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의 기원: 레이싱 게임
상태바
장르의 기원: 레이싱 게임
  • 임병선 기자
  • 승인 2016.04.29 15:37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누구보다 빠르게, 누구보다 강하게’라는 것은 대부분 인간이 갈망하는 목표일 것이다. 이러한 욕구 속에서 인류는 끝없이 새로운 것을 만들어 왔다. 빠르게 달리는 방법은 몸을 이용해 직접 뛰는 것도 있지만, 자전거나 오토바이, 자동차 등 탈 것을 이용하기도 한다.

탈 것을 타고 누가 더 빠른가를 겨루는 레이싱 경주가 생겨났고 이를 게임으로 누구나 즐길 수 있도록 한 것이 레이싱 게임이다. 레이싱 게임은 스포츠 장르로 구분될 수도 있지만, 무언가를 타고 달리는 방식이 많은 만큼 별도로 분류하기도 한다.

반대로 사실적인 레이싱 게임이 등장하게 되면서 시뮬레이션 장르와도 겹치는 부분이 상당수 있다. 앞서 시뮬레이션 장르에서 레이싱을 다루기도 했지만, 여기서는 과거 아케이드식의 레이싱 게임부터 시뮬레이션 식의 레이싱 게임까지 다루고자 한다. 물론 비행기나 다양한 탈 것을 이용한 레이싱 게임도 많지만, 지면상 자동차 레이싱 게임으로 한정한다.

 

▲ 게임기에는 위아래로 움직이는 레버만 달려있다.

레이싱 게임의 태동

최초의 레이싱 게임으로는 1973년 아타리가 출시한 ‘스페이스 레이스’(Space Race)를 꼽는다. 스페이스 레이스는 유성이 날아다니는 우주를 배경으로 우주선을 조종해 건너편으로 가는 게임이다.

건너편으로 넘어가면 하단에 숫자가 올라가고 다시 시작 지점에서 출발하게 된다.

어떻게 보면 자동차와 장애물을 피해 이동하는 ‘프로그’(Frog)와도 비슷하지만,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2명이 경쟁해 게임을 즐기는 방식이다,

▲ 최초 레이싱 게임은 슈팅 게임에 가까웠다.

스페이스 레이스 게임기의 컨트롤러는 위아래로 움직이는 2개의 조이스틱이 전부다. 이 조이스틱을 조작해 제한 시간 내 상대보다 더 많은 바퀴를 도는 쪽이 승리하게 된다. 하지만 스피드를 만끽할 수 있는 구조는 아니다.

스피드를 느낄 수 있도록 제작된 레이싱 게임은 1974년 타이토에서 제작한 ‘스피드 레이스’(Speed Race)다.

▲ 화면 스크롤로 달리는 느낌을 살린 ‘스피드 레이스’.

자동차 경주를 하는 게임인 스피드 레이스는 배경이 정지된 스페이스 레이스와 달리 화면 스크롤과 함께 상대 자동차를 추월하는 스피드감을 만끽할 수 있었다. 또한, 이 같은 방식의 레이싱 게임이 한동안 정석으로 자리 잡게 된다.

스피드 레이스의 또 다른 특징은 조이스틱이나 버튼이 아닌 핸들을 게임기에 장착했다는 것이다. 요즘 레이싱 게임에 적용되는 핸들처럼 세밀한 조작을 하는 것이 아닌 단순하게 왼쪽 오른쪽으로만 움직이는 방식이지만, 간접적으로 운전해볼 수 있는 체감형 게임기였다.

▲ 게임은 이상하지만, 게임기 완성도는 뛰어났던 ‘그란 트랙 10’.

같은 해 출시된 아타리의 ‘그란 트랙 10’(Gran Trak 10)은 좀 더 진일보된 조작 방식을 취했다. 핸들은 물론 액셀, 브레이크, 변속 기어(1~3단, 후진)까지 직접 조작할 수 있었다. 그란 트랙 10은 마치 미니맵을 보듯이 전체 트랙을 위에서 쳐다보면서 자동차를 조작하는 게임이다. 다른 자동차와 경주하는 형태는 아니고 제한 시간 내 얼마나 긴 거리를 이동하느냐가 전부였다.

