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머 ≒ 마약중독’ 성립하는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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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머 ≒ 마약중독’ 성립하는 대한민국
  • 정환용 기자
  • 승인 2016.05.03 09:36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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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 게임에 질병코드 부여하겠다

지난 2월 25일, 제78회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보건복지부가 ‘정신건강 종합대책’을 확정했다. 알콜, 도박, 마약과 함께 이미 4대 중독에 포함돼 있던 인터넷에 게임을 더해 5대 독으로 포함시키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게임을 질병코드로 규정해 사실상 게임과 마약을 같은 선상에서 바라보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수많은 게이머들과 게임업계는 즉각 반발했고, 사전 협의가 없었던 강행이라며 문화체육관광부와 미래창조과학부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그러나 복지부는 요지부동, 지난 2013년 신의진 의원의 게임중독법 발의도 근거가 부족해 계류 중인 것은 아랑곳하지 않고 근거가 없는 일부 사례를 내세워 게임을 마약과 같은 중독 대상으로 분류하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기자는 이런 정책을 통과시킨 보건복지부장관의 정신건강이 어떤 중독자보다 더 염려스럽다.

도박이나 마찬가지인 게임, 기자는 플랫폼과 장르를 불문하고 거의 매일 즐기고 있다. 일하면서도, 커피를 마시면서도, 화장실에서도, 퇴근하고 나서도, 자기 직전에도 게임을 한다. 심지어 지난 휴가 때, ‘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즐기기 위해 노트북과 마우스를 들고 중국에서 일하고 있는 친구에게 다녀오기도 했다. 4일의 체류기간 중 사흘 동안 기자는 친구와 함께 주구장창 레이드를 다녔다. 이런 기자는 중독인가 아닌가?

 

2년 만에 다시 묻습니다.
기자는 전역 후인 2005년부터 지금까지 무슨 일이 생기지 않은 한 꾸준히 게임을 즐겨, 아니, 게임에 빠져 살아왔다. 그 대상은 아케이드 게임부터 PC, 휴대용 게임, 콘솔, 스마트폰까지 플랫폼과 장르를 가리지 않았다. 한 온라인 게임은 2006년부터 10년 동안 끊지 못하고 즐기고 있기도 하다. 얼마 전에는 약 2년여 전에 스마트폰에서 지웠던 게임을 다시 찾아 다운로드받아 하고 있다. 당장 이 글을 쓰기 전 아침 출근길에서도 스마트폰 게임을 했다. 

보건복지부에 묻고 싶다. ‘정신건강 종합대책’이라 이름붙인 이 정책을 기반으로, 기자는 중독인가? 만약 중독이라면, 기자는 어떤 처방과 치료를 받아야 하는가? 아니, 치료할 방법이 존재하기는 하는가?

 

정신건강 종합대책
보건복지부가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확정한 이 대책은, 소위 ‘정신건강에 대한 전 사회적 대응 역량 강화’를 위한 대책으로, 2020년까지 5년간 시행될 예정이다. 4년 전 여성가족부의 ‘셧다운제’와 신의진 의원의 ‘중독 예방·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에 이어 세 번째 게임 관련법 이슈다. 듣는 것만으로도 기가 차는 박성호, 손인춘 의원의 ‘합법적 삥뜯기’ 법률안은 언급할 가치도 없으니 넘어간다.

초·중·고등학교 내에서 인터넷 게임과 스마트폰 등에 대한 중독 선별 검사를 강화하겠다는 것이 이 대책에서 주의 깊게 봐야 할 항목이다. 스마트폰과 게임 모두 중독에 대한 주의가 필요한 것은 맞다. 특히 청소년 중독은 자신과 주변에 끼칠 수 있는 여파가 크고, 성인의 보호를 받는 입장에서 치료의 접근성이 높기 때문에 기자도 중독 예방과 치료 자체는 적극 찬성이다.

