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함에 배려가 부족했던 ‘스트리트 파이터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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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함에 배려가 부족했던 ‘스트리트 파이터 5’
  • 임병선 기자
  • 승인 2016.04.28 16: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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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2월 16일, 전 세계 대전격투 게이머들을 열광케 했던 전설의 게임 ‘스트리트 파이터’ 시리즈의 최신작이 출시됐다. 오락실 국민 게임으로도 불렸던 ‘스트리트 파이터 2’ 이후 한동안 스트리트 파이터 시리즈는 유독 국내에서 ‘더 킹 오브 파이터즈’나 ‘철권’에 밀려 빛을 발하지 못했다.

하지만 2009년 출시된 ‘스트리트 파이터 4’가 한글로 출시되면서 다시 국내 게이머의 환영을 받았고 한동안 품귀현상까지 일어났다. 이와 함께 국제 대회 종목에서 우리나라 게이머가 우승하는 소식도 들려왔고 다시 전성기를 맞았다.

이런 상황에서 스트리트 파이터 시리즈의 신작 출시는 대전격투 게이머라면 누구든 반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이번 ‘스트리트 파이터 5’는 완벽하지 않은 상태로 나왔다. 그 이유를 하나하나 따져보자.

 

대전격투 본연의 재미

스트리트 파이터 5는 대전격투라는 본질에 다시 다가선 게임이다. 최근 대전격투 장르는 하는 사람만 하는 마니아 장르가 되면서 시작해보기도 어려운 게임이 되고 있다. 게임은 무릇 ‘쉽게 시작해 어렵게 숙달’하는 것이 오래 즐기기 좋지만, 대전격투 게임만큼은 ‘어렵게 시작해 더 어렵게 숙달’하는 것이 되어가고 있다.

최근 대전격투는 콤보 위주로 싸우는 것을 강요하고 있다. 한번 공중에 뜨면 죽을 때까지 내려오지 못하거나 상대가 실수하지 않는 이상 조작을 포기해야 한다. 게임회사들은 콤보 대미지가 적게 들어가는 ‘대미지 보정’이나 일정 상황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제약 조건을 걸었지만, 초심자를 위한 조치는 아니었다.

반면 스트리트 파이터 5는 복잡한 콤보를 모르더라도 재밌게 즐길 수 있다. 대신 콤보보다 캐릭터마다 독특한 특성과 기본기, 간격, 심리 싸움이 치열해졌다. 이러한 대전격투 센스만 어느 정도 갖추고 있다면 스트리트 파이터 시리즈를 처음 접해본 사람이라도 중수 이상급이 될 수 있도록 간결한 시스템을 취하고 있다.

▲ PC판은 전작보다 좀 더 편한 그래픽 옵션을 지원한다.

 

죽을 때까지 오로지 공격

스트리트 파이터 5는 공격을 하는 사람에게 유리한 시스템을 제공한다. 또한, 멀리서 장풍만 쏴대는 것을 막기 위해 근접해서 기본기 위주 공방을 유도했다.

우선 백스텝 중 무적시간을 없애고 후방 점프 중 공중 필살기를 사용 못 하게 해 뒤로 도망치는 것을 최대한 막았다. 여기에 대쉬 속도를 빠르게 해 상대방과 거리를 좁히기가 쉬워졌으며, 스턴 게이지를 다시 표시해 상대 스턴에 맞춰 계속 공격을 몰아칠 수 있도록 했다. 가드 대미지 KO는 오로지 크리티컬 아츠(초필살기)로만 가능해 이기고 있어도 막판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게 했다.

상대 기본기를 가드 하더라도 가드 대미지만큼 체력 게이지가 흰색으로 표시되고 일정 시간 상대 공격을 받지 않으면 도로 차오르지만 대미지를 입으면 흰색 게이지를 포함해 큰 데미지를 입도록 했다. 이는 공격에 소극적이고 가드만 하는 플레이어를 막는 조치다.

▲ 대전 대기로 해두면 시도 때도 없이 난입해온다.

 

새로운 시스템, V시스템

스트리트 파이터 5는 공통 시스템을 최대한 배제했다. 과거 대전격투는 기본 시스템을 익히는 데만도 많은 시간을 들여야 했다. 심지어 전작인 스트리트 파이터 4만 하더라도 기본 시스템인 ‘세이빙’이 게임 깊숙이 침투하고 있어 이를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중수와 고수가 갈리곤 했다.