 

아케이드 방식 발전

레이싱 게임은 아케이드를 중심으로 점점 발전해 갔다. 그중 현재 레이싱 게임 화면을 보여준 게임은 1982년 남코(現 반다이남코)에서 출시한 ‘폴 포지션’(Pole Position)이다.

▲ ‘폴 포지션’은 레이싱 게임 역사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다.

고전 레이싱 게임 중 가장 성공적이었던 폴 포지션은 이후 출시된 레이싱 게임에도 큰 영향력을 줬으며, 레이싱 게임 역사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다.

F1 차량을 몰고 서킷을 달리면서 CPU의 자동차를 추월하는 방식으로, 체감형 게임의 원조이기도 하다.

과거에도 레이싱 휠이나 액셀, 브레이크 등이 달린 게임기가 있긴 했지만, 폴 포지션은 실제 자동차를 운전하는 것처럼 아예 전용기기에 앉아 게임을 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 해당 방식에서 가장 인기 있던 ‘아웃런’.

플레이 방식도 시간제한과 일정 체크포인트를 지나면 시간이 늘어나는 등 이후 출시된 아케이드 레이싱 게임들은 이 같은 것을 그대로 차용해 아케이드 레이싱 게임의 교과서적인 존재다.

이러한 방식의 레이싱 게임이 계속 큰 인기를 얻었지만 1990년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PC와 콘솔 등 집에서 레이싱 게임을 즐기는 사람이 늘어나자 서서히 쇠퇴했다.

 

누구나 쉽게 집에서

1980년대 후반, 다양한 아케이드 레이싱 게임이 콘솔로 이식되면서 집에서도 레이싱 게임을 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그래픽이나 사운드는 물론, 컨트롤러도 게임 패드 내지는 스틱이 전부였다. 이런 컨트롤러로 레이싱 게임의 섬세한 조작은 힘들었으며, 자연스레 간단하거나 독특한 레이싱 게임이 큰 인기를 얻게 된다.

▲ 빠른 스피드를 느낄 수 있었던 ‘에프제로’.

1990년 닌텐도에서 슈퍼패미컴으로 출시한 ‘에프제로’(F-ZERO)는 엄청나게 빠른 레이싱 게임을 체감할 수 있었다.

미래를 배경으로 한 에프제로는 400km/h가 넘는 속도로 레이싱을 펼치는데 스피드감은 물론 슈퍼패미컴 패드에 특화된 조작으로 큰 인기몰이를 했다.

이런 조작 방식은 1992년 출시된 ‘마리오 카트’(Mario Kart)가 이어받는다.

▲ 캐주얼 레이싱 게임의 원조 격인 ‘마리오 카트’.

1992년 슈퍼패미컴으로 출시된 마리오 카트는 기본 시스템은 에프제로를 그대로 하고 있지만, ‘마리오’라는 익숙한 캐릭터가 주류가 되면서 좀 더 가볍게 만들 필요가 있었다.

속도감은 조금 줄이고 불리한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아이템을 추가해 누구나 레이싱 게임을 쉽게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마리오 카트의 성공은 캐주얼하게 만든 레이싱 게임도 성공할 수 있는 것을 보여줬고 이후 다양한 마리오 카트 아류작을 탄생하게 한다. 지금도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넥슨의 ‘카트라이더’도 마리오 카트에서 파생된 게임 중 하나다.

 

▲ 3D 레이싱 게임의 정의를 정립시킨 ‘버추어 레이싱’.

3D 시대로 돌입

190년 중반을 넘어서면서 그동안 2D로만 제작되던 레이싱 게임도 시대의 흐름에 맞춰 3D로 제작됐다.

비록 최초의 3D 레이싱 게임은 아니지만, 세가에서 1992년 출시한 ‘버추어 레이싱’(Virtua Racing)은 보여주기 용이 아닌 본격적인 3D 레이싱 게임의 시작을 알린 작품이다.

▲ ‘릿지 레이서’하면 떠오르는 나가세 레이코.

