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전략 기술, 앰비언트 UX(User eXperi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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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전략 기술, 앰비언트 UX(User eXperience)
  • 정환용 기자
  • 승인 2016.07.04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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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기기로 비슷한 사용자 경험을

스마트폰 OS는 구글 안드로이드와 애플 iOS가 각 80%, 15% 정도의 점유율로 전체 시장의 95%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전화와 메시지부터 웹브라우저, 음악, 노트 등 같은 동작을 하는 기본 기능이 절반 이상 중복되기도 한다. 기자는 두 OS의 다른 점을 경험적 측면에서 알아보기 위해 다른 OS를 사용하는 2대의 스마트폰을 2년째 사용하고 있다.

포털사이트의 접속 화면은 PC와 모바일에서 접근하는지에 따라 달리 보인다. 노출되는 정보는 같지만 그 정보까지 도달하는 방법이 다르다. 아니, 달랐다. 지금은 대부분의 다른 기기에서도 그 방법이 비슷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사용자들은 어떤 기기를 사용해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에 기뻐해야 할지, 이 현상을 점점 몰개성화(deindividuation)로 인한 악순환으로 받아들여야 할지 정해야 한다. 그리고 지금의 흐름은, 후자에 좀 더 가깝다.


사용자 경험이란?

사용자 경험은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용자가 이용하며 생각하는 모든 직·간접적 경험을 뜻한다. 스마트폰을 예로 들어 설명하면 이해가 빠를 듯하다. 스마트폰이 보편화되며 가장 많이 사용되는 단어 중 하나가 ‘UI’(User Interface)인데, 스마트폰의 OS, 각종 버튼의 위치와 기능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리고 터치 패턴으로 잠금을 해제하고 앱을 활용하는 등의 행위는 사용자가 행하고 느끼는 경험으로, 이것이 사용자 경험이다.

아이폰을 기준으로 사용자 경험을 바탕으로 기능의 향상이나 변화를 보자. 아이폰 5까지는 앱을 다운로드받거나 인앱 결제를 할 때 일일이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했다. 당연한 보안 절차였지만 사용자들은 이 과정이 좀 더 간편해졌으면 했다. 차기작인 아이폰 5S의 홈 버튼에  지문인식 기술 ‘터치ID’가 적용되며, 이제 사용자는 새 앱을 다운로드 받을 때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대신 홈 버튼에 지문을 대기만 하면 되는 것으로 간편해졌다.

이처럼 사용자 경험으로 인해 사용자 인터페이스가 한 층 발전했다. 터치ID가 적용된 아이폰의 홈 버튼은, 단지 비밀번호를 대신하는 것뿐만 아니라 무선 결제 시스템 애플페이의 서명도 대신한다.(아직 국내엔 서비스되지 않아 무용지물이긴 하지만) 단순히 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기기 성능의 향상에 국한되지 않고, 겉으로 보이는 디자인부터 각종 기능의 세부적인 항목까지 모든 면에서 접근할 수 있는 것이 사용자 경험이다.

사용자 경험은 단지 사용자가 원하는 방향으로의 발전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다.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길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때문에 공학뿐 아니라 인문학이나 미술까지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기업이 성공할 수 있는 길이라고도 볼 수 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기업에 반기를 들 소비자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확장되는 사용자 경험

가트너의 데이빗 설리 부사장은 앰비언트 UX를 언급하며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모바일 앱의 설계는 여전히 기업들에게 전략적으로 중요한 핵심 부분이지만, 그 설계의 목표는 IoT 센서를 포함한 다양한 기기, 자동차와 같은 일반 사물과 공장 등을 활용하고, 그 전반으로 이어지는 경험을 제공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2018년에 이르며 이와 같은 진보적 경험의 설계는 ISV(Independent Software Vendor)와 기업들의 주요 차별화 요인이 될 것이다.”

사실 일반 휴대폰에서 스마트폰으로의 발전은, 먼 거리에서 편지 말고는 소식을 전해들을 방법이 없었던 시절의 전화기의 등장만큼 혁신적이진 않다. 전화기의 발명 이후엔 크기가 작아지고, 휴대가 가능해지고, 전화기로 할 수 있는 일이 좀 더 많아졌을 뿐이다. 스마트폰의 보급률 88%로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는 현재, 대세가 PC에서 모바일로 넘어가는 것 또한 작은 혁신의 과정일 뿐이다.

주목해야 할 것은 ‘어떻게 명령하는가’이다. 처음 휴대전화가 나왔을 때는 하나의 버튼에 하나의 기능만 있었다. 숫자와 통화/종료 버튼들은 자기 역할 하나에만 충실하면 그뿐이었다. 지금은 화면 전체가 입력과 출력을 겸하는 도구가 됐다. 많은 장치들이 입력, 혹은 출력 일변도였던 것에서 입출력을 함께하기 시작했다. 그 방법도 압력식에서 정전식으로 바뀌었다. 이제 가상현실(Virtual Reality, VR)이 조금씩 대중화를 향하고 있는데, 정적인 화면이 동적으로 진화하며 명령의 방식도 함께 진화하고 있다.

