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의 역사: 건담 vs 마징가, ‘슈퍼로봇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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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의 역사: 건담 vs 마징가, ‘슈퍼로봇대전’
  • 임병선 기자
  • 승인 2016.07.07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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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게이머라면 정말 기쁜 시기를 보내고 있을 정도인 바야흐로 ‘대 한글화 시대’가 열렸다. 다양한 게임 중 ‘이것만은 절대로 한글화되지 않을 것이다’라는 공식이 모두 깨지고 있다.

▲ 올해로 25주년을 맞이한 장수 시리즈.

과거 ‘슈퍼로봇대전’ 시리즈도 절대 한글화가 되지 않을 것이라 여겨지던 게임이다. 그동안 슈퍼로봇대전은 국내에서도 많은 팬을 가지고 있는 장수 타이틀이지만, 번번이 한글화가 좌절됐었다.

하지만 판권 문제가 없는 오리지널 시리즈 ‘슈퍼로봇대전 OG 문 드웰러즈’는 물론, 판권작인 ‘슈퍼로봇대전 V’까지 한글화가 확정됐다. 이런 분위기라면 슈퍼로봇대전 시리즈가 PC로도 출시되는 것도 기대되는 상황이다. 이번 게임의 역사에서는 슈퍼로봇대전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 슈퍼로봇대전의 시작은 단순하게 출발했다.

건담이 쎄? 마징가가 쎄?

슈퍼로봇대전 시리즈는 반프레스토의 크로스오버 게임 ‘콤파치 히어로’ 시리즈의 파생작으로 시작됐다. 콤파치 히어로는 애니메이션이나 특수촬영 작품에 등장하는 캐릭터가 한 곳에 모여 싸우는 방식이다. 게임에 따라 액션이나 시뮬레이션 롤플레잉(SRPG) 등 다양한 장르 형태를 취했다.

이런 크로스오버 게임은 아주 단순한 발상에서 시작된다. 인기 있는 캐릭터를 조작하는 재미와 어느 캐릭터가 더 강한 지가 관건인 캐릭터 게임인 셈이다. 슈퍼로봇대전도 당시 인기 있었던 로봇 애니메이션 ‘기동전사 건담’과 ‘마징가 Z’ 등 로봇 중 어느 쪽이 더 강한지를 두고 게임보이로 첫 작품인 ‘제1차 슈퍼로봇대전’이 등장한다.

제1차 슈퍼로봇대전은 로봇들이 파일럿이 탑승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각자 의지를 가지고 있으며, 이에 따른 세계관과 설정도 원작과 동떨어져있다.

캐릭터 게임으로 제대로 자리를 잡은 것은 패미컴으로 출시한 ‘제2차 슈퍼로봇대전’과 ‘제3차 슈퍼로봇대전’을 거치면서 부터다. 전작과 달리 파일럿과 로봇이 구분됐으며, 원작 스토리를 가미해 크로스오버의 재미를 끌어냈다. 물론 원작에 대해 모른다면 이러한 재미는 다분히 반감되고 숨겨진 요소를 찾는 것도 어렵다.

▲ 처음에는 그냥 로봇끼리 나와 싸우는 내용이었다.

 

▲ 액션 방식으로 출시돼 폭망한 ‘슈퍼로봇대전 OG 인피니티 배틀’.

다양한 시리즈 확장

슈퍼로봇대전은 다양한 플랫폼을 거치면서 다양한 시리즈를 출시했다. 이에 새로운 게임기가 출시될 때마다 슈퍼로봇대전 시리즈 개발 발표를 기다리는 게이머가 항상 존재했다.

이런 바람에 응하듯 슈퍼로봇대전 시리즈는 휴대용과 거치용 게임기를 가리지 않고 출시됐다. 비록 게임 진행 방식은 다르지만, 최근에는 스마트폰으로도 출시된 ‘슈퍼로봇대전 오메가’도 있다. 그렇지만 일본 외의 국가에서 출시한 게임기에서는 슈퍼로봇대전 시리즈가 발매하지 않았다. 예외가 있다면 XBOX 360용으로 출시된 ‘슈퍼로봇대전 XO’가 유일하다.

▲ 디펜스 형식의 스마트폰으로 출시한 ‘슈퍼로봇대전 오메가’.

플랫폼에 따라 그래픽 표현 방식은 다르더라도 대부분 장르는 턴제 SRPG를 고수했다. 액션이나 실시간 전략 장르를 채택하기나 3D 그래픽을 도입하기도 했지만, 기술력 부족으로 인해 성공을 거두진 못 했다. 현재는 기존 팬들에게 친숙하고 안전한 턴제 SRPG 방식으로만 출시되고 있다.

슈퍼로봇대전을 보고 그래픽이 뛰어난 게임이라고는 하지 않는다. 하지만 시리즈 안에서의 그래픽 발전은 팬들을 열광케 하기에 충분했다. 콤파치 히어로에서 파생된 만큼 모든 로봇은 2등신의 SD 형태로 등장했다.

▲ 비록 일본어판이었지만, 판권작이 정식 발매되기도 했었다.

처음에는 2등신의 로봇을 움직이게 하는 것도 어려웠기 때문에 고정된 포즈 그대로 전투 애니메이션이 진행됐고 용량 부족으로 음성도 없었다. 이후 PS1으로 출시된 ‘제4차 슈퍼로봇대전S’에서 CD롬의 고용량 혜택으로 인해 음성이 추가됐고, PS1용 ‘슈퍼로봇대전 알파’에서 드디어 로봇이 움직이는 전투 애니메이션이 자리 잡는다.