이어 남코에서도 1993년 ‘릿지 레이서’(Ridge Racer)를 시작으로 3D 레이싱 게임을 출시했으며, 1994년 세가는 ‘데이토나 USA’(Daytona USA)를 출시해 본격적인 3D 레이싱 게임의 경쟁이 시작됐다.

그렇지만 레이싱 게임 역사상 가장 큰 사건은 아마 1997년 출시된 ‘그란 투리스모’(Gran Turismo)가 아닐까 싶다.

▲ 레이싱 게임의 역사는 ‘그란 투리스모’를 중심으로 나눈다.

‘리얼 드라이빙 시뮬레이터’를 표방한 그란 투리스모는 그 말 그대로 현실에 가깝게 제작됐다. 차량에 따라 가속력, 최대속도, 커브 등 성능이 천차만별이었으며, 실제 차량의 배기음과 엔진음을 넣어 뛰어난 현실감을 보여줬다. 오죽하면 레이싱 게임의 역사를 나눌 때 그란 투리스모 전(前)과 후(後)로 나누겠는가?

그란 투리스모의 성공은 기존 레이싱 게임들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 줬고, 크게 아케이드, 세미 시뮬레이터, 시뮬레이터의 세 가지 방식으로 나뉘게 됐다.

 

레이싱 전용 컨트롤러

다른 장르 게임보다 레이싱 게임은 전용 컨트롤러의 중요성이 상당히 높다. 물론 전용 컨트롤러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게임을 즐기는 데 전혀 문제없지만, 세밀한 컨트롤이나 체감도, 재미는 크게 달라진다. 특히 전용 컨트롤러가 실제 자동차와 같은 모양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만큼 직접 운전하고 있다는 느낌이 크다.

▲ 레이싱 게임 마니아라면 전용 레이싱 휠 정도는 기본이다.

가볍게 레이싱 게임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키보드나 게임패드로도 충분하지만, 레이싱 게임 마니아라면 당연히 전용 컨트롤러인 ‘레이싱 휠’ 하나 정도는 가지고 있을 정도로 필수다.

문제는 어느 정도 가격이 적당한 수준인지다. 저렴한 제품이라면 10만 원 미만으로 구매할 수 있지만, 성능이 뛰어난 제품은 휠만으로도 50만 원 이상을 호가한다. 여기에 거치대나 전용 시트, 넓은 화면으로 즐기기 위한 트리플 모니터 등을 추가하면 몇백만 원은 우습게 깨진다.

비록 뛰어난 장비가 실력과 비례하진 않지만, 그만큼 게임에 더 몰입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준다는 것은 누구든 부정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최근에는 조작에 따라 움직이는 체감형 시트도 등장해 많은 레이싱 게이머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 이 정도 시스템을 갖추려면 몇천만 원은 들어간다.

이 밖에도 모니터를 3개 연결해 레이싱 게임을 즐기는 사람도 상당수 있다. 모니터 1개로 게임을 즐기는 것보다 더 넓은 화면을 볼 수 있으며, 실제 운전하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같이 트리플 모니터를 구성하기 위해선 PC는 다중 모니터를 지원하는 그래픽카드만 있으면 그만이지만, 콘솔 시스템에서는 똑같은 콘솔 3대와 게임 타이틀 3개라는 괴상한 조건이 필요하다. 그런데도 콘솔로만 즐길 수 있는 레이싱 게임인 그란 투리스모 시리즈를 즐기기 위해 이러한 시스템을 갖춘 마니아도 적지 않다.

최근에는 VR 기기와 연동해 360도 시점을 구현한 것도 존재한다.

 

대표 레이싱 게임

 

그란 투리스모

1997년 시리즈 첫 작품이 출시된 후 현재까지 큰 인기를 이어오고 있는 레이싱 게임. 플레이스테이션 1부터 3에 이르기까지 정식 넘버링 작품은 총 6개가 나왔다. 독특하게 출시 기기마다 2개씩 출시됐는데 이번 플레이스테이션4으로는 아직 출시되지 않은 상태다.