대신 ‘중펀치+중킥’으로 발동하는 ‘V스킬’과 ‘강펀치+강킥’으로 발동하는 ‘V트리거’, 반격기 ‘V리버설’ 등 ‘V시스템’을 추가했다. 발동방식은 모든 캐릭터가 같지만, 16명 캐릭터 모두 전혀 다른 성능을 가지고 있어 공통 시스템이라기보단 각 캐릭터 고유 기술로 봐야 한다. 즉, 고유 기술을 버튼 두 개로 손쉽게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V트리거를 발동하기 위해선 별도로 있는 V게이지를 모아야 한다. 이를 모으기 위해선 상대 공격을 맞거나 가드 또는 V스킬을 사용하면 된다. V게이지 칸은 캐릭터마다 모을 수 있는 개수가 2~3개로 다르며, 이는 대전시 중요한 전략요소로 작용한다.

스트리트 파이터 4 후반에 세이빙 시스템 중요하게 작용하면서 중·고수를 나눴듯이 스트리트 파이터 5 또한 점점 갈수록 V시스템 응용에 따라 중·고수를 나누는 기준이 될 듯하다.

 

즐길 거리 좀 내놔라!

앞서 이야기했듯이 스트리트 파이터 5의 입문은 그 어떤 대전격투보다 쉽다. 기본기만 적재적소에 사용할 줄 알고 간단한 콤보만 익혀도 그만이다. 그동안 스트리트 파이터의 난관으로 꼽혔던 강제연결도 버튼 연타하면 쉽게 될 정도며, 춘리의 백열각 같은 버튼 연타 커맨드도 파동권 같은 쉬운 커맨드로 바꿨다.

그러나 아쉽게도 초보자에 대한 배려는 전혀 없다. 게임 시스템은 정작 ‘이렇게나 우리 게임이 쉬워졌으니 모두 즐겨보세요’라고 하면서 이에 대한 콘텐츠는 부족하기 짝이 없다. 캐릭터마다 V시스템이 천차만별로 다름에도 이에 대한 설명이 없을뿐더러 콤보를 익히는 챌린지 모드도 없다.(지난 3월 말, 신 캐릭터 알렉스가 추가되면서 캐릭터 설명 모드와 간단한 콤보 챌린지 모드가 추가됐다.)

여기에 컴퓨터를 쓰러뜨려 나가는 기본적인 아케이드 모드조차 없다. 스토리 모드도 빈약하기 짝이 없으며, 서바이벌 모드는 그저 지루할 뿐이다. 심지어 PC판은 키보드 키 설정도 변경하지 못하는 어이없는 문제까지 있다.

이 같은 문제는 캡콤의 정책과도 맞물려있는데, 앞서 캡콤은 우선 멀티 위주의 게임을 출시하고 챌린지 모드와 아케이드 모드, 강화된 스토리 모드인 드라마틱 시네마 모드를 추가할 예정이었다.

멀티 위주로 먼저 출시한 이유는 EVO 2016이나 캡콤컵 2016 등 대규모 국제 대회를 위함이나 마찬가지다. 게임이 출시되어야 대회를 개최할 수 있기 때문에 싱글 콘텐츠가 완성 안 됐음에도 멀티 배틀을 위해 선행 출시를 감행한 것이나 다름없다.

▲ 달랑 4라운드만 진행하면 끝나는 스토리 모드.
▲ 서바이벌은 이지부터 헬까지 마련돼 있다.
▲ 현재 스트리트 파이터 5는 멀티가 전부인 게임이다.
▲ 전 세계 다양한 게이머와 싸울 수 있는 건 매력적이다.

 

재평가 가능할까?

사실 스트리트 파이터 5 리뷰를 추후 콘텐츠가 다 추가되면 쓰려 했다. 현재 상황에선 뭔가 제대로 된 리뷰를 쓰는 것 자체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기자는 스트리트 파이터 CBT를 1차부터 4차까지 참여했지만, 아직도 CBT에 참가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멀티 대전을 중시하는 사람이라면 게임을 먼저 즐길 수 있어 좋겠지만, 대다수의 일반 유저는 이를 원하지 않는다. 사실 멀티 대전을 좋아하는 기자도 멀티 대전을 하다가 다른 것을 즐기고 싶으면 아케이드 모드를 플레이하곤 하는데 스트리트 파이터 5는 그러질 못한다.

서서히 콘텐츠를 추가하고 1년 동안 6명의 캐릭터를 추가할 예정이지만, 초반 잡지 못한 유저를 다시 끌어 모을지는 미지수다. 대전격투는 초반 입문이 가장 중요하고 계속 즐겼던 사람과의 격차를 좁히기 어렵다. 이 때문에 초반에 실망해서 떠난 유저들이 재입문해 즐기는 것 거의 불가능으로 느껴진다.

분명히 게임은 재밌게 잘 만들었는데 캡콤의 출시 판단 착오가 아쉬운 게임이다. 그동안 캡콤은 다양한 삽질을 해왔지만, 이번 삽질이 유난히도 슬픈 이유는 대전격투의 화려한 부활을 알릴 스트리트 파이터5의 기획 의도와 결과물이 다르게 나와서가 아닐까 싶다.

▲ 서버 불안정으로 가장 많이 보게 될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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