전 OG 시리즈에 입문한 사람도 많다. 특히 처음이나 다름없는 OGs를 기점으로 슈퍼로봇대전 시리즈가 국내에도 정식 발매됐기 때문에 국내에서도 슈퍼로봇대전 OG 시리즈 팬이 상당하다.

 

나름 높은 진입 장벽

슈퍼로봇대전 OG 시리즈가 오리지널 이야기라고 해도 이번 OG MD의 내용을 이해하려면 나름대로 세계관 공부가 필요하다. 한글화된 것이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에 과거 작품을 모른다면 알아들을 수 없는 한글이 나오는 것이나 다름없다.

슈퍼로봇대전 OG 시리즈는 앞서 설명한 OGs를 시작으로 ‘OG 외전’, ‘제2차 OG’, ‘OG 다크 프리즌’가 출시된 이후 이번 OG MD가 등장했다. 6번째 작품에 해당하는 만큼 꽤 긴 스토리가 진행됐으며, 이에 따른 세계관 형성도 꽤 진행됐다.

물론 대화 중간마다 특수 용어에 대한 간략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어 OG MD로 슈퍼로봇대전 OG 시리즈를 처음 접했어도 즐기는 데 큰 문제는 없다.

 

주요 스토리는 J와 GC

과거 OG1을 제외하고 슈퍼로봇대전 OG 시리즈는 주인공이 따로 정해져 있진 않지만, 신작이 나올 때마다 주요 스토리를 다루는 신 캐릭터가 등장한다. 이번 OG MD에서는 GBA로 출시됐던 ‘슈퍼로봇대전 J’와 게임큐브로 출시된 ‘슈퍼로봇대전 GC’의 주인공과 로봇이 주축이다.

슈퍼로봇대전 GC는 엑스박스 360의 ‘슈퍼로봇대전 XO’로도 리메이크됐지만, 굳이 이것을 따지지 않는다면 두 작품 모두 닌텐도 게임기로 출시된 게임인 것이 나름 공통점이다.

J의 경우, 남자 주인공으로 등장한 ‘시운 토우야’와 여자 주인공인 ‘칼비나 크란쥬’가 본편에서는 접점이 없었지만, OG MD에서는 별개의 캐릭터로 한 사건에 휘말린 이야기를 다룬다.

GC는 3D 버전으로 출시된 슈퍼로봇대전에, 게임큐브와 엑스박스 360으로 출시된 탓에 인지도도 상당히 낮다.(엑스박스 360으로 출시된 XO의 경우, 총 판매량이 7,000장 정도) 하지만 이번 OG MD에서 2D 버전으로 멋지게 재탄생되면서 재조명 받았다.

GC의 주인공도 남/여로 나뉘어 있고 어느 한쪽을 선택하면 나머지는 존재하지 않는 캐릭터가 됐지만, OG MD에서는 쌍둥이라는 설정으로 양쪽 모두 나오도록 변경했다. 또한, J의 남자 주인공인 토우야와 같은 고등학교 친구라는 설정으로 내용을 바꿔 스토리 상 자주 엮이게 된다.

조금 아쉽게 이번에도 ‘제3차 슈퍼로봇대전 알파’의 내용은 많이 다루지 않았지만, 어느 정도 떡밥을 깔아둬 후속작에서 등장할 것을 암시하고 있다. 알파 시리즈 팬이 많은 만큼 후속작에 대한 팬들의 기대가 남다르다.

 

신규 유저를 위한 비기너 모드

이번 OG MD에서는 신규 유저를 위해 시리즈 최초로 비기너 모드가 추가됐다. 비기너 모드는 노멀 모드보다 자금 입수량이 많고 SR 포인트를 획득하더라도 게임 난이도가 무조건 ‘노멀’로 고정되기 때문에 보다 쉬운 플레이가 가능하다.

또 초반과 마지막 부분이 다르기 때문에 비기너 모드를 클리어하더라도 노멀 모드를 재차 플레이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굳이 초심자가 아니라도 1회차를 가볍게 즐기고 2회차에는 넉넉한 자금을 가지고 진행하고 싶은 사람도 비기너 모드부터 시작해도 된다. 이번 OG MD는 최근 슈퍼로봇대전 시리즈와 달리 약간 어렵기 때문에 비기너 모드를 먼저 하는 것도 괜찮다.

OG MD는 OG 시리즈의 넘버링을 없앴는데 이는 신규 유저를 위한 방침이기도 하다. 제목부터 ‘제3차’라고 붙어있으면 신규 유저가 접하기 쉽기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스토리 자체가 전작과 많이 이어져 있으므로, 전작을 해보지 않으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많다. 특수 용어를 설명하는 아카이브 모드도 있지만, OG 시리즈와 연동되는 ‘마장기신’ 시리즈나 ‘무한의 프론티어’ 시리즈에 대한 설명은 없기 때문에 모든 스토리를 파악할 순 없다.

 

그래픽 강화와 한글화

OG MD는 최초의 PS4용 슈퍼로봇대전답게 1080P 해상도를 지원한다. 물론 일본에서는 PS3 버전도 출시됐는데 이쪽은 전작과 동일하게 720P 해상도이며, 스크린샷 캡쳐나 리모트 플레이 등 다양한 기능을 지원하지 않는다. 국내에서는 PS4 버전만 출시됐기 때문에 PS3 버전 미발매에 대한 불만 외에는 없다.

연출은 전작에서 출연한 기체인 경우, 재활용이 대부분이지만, 필살기의 경우에는 연출을 조금씩 변경했고 새로 등장한 기체는 아군이든 적군이든 뛰어난 연출을 보여준다. 특히 앞서 언급한 주인공급인 J와 GC 캐릭터의 연출은 상당히 훌륭하다.

맵은 흔히 말하는 2D 형식의 ‘대갈맵’(로봇의 머리만 보이는 형태)이 아니라 OG 시리즈 전통인 3D 로봇으로 표현된다. 이를 통한 맵 상 이벤트도 잘 이뤄졌지만, 몇몇 맵에서는 이동하는 데 로봇이 잘 안보이거나 하는 문제가 종종 생기기도 하는 단점이 있다.

최초의 한글화지만 몇몇 문제로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오역은 그나마 보이지 않아 게임을 진행하는 데 큰 문제가 없지만,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고유명사 표기다. 과거 슈퍼로봇대전은 일어판으로 출시됐기 때문에 팬들은 일어명 표기가 익숙하지만, OG MD는 영어를 기준으로 한 건지 일어를 기준으로 한 건지 알 수 없다.

대표적으로 ‘G 콤파치블 카이저’는 ‘G 컴패터 카이저’로, ‘휴케바인’은 ‘휘케바인’, ‘제오라’는 ‘제올라’, ‘브릿트’는 ‘블릿’, ‘비렛타’는 ‘뷔렛타’ 등 오묘하게 뉘앙스가 다른 느낌이 꽤 있다. OG MD는 그나마 비판권작이기 때문에 큰 논란이 없었지만, 내년에 출시될 예정인 판권작 ‘슈퍼로봇대전 V’에는 이런 논란이 없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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