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 엄지 PC방을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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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산 엄지 PC방을 찾다
  • 정환용 기자
  • 승인 2016.05.24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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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을 사랑한 PC방

PC방 산업이 말 그대로 ‘폭발’했던 2000년대 초반부터 2010년까지, 국내 PC방의 수요는 2만 곳이 넘는 호황을 이뤘다. 하지만 2010년 스마트폰이 등장하고 게임업계의 흐름이 급속히 변화하며 현재는 11,000여 곳으로 절반 이하로 줄었다.

지난 2013년부터는 흡연 금지구역으로 지정돼 그 속도가 더 빨라지기도 했다. 자영업 레드오션의 선구자적인 입지에 선 PC방은 매출의 방향을 달리하며 지속적인 유지를 위해 노력했고, 지금은 새로 생기는 곳보다는 기존의 매장을 새로 꾸미는 형태의 리프레시가 주로 이뤄지고 있다.

현재의 PC방 추세는 오랜 이용 시간보다는 사이드메뉴 판매가 주력이 되고 있다. 이용 환경이 쾌적해진 결과 커피, 주전부리 등의 카페테리아에서 오히려 PC 이용 수익보다 높은 매출이 나오기도 한다. PC방 본연의 자세는 쾌적한 이용 환경보다는 쾌적한 PC 사양이었지만, 변화의 흐름은 역시 매서웠다.

손에 꼽을 만큼 꾸준한 PC 업그레이드로 손님들을 단골로 삼아 나가는 것으로 유명한 일산의 엄지 PC방을 찾아 김완 사장을 만났다. 얼마 전 업그레이드한 CPU와 동반 구입한 RAM, 메인보드의 이전에는 4세대 하스웰 리프레시가 있었다. 이는 김 사장이 처음 사용했던 i5-750 린필드 프로세서부터 시작된 인텔 마니아의 행보다.

 

How to survive?

사실 PC방은 자영업 중에서도 특수한 업종에 속한다. 스타크래프트 1이 확장팩 출시로 완성된 1999년 초반부터 무섭게 성장한 산업이, 지금은 오히려 당시보다 이용요금이 저렴해졌다. 2천 원이 주류였던 1999년, 그리고 지금은 1,200~1,500원이 일반적인 요금이 됐다.

경쟁이 심한 곳은 시간당 이용 요금을 1천 원 이하로 받으며 출혈 경쟁하는 곳도 있다. 수익 구조도 PC 이용요금이 90%였던 것이 간식 매출의 비중과 비등해졌다. 점포 숫자는 줄었지만 100대 이상의 PC를 보유한 대형 매장이 늘고 있다.

지금 시기에 PC방을 새로 오픈해 보겠다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다고 한다. 어려운 선택이다. 이미 오랜 기간 한 곳에 자리를 잡고 있는 동네의 터줏대감 격의 PC방도 운영이 쉽지 않다.

꾸준히 히트작이 나오던 때와 달리 지금은 업계를 뒤흔들 만한 신작도 가뭄에 콩 나듯 보기가 쉽지 않다. 쉽지 않은 시장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은 PC의 성능, 그리고 PC를 이용하는 환경 등 ‘기본에 충실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엄지 PC방은 이 두 가지를 균형 있게 유지하고 있다. 매년 새로운 인텔 프로세서가 출시될 때마다 PC를 업그레이드하며 최신 성능을 유지한다.

제한된 공간에 한 대의 PC라도 더 배치하려는 것보다는, 손님에게 더 나은 환경을 선택했다. 앉아 쉴 수 있는 벤치를 복도에 배치하고, 공기청정기도 24시간 돌리며 쾌적한 공기를 끊임없이 제공한다. 문을 열면 사람보다 담배연기가 먼저 손님을 반기던 PC방과 천지차이다.

흡연자를 위한 흡연실도 PC방 안쪽과 바깥쪽에 2군데를 마련했다.(흡연자인 기자에겐 눈에 띄는 장점이다) 오래 있어도 공기가 탁하지 않고, 조명의 밝기도 적당해 와우 공격대를 두 번 뛰어도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을 것 같다.

 

인텔 스카이레이크, 업그레이드에 적기(適期)

엄지 PC방은 스카이레이크 i5-6600 프로세서와 16GB RAM 조합으로 PC를 구성했다. 사용 중이던 CPU, RAM 세트의 감가상각을 적용해도 꽤 큰 투자였다.

VGA도 현재 가격 대비 성능이 좋은 GTX970을 사용하고 있다. 저장장치는 HDD가 아니라 500GB 용량의 SSD를 사용해 속도가 저하될 수 있는 원인을 최대한 없앴다.

과감한 투자와 운영이 입소문을 타 많은 단골손님들이 꾸준히 엄지 PC방을 찾고 있다. 다른 곳으로 옮기는 일이 별로 없고, 몇 년간 이곳을 찾는 손님들도 꽤 있다.

엄지 PC방의 김완 사장은 거의 1년에 한 번씩 하드웨어를 업그레이드한다고 했다. PC방의 입장에선 그 간격이 상당히 짧은 편이다. 아직도 1세대 샌디브릿지나 2세대 아이비브릿지 프로세서를 사용하는 PC방도 많은데 말이다. 김 사장은 이것이 꾸준히 손님들의 발걸음을 끌어오는 투자라고 언급했다. 지난해 9월 6세대 프로세서가 출시됐을 때에도 변함없이 업그레이드를 단행했다.