하지만 그 요소에 접근하는 방법이 문제다. 일례로 인터넷중독대응센터에서 이름을 바꾼 ‘스마트쉼센터’에서 중독 진단을 하는 항목이 있다. 그 항목을 읽다 보면 ‘인터넷을 하면 기분이 좋아지고 쉽게 흥분한다’거나, ‘인터넷을 하는 동안 더욱 자신감이 생긴다’는 등, 마치 인터넷이란 플랫폼을 잠재적인 중독 물질로 규정짓고 있는 듯하다. 인터넷을 잠재적으로 언제든지 중독될 수 있는 가능성을 품고 있는 것처럼 치부한 것은 매우 편향적인 태도라 볼 수 있다. 심지어, 인터넷을 이용해서 어떤 일을 하는지 그 용도에 대한 아무런 전제조건도 없다. 기자가 자료를 찾고 홈페이지에 기사를 쓰는 등 하루에도 몇 시간씩 인터넷을 이용하는데, 이걸 중독이라 할 사람은 없다. 같은 시간 동안 인터넷을 이용하는 중학생이 어떤 말을 들을지는 알 수 없다.

 

해당 진단을 해본 결과 기자는 60점 만점에 26점으로, ‘문제가 없다. 때때로 인터넷 활용에 대해 자기 점검을 수행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단지 15개 항목, 그리고 성별과 나이와 (왜 수집하는지 모를) 지역 정보만으로 중독 정도를 진단할 수 있다니… 이 문항을 작성한 사람은 천재란 말인가?

문득 몇몇 기준을 가지고 소고기가 A++ 급인지 B급인지를 분류하는 등급판정사가 떠오른다. 수많은 청소년들에게 설문지 한 장을 던져주고, 그 결과에 따라 50점대 아이들과 30점대 아이들이 구분되는 모습을 떠올려 보라. 학생들이 이 구분에 만족할 수 있을지, 받아들일 수 있을지 무척 의심스럽다.

 

복지부가 게임을 바라보는 자세

광고 영상: https://youtu.be/izAxA7lXXJ8

위 사진은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제작, 배포한 게임중독 광고다. 사진 아래의 링크를 클릭하면 해당 동영상을 볼 수 있다. 기자가 낸 세금이 이런 곳에 쓰인다는 것에 먼저 분노했지만, 혼자의 세금만 축난 것이 아니란 생각에 곧 수그러들었다.

27초의 영상은 게임중독 여부를 테스트하는데, 게임의 BGM이 환청처럼 들린 적이 있거나, 사물이 게임 캐릭터처럼 보인 적이 있냐고 묻는다. 무릇 홍보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그 주체의 긍정적 이미지를 만들기 위함인데, 이 영상은 몇 번을 돌려봐도 일말의 공감도 생기지 않는다. 복지부와의 계약으로 이 영상을 만든 사람들에게 동정심까지 생기려 한다.

과거 신의진 의원이 발의했던 ‘중독 예방·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에서도 허점이 드러났듯, 인터넷이나 게임에 대한 중독은 그 정의가 제대로 돼 있지 않다. 해당 법률안에서 규정하는 관련 항목이 ‘인터넷게임 등 미디어 콘텐츠’로 적혀 있다. 게임 뿐 아니라 그 범위를 알 수 없는 ‘미디어 콘텐츠’란 단어를 사용해 이 규제가 추후 게임 이상으로 확대될 수 있는 여지도 있다고 해석된다. 마치 나중을 위한 포석처럼 보이기까지 하는 단어를 사용한 법안이다.

2014년 해당 법안이 발의된 뒤 수많은 토론들이 벌어졌지만, 찬성 입장의 주장에는 법적, 의학적 근거를 내세우지 못하고 ‘우리 아이들을 지켜야 한다’는 뜬구름만을 잡기에 급급했다. 규제 대상에 대한 정확한 범위조차 모른 채 선심 쓰듯 내세운 법안이니 당연하다.

보건복지부의 발표에서도 그 정의가 명확하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조사 자료로 5년이 지난 2011년 역학조사 자료를 내세우며 ‘국민 100명 중 6명이 4대 중독자(알코올·인터넷·도박·마약)로 추정된다’고 했다. 이미 인터넷을 도박, 마약, 알콜과 같은 중독물질로 분류하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다음 문장에서 초중고교 내에서 중독 선별검사를 강화한다는 대상으로 인터넷게임과 스마트폰을 내세운 것은, 인터넷을 게임과 동일시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 문제는 신 의원의 법안에서도 논란이 된 것이었는데, 전혀 수정이나 보완이 안 됐다는 것을 보건복지부 스스로 증명한 셈이다.

‘정신건강 종합대책’의 내용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2013년에 발의한 법안도 아직 통과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부처가 나서서 도와주고 있는 모양새가 된 점이다. 보건복지부는 해당 대책에 대해 게임업계가 ‘1천억 원대의 중독치유부담금을 부담해야 되는 것이 아니냐’ 하는 문제에 대한 해명 자료로 치료와 예방을 위한 데이터 축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보도자료로 일부 게임중독 사건사례를 첨부하며 규제에 대한 필요성을 은연중에 강조했다.