그란 투리스모는 독특하게 전연령 이용가임에도 실제 자동차를 운전하는 듯한 조작 때문에 어른들이 더 많이 하는 게임이다. 게임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위닝 일레븐’ 시리즈와 그란 투리스모 시리즈를 하기 위해 플레이스테이션을 구매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다. 덕분에 어른들을 위한 게임이라는 콘셉트도 어느 정도 먹히고 있다.

 

마리오 카트

캐주얼 레이싱 게임의 대명사. 다양한 아이템과 캐릭터마다 독특한 특성이 있어 가볍게 즐기면서도 파고드는 요소도 상당하다. 특히 방어 아이템보다 공격 아이템이 많아 1위는 공식적인 공공의 적이 되며, 순위가 낮을수록 더 빠른 속도를 내도록 해주는 어드벤티지가 있어 상위권을 지키기 어려운 게임이다.

또 다른 별명으로는 ‘본격 우정 파괴 게임’이 있다. 아무리 아군에 친구라도 한순간 실수하거나 방심하면 언제든 뒤통수치기를 당할 수 있다. 가볍게 즐기려고 시작한 게임이 우정을 깨지게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주의를 필요로 한다.

과거에는 단순히 패드의 방향키로만 조작했지만, Wii로 넘어오면서 위모컨의 모션센서를 이용해 전용 Wii 핸들에 넣고 돌리며 플레이하는 방식도 추가됐다. 여담으로 마리오 카트 여섯 번째 시리즈에 해당하는 ‘마리오 카드 Wii’는 3,500만 장이라는 판매량을 기록해 단일 기준으로 가장 많이 판매된 레이싱 게임이기도 하다.

 

포르자 모터스포츠

PS 진영에 그란 투리스모가 있다면, 엑박(X-BOX) 진영에는 바로 ‘포르자 모터스포츠’(Forza Motorsport) 시리즈가 있다. 앞서 엑박 진영의 대표 레이싱 게임으로는 ‘프로젝트 고담 레이싱’(Project Gotham Racing)이 있었지만, 이쪽은 시뮬레이터보단 아케이드 성이 더 강한 레이싱 게임이었다.

포르자 모터스포츠는 그란 투리스모처럼 리얼 드라이빙을 표방하면서 2005년 X-BOX로 처음 출시됐다. 그란 투리스모와 가장 큰 차이점은 차량 충돌에 따른 파손, 성능 저하였다. 당시 그란 투리스모는 운전을 중시해 차량 충돌이 발생해도 파손이 거의 없었고 당연히 성능 저하도 없었다. 최근작에는 어느 정도 파손에 대한 데이터를 반영하고 있지만, 심한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포르자 모터스포츠는 충돌에 따른 파손으로 해당 부위 부품이 망가지면서 성능에 제약이 생긴다. 또한, 직접 자동차 데칼을 만들 수 있어 자신만의 다양한 차량을 만들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니드 포 스피드

‘니드 포 스피드’(Need For Speed)는 1994년 EA를 통해 출시된 레이싱 게임 시리즈다.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아케이드 방식을 지향했고 다양한 시리즈가 나오면서 일부 작품은 시뮬레이터 성향을 가지고 있기도 한다.

니드 포 스피드는 역사가 오래된 만큼 콘솔/PC 패키지판과 모바일, PC 온라인 버전으로 나뉜다. 2000년대 초반까지는 빠른 속도로 경쟁하는 방식을 선호했으며, 2009년 출시된 니트로와 시프트까지는 드리프트나 드래그같은 속도 외 요소를 강조하면서 색다른 재미를 보여줬다. 최근 작품들은 오픈 월드 방식을 위해 플레이어가 원하는 자동차로 자유롭게 돌아다니다가 레이스에 뛰어드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최신 작품으로는 2015년에 출시된 리부트 작품 ‘니드 포 스피드’와 올해 오픈 예정인 PC 온라인 버전의 ‘니드 포 스피드 엣지’가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지나가다가 2017-09-13 08:28:45
개인적으로 기존 레이싱 게임의 틀을 깬 게임이라면

Msx판 코나미의 f1 spirit을 빼놓을 수 없지 않나 싶은데. Pit플레이이를 최초로 구현했을뿐만아니라 풀리그레이스 방식의 포인트점수 등..

기사에 빠진게.아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