14nm 공정으로 제작된 i5-6600 프로세서는 쿼드코어 4스레드 구성으로 기본 3.3GHz, 터보부스트 3.9GHz 속도로 동작한다. L3 캐시 메모리 6MB로 CPU와 RAM의 속도 차이에 의한 병목 현상을 완화시켜 준다. 전력 소모도 설계전력 65W로 많지 않다.

차세대 DDR4 RAM도 지원한다. DDR4는 기본 속도가 2,133MHz로 프로세서의 명령 수행이 무척 빨라졌다. 특히 쓰기 속도가 30% 가량 빨라진 것이 DDR4와 더불어 스카이레이크 프로세서로의 업그레이드를 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4월 중순 현재 25만 원대에 구입할 수 있다.

 

일산동구 백석동의 한 건물 지하에 있는 엄지 PC방의 입구는 인텔 스카이레이크 프로세서를 홍보하는 배너가 서 있다. 여기에 설치된 6세대인 최신 프로세서와는 대조적으로, 아직도 많은 PC방에서 구형 2~3세대 프로세서를 사용하고 있다. 한두 번 왔던 손님들이 이곳을 다시 찾는 이유 중 하나다.

 

PC방을 찾은 시간이 오후 나절이었지만 PC를 이용하는 손님이 꽤 있었다. 한 사람이 사용하는 면적이 꽤 넓었고, 의자도 오래 앉아 게임을 즐기기에 편안했다. 조명 또한 예전처럼 어두컴컴하지 않았고, 은은한 황색 조명이 게임에 집중하도록 도움을 준다.

 

입구의 왼쪽에는 화장실과 휴식 공간이 있다. 굳이 별도로 휴식 공간을 만들기보다 PC를 한 줄 더 두는 것이 매출에 도움이 될 것 같았지만, 김 사장은 이런 배려가 몇 자리를 더 들이는 것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PC방 전면 금연 정책은 당시 많은 논란과 함께 영업 위기를 만들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난 지금은 PC방 이용객의 범주가 넓어질 정도로 호응이 좋다고.

 

입구에 들어서면 오른쪽에 카페테리아 겸 카운터가 있다. 전면에 있는 선불 결제 시스템을 이용하면 시간 단위로 계산하는 것보다 저렴하고, 이용 후 남은 시간을 다음 방문 때 사용할 수도 있다. 안쪽에선 직원이 분주히 주문 받은 커피를 만들고 있었고, 한 쪽 매대에는 다양한 음료와 간식들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성능이 곧 경쟁력’이라고 믿는 김완 사장. 매년 새로운 라인업이 공개되는 것을 눈여겨보고 있다가, 출시시기에 맞춰 업그레이드를 단행한다고. 사실 이전 세대인 하스웰 프로세서도 성능 면에서 한두 해쯤 더 사용해도 결코 나쁘지 않은 CPU였다.(브로드웰 프로세서는… 언급하지 않도록 하겠다)

하지만 김 사장은 단순한 장비 교체만이 아니라 PC방 운영 전반적인 내용을 보면 오히려 이득이라고 한다. 사용 기간이 길지 않아 감가상각이 크지 않고, 주기적으로 PC 내부 청소도 할 수 있어 유지·관리 면에서도 좋은 선택이라고. 오는 3분기 출시 예정인 차세대 프로세서 ‘카비레이크’ 역시 엄지 PC방에서 체험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전 좌석에는 39인치와 32인치 모니터가 배치돼 있고, 키보드는 기자도 사용하고 있는 덱 헤슘 프로 청축 제품이었다. 기계식 키보드로선 만만치 않은 가격이지만 손님들의 취향을 고려해 고성능 제품을 비치했다고 한다.

마우스 또한 전통의 강자 로지텍 G1과 함께 매드캣츠의 R.A.T. 7도 놓여 있었다. 손님의 취향에 맞춰 선택권을 준 것과 더불어, 고가의 제품을 배치한 것이 놀라웠다.

PC방에서 찾기 힘든 고가의 음향 시스템도 엄지 PC방의 자랑이다. 전 좌석이 사운드 블라스터 ZX 사운드카드와 스틸시리즈 헤드셋이 배치돼 있어 강력한 음향 시스템을 경험할 수 있다.

 

게임업체는 PC방 이용 고객에게 다양한 혜택을 주는데, 블리자드의 신작 ‘오버워치’는 지난 4월 클로즈 베타 테스트를 PC방 대상으로 진행했다.

전국 500개 PC방을 대상으로 한 행사에서 엄지 PC방은 전국 리스트에서도 첫 페이지에 이름을 올릴 만큼 유명하다. 경기도 지역 리스트에선 첫 번째로 이름을 알렸다.

오버워치는 5월 초 오픈베타 테스트에 이어 5월 24일 PC, PS4, Xbox One으로 정식 출시될 예정이다.

김 사장은 오버워치에 대해 “기대가 크다”며, 스타크래프트와 리그 오브 레전드에 이어 PC방 산업을 일으켜 줄 새 원동력이 돼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앞서 언급했던 PC방의 생존 요건에 외부적인 요인인 ‘히트작’이 더해지면, 좋은 PC방을 운영하는 사람과 게임을 즐기러 PC방을 찾는 사람 모두가 웃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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