 

▲ 마약을 온화한 시선으로 볼 것인가, 게임을 엄격한 시선으로 볼 것인가. 두 선택지가 마음에 안 들어도, 게임과 마약은 정신건강의 측면에서 볼 때 같은 레벨의 중독물질이니 어쩔 수 없다.

 

▲ 알콜 중독은 사실 3개 중에선 가장 위험한 중독 물질이다. 마약의 경우 의학적 용제가 아니면 불법이어서 구하기가 어렵지만, 술은 성년이라면 누구나 쉽게 구할 수 있어 접근하기 좋고, 중독되는 경우 마약과 함께 신체 증상으로서의 중독으로 구분돼 개인이나 주변에 끼치는 위험성이 무척 높다.

 

무엇을 규제해야 할지도 모르는 정부부처가 과연 게임을 중독 물질로 규정하면 어떻게 제한할까? 온라인 게임을 일정 시간 하지 못하게 접속을 제한해도, 즐길 수 있는 온라인 게임은 수백여 가지다. 아예 네트워크 접속을 차단하는 것은, 같은 PC를 사용하는 다른 사람에 대한 권리 침해다.

스마트폰 게임을 일정 시간 이상 구동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것을 상상해도, 특정 브랜드의 스마트폰 OS에선 불가능하다. 하다못해 오락실 게임에 푹 빠진 고등학생은 어쩔 것인가? 보건복지부는 오락실 체류 3시간이 지나면 그 학생을 ‘게임 중독 예방!’을 외치며 오락실에서 내쫓을 셈인가?

‘적당히’ 한다면, 게임이 아니라 그 어떤 것도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 한국에선 대마초가 마약이지만, 몇몇 국가와 도시에선 제한적으로 허용되고 있다. 그 곳 사람들이 특별하기 때문에 합법화된 것이 아니라면, 매우 포괄적으로 판단할 때 3개의 중독 물질은 정상의 범주 안에서 관리할 수 있다.

하지만 일부 스스로를 제어하기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고, 정부 차원의 관리와 지원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소수의 사례만을 가지고 그 전체를 규제하려 들면, 결국 보다 손쉬운 관리를 위해 일부를 전체로 매도해 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산업이 아니라 자신의 지갑을 발전시키는 누군가가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사상누각, 모래 위에 지은 집이 튼튼할 리가 없다. 차라리 미래창조과학부와 문화체육부 등의 관련부처와 K-IDEA, 게임업체 등의 단체에서 많은 관련 전문가들이 모여 인터넷, 게임 등을 정확히 정의하는 걸 우선시하고, 민관이 모두 수긍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유효 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제대로 된 순서다.

지금처럼 무턱대로 ‘게임을 술, 도박, 마약과 같은 중독 물질로 구분하고 중독자들을 솎아내겠다’는 계엄령 같은 정책 발표가 가져오는 것은, 게이머들의 돌팔매질과 게임업계의 손가락질, 그리고 전 세계적인 비웃음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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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진 2016-06-10 19:31:30
게임 하는 것을 줄이도록 많이 노력해서
중독에 안걸리도록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알중123 2016-05-18 21:09:32
기사잘읽었습니다. 학교 숙제에 도움이 되내요

줄루 2016-05-04 00:53:09
ㅡㅡㅋ 돈을 써야 돈이 들어오거든요...법안만들고 거기에 중독 추가?하면 거기에 들어가는 돈...특히 중독자들이라 부르는 몇몇잡아서 치료라는 명목으로 엄청난돈을 부어들이고 실직적으로 문서에 했다라고만 명시하면 끝이니 뭐 그돈으로 뭘하는지는 모르는거죠 막말로 알콜이나 담배 또는 마약 같은류들은 눈에 보이는 질병이라도 있지 이건뭐

알중 2016-05-03 16:50:13
알콜은 주류협회라는 막강한 조직이 정치권과 방송 언론에 로비를 합니다.
그래서 빠져나가는 것이지요.
마약조직이나 게임업체는 그럴 힘이 없어요.
수십, 수백억씩 로비할 수 있어요?

술이란 것은 조폭들이 목숨 걸면서 지켜낼 돈줄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