당시 게임에서 좋아하는 파일럿이 말을 하고 로봇이 움직인다는 것은 큰 충격이었기 때문에 슈퍼로봇대전 알파를 통해 슈퍼로봇대전 시리즈에 입문한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최근에는 전투 애니메이션 연출 강화를 위해 4등신 정도로 크기가 조정되고 필살기 컷인은 원래 모습으로 나오는 등 연출 면에서 더욱 강화됐다.

 

▲ 해외 출시를 강력하게 막는 방패인 ‘마크로스’ 시리즈.

언제나 중요한 참전작

슈퍼로봇대전이 장수 타이틀로 거듭날 수 있었던 이유는 원작 애니메이션에서 등장한 로봇을 직접 조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새로운 원작 애니메이션의 참전은 원작 애니메이션 팬을 흡수함과 동시에 신규 유저를 늘리는 데 유리했다.

물론 모든 로봇이 참전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팬이라면 신작 발표가 날 때마다 자연스레 참전작에 관심이 간다. 문제는 고전 로봇 팬을 위할 것인지 신작 로봇 팬을 위할 것인지다. 슈퍼로봇대전의 시작이자 상징과도 같았던 마징가Z와 RX78-2 건담이 꾸준히 나왔으면 하는 사람이 있기도 하고 차라리 신작을 더 추가해 달라는 사람이 있기도 하다.

▲ 고전 로봇과 신작 로봇의 균형을 잡는 것이 중요해졌다.

모든 사람들의 바람을 들어줄 순 없고 최근작에는 판매량을 높일 수 있도록 신작을 추가하는 쪽에 무게가 더해지고 있다. 이 때문에 마징가 시리즈가 아예 참전하지 않은 작품도 있으며, 건담의 상징인 ‘아무로’와 ‘샤아’가 등장하지 않는 작품도 있다. 그래도 고전 로봇 팬과 신작 로봇 팬의 밸런스를 어느 정도 맞추기 위해 고전 로봇 작품의 신규 참전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시리즈마다 오리지널 주인공 캐릭터도 등장하는데, 시리즈가 많아지다 보니 오리지널 캐릭터만 등장하는 ‘슈퍼로봇대전 OG’같은 시리즈도 존재한다. 흔히 알고 있는 건담이나 마징가는 나오지 않고 오직 오리지널 캐릭터만 등장해 신규 유저 진입 장벽은 높은 편이다.

그래도 시리즈 최초 한글화 슈퍼로봇대전은 슈퍼로봇대전 OG 최신작인 ‘슈퍼로봇대전 OG 문 드웰러즈’가 차지했다. 슈퍼로봇대전 OG 시리즈만의 뛰어난 연출과 한글화 덕분에 국내에서도 신규 유저가 조금이나마 유입되지 않을까 싶다.

 

▲ ‘슈퍼로봇대전 OG’도 시리즈가 거듭되면서 팬이 많아졌다.

지루한 게임성 개선 시급

슈퍼로봇대전의 진행은 ‘프롤로그 대화–전투–에필로그 대화–인터미션’의 반복이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에서는 캐릭터끼리의 크로스오버가 백미인데, 스토리 융합은 물론 캐릭터 설정과 성우로 개그 하는 부분도 상당히 재밌다.

캐릭터는 파일럿과 로봇 유닛으로 나뉘는데 파일럿에는 레벨과 능력치, 격추수 보너스가 존재하고, 로봇 유닛은 전투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개조를 해 성능을 올릴 수 있다. 이를 통해 아무리 약한 캐릭터라도 강하게 만들 수 있으며, 얼마든지 주 전력으로 내세울 수 있다.

▲ 시리즈 최초로 한글화가 된 ‘슈퍼로봇대전 OG 문 드웰러즈’.

하지만 이런 것과 별개로 다양한 문제가 즐비하다. 먼저 참전작이 많아짐에 따라 등장하는 유닛도 많아지는 문제가 있다. 그러나 전투에 참가할 수 있는 유닛 숫자는 한정돼 있어 출격하지 못하는 소위 ‘함내 대기’가 많아진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대 시스템’이나 ‘트윈 시스템’, ‘파트너 시스템’ 등을 도입해 여러 대의 유닛이 한 팀을 이뤄 진행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비록 유닛을 다양하게 사용할 순 있게 됐지만, 팀을 짜는 데 시간을 많이 소비하게 됐고 이에 따른 불만도 적지 않다.

가장 큰 문제로는 게임 플레이 자체가 지루해졌다는 것이다. 연출에만 과도하게 신경 쓰다 보니 SRPG 본연의 전략성이나 재미는 힘이 빠진 느낌이다. 물론 전작도 전략성이 높았던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게임 본연의 재미는 충분했다.

하지만 최근작은 게임이 지나치게 쉬워져 3턴 이내에 모든 전투가 끝나버려 ‘3턴 대전’이라는 오명을 받고 있는 데다가 너무 긴 연출로 인해 한 번만 보고 전부 넘겨 버리는 일도 즐비하다. 이런 부분은 앞으로 슈퍼로봇대전 시리즈가 좀 더 장수하기 위해서는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 아닌가 싶다.

▲ 2017년 출시 예정인 ‘슈퍼로봇대전 V’도 한글화가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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