▲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는 스마트폰에 앰비언트 UX를 대입해 생각하면 좀 더 쉽게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애플의 경우 모바일 기기에 iOS, 맥 시스템에 OS X를 제공하고 있다. 구글은 자사의 웹브라우저 앱 ‘크롬’을 안드로이드 OS와 iOS 모두에 제공한다. 위 사진은 크롬을 사용해 구글에 접속했을 때 PC에서 화면과 스마트폰에서의 화면이다. 화면 크기의 제약이 많은 모바일 버전은 PC 버전보다 단순하다. 하지만 기능 면에서는 크게 다른 점이 없다. 모바일 버전 역시 같은 구글 계정으로 로그인해 두면 같은 북마크를 사용할 수 있고, 추가와 삭제도 자유롭다.

 

▲ 네이버를 비롯한 각종 포털사이트가 PC에서 모바일 환경으로 빠르게 전환하면서도 놓지 않았던 것이 연결성이었다. 스마트폰 이전의 PC 환경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인터페이스를 고수하고, 서비스를 이용하는 과정을 최대한 다르지 않게 정리했다. PC에서 로그인해서 A 카페에 접속하는 순서가 모바일에서도 같다. 다른 이용 환경에서 오는 이질감을 줄여야 이용자들을 붙잡아둘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행위-같은 경험, 확실히 편해진다

자주 방문하는 유머 사이트에 로그인을 해 보자. PC에선 키보드, 때로는 마우스까지 필요하지만 스마트폰에선 화면 자체가 입력장치 역할을 해 별도의 추가 장치가 필요치 않다. 보기만 하던 화면이 능동적으로 진화한 것이 스마트폰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다. 화면의 한 영역이 입력 부분으로 정해진 것도 아니어서 다양한 변화에 대처하기에도 적절하다.

하지만 어떤 부분에선 막강해 보이는 터치 디스플레이도 고개를 숙이는 때가 있다. FPS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스마트폰은 좋은 게임기가 아니다. 화면을 손으로 터치해야 하는 특성상 시야의 일부분을 항상 가리고 있을 수밖에 없다. 활용할 수 있는 것도 두 엄지손가락이 전부여서 다양한 움직임을 만들기도 어렵다. 스마트폰이 지금보다 더욱 강력해지려면 한 번에 2개가 전부인 입력 장치를 보완할 수 있는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

‘게임할 때 불편하다’는 이유도 사용자의 소중한 경험이다. 오히려 좋은 점보다 나쁜 점이 발전에 더 큰 영향을 끼친다. 대부분의 스마트폰 지문인식 기술은 잠금 해제나 결제 정도에 적용돼 있지만, 머지않아 웹사이트 로그인 등 간단한 보안 절차에도 적용돼 비밀번호를 일일이 기억할 필요가 없어질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 더 나아가면, 진화된 음성인식으로 사용자의 목소리 자체가 열쇠가 될 수도 있고, 마이크로소프트의 ‘리얼 센스’처럼 전면 카메라가 사용자의 얼굴을 인식하는 것도 머지않은 미래에 적용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모름지기 ‘끝없이 편해지려는’ 인간의 욕심 덕에 가능한 일이다.

 

전진만을 추구해선 안 된다
기술 발전의 종착역은 어디일까? 영화 ‘써로게이트’처럼 기계 장치에 누워 ‘인공 자신’을 조종하는 세상? 애니메이션 ‘월-E’처럼 로봇에 모든 걸 맡기고 진화를 포기할 만큼 편안해진 삶? 폭넓은 사용자 경험이 쌓여 기술이 발전한다 해도 그것이 희망적이고 진취적일 것이란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단순히 지금처럼 ‘더 빠르게, 더 효과적으로, 더 편안하게’만을 추구하는 사용자 경험은, 서로 다른 명령의 행위들이 하나로 통합될 때 유토피아가 될지 디스토피아가 될 지 알 수 없게 만든다.

건전한 폐쇄성을 추구하는 애플의 소프트웨어가 약간 다른 방향으로 이런 경험과 궤를 함께하고 있다. 집에서 아이맥으로 작업하던 보고서를 회사에 출근하며 아이폰으로 수정하고, 회의실에서 아이패드로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것은 이미 가능한 일이다. 기기가 컴퓨터, 스마트폰, 태블릿PC 등으로 다를 뿐이지, 사실상 같은 작업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애플의 장점이다.

하지만 그 폐쇄성으로 인해 선택의 다양성에 제한이 생기는 것은 단점이다. 기업 입장에선 자사 제품만을 사용하는 것이 최선이겠지만, 이는 독과점을 사탕발림으로 포장한 이음동의어일 뿐이다. 기술의 향상에 따라 함께 진화하는 사용자 경험은, 자칫 잘못하면 다양성을 상실하고 모든 사람들이 똑같은 환경에서 제자리걸음을 하게 만들 수도 있는 양날의 검이다.

스마트폰 이후의 모바일 환경은 알고 보면 10년 역사가 전부다. 아직 인간의 삶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지는 않다. 그런데 해마다 더 많은 사람들의 경험이 쌓여 가는데도 다양화보다 획일화가 더 빠르다. 단지 몇몇 거대 기업이 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지금보다 더 다양해질 기기들에서 다양하지 않은 경험이 쌓이고 그것이 혁신의 밑거름이 된다면, 그래서 결국 사용자 인터페이스가 굉장히 단순해진다면, 과연 우리는 그런 세계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 당당할 수 있을까? ‘우리가 세계를 더욱 단순하게 만들었다’는 것을 자랑하는 미래가, 과연 지금보다 나아진 세상일지는 깊이 고민해봐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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