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인공지능, 현실이 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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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인공지능, 현실이 된다면
  • 정환용 기자
  • 승인 2016.04.01 18:2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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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친구까지 왔다, 남은 건 연애상담?

SF영화에서 매우 높은 비중으로 등장하는 것이 컴퓨터의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이하 AI)이다. 기자가 정말 재미있게 봤던 ‘바이센테니얼 맨’의 집사 로봇 앤드류부터 ‘A.I.’의 어린이 로봇 데이빗, ‘아이, 로봇’의 써니, ‘아이언 맨’의 자비스, ‘그녀’의 사만다 등 많은 영화 속 인공지능은 인간과 흡사한 감정을 가졌거나 심지어 인간이 되고 싶어 하기도 한다.(물론 ‘레지던트 이블’의 레드퀸이나 ‘터미네이터’의 스카이넷, ‘매트릭스’의 스미스처럼 인간을 말살하려 하는 인공지능도 꽤 있다)

현실의 AI는 엄청난 양의 정보를 바탕으로 최적의 결론을 찾아가는 수준까지 발달했는데, 컴퓨터가 정보를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이해’하는 것은 아직도 미지의 영역이다.

예전에는 SF영화를 봐도 주인공이나 상황에 집중했지 영화 속 컴퓨터나 AI에 대해 크게 관심을 가지진 않았었다. 그러다가 작년에 본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을 통해 좀 더 많은 생각을 가지게 됐다.

영화 초반 하이드라의 비밀기지를 습격해 로키의 창을 손에 넣은 주인공들. 토니와 배너 박사는 이 창에서 발견한 마인드스톤으로 외계 침입자들에 대항해 인간을 지킬 수 있는 AI 시스템 ‘울트론’을 만든다.

그런데 울트론은 네트워크에 접속해 인간에 대한 모든 정보를 습득하며 토니의 예상과 다르게 인간의 멸망으로 지구의 평화를 지킬 수 있다는 ‘다른’ 결론에 도달하고, 이에 저항하려는 자비스를 망가뜨린다. 인간의 평화를 위해 만들어진 AI가, 스스로의 판단으로 평화의 대상을 인간이 아니라 지구 자체로 바꾼 것이다.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이 흥미로웠던 다른 이유는, 하나의 영화에서 반대 성향의 AI가 모두 등장했다는 점이다. 과거 하워드 스타크의 집사의 이름을 딴 토니의 AI 비서 자비스, 그리고 토니가 만들었지만 토니를 비롯한 인류 전체의 적이 된 울트론이 그것이다. 두 AI는 이를테면 하나의 자아(ego)를 가지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자유로운 판단을 할 수 있다.

자비스는 아이언맨 수트의 전력이 바닥났을 때 저전력 경고와 함께 토니에게 “전 잠시 잠을 자야겠어요”라며 수트 밖으로 주인을 쫓아낸다. 보통 슈퍼컴퓨터일 것으로 예상되는 인공지능의 주체가 메인 서버가 아니라 수트에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영화적 연출이라 생각하고 넘어가자. 울트론 또한 남아프리카의 암매상에게 “토니가 내게 했던 말”이란 얘기를 듣고 “나는 토니와 다르다”며 언성을 높여 화를 낸다.

 

▲ 어벤져스 2의 싸움은 사실상 자비스와 울트론의 성능 대결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이 전투에서 울트론은 스스로의 능력과 지식을 활용한 반면, 어벤져스 멤버들은 온갖 돈과 과학의 힘에 신적인 능력까지 동원했다. 순수한 힘겨루기에선 오히려 울트론이 더 정정당당하지 않았나?

 

이 AI들의 언행은, 자아를 가지지 않은 기계가 정보수집만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설령 어떤 경우에 적용할 수 있는 수많은 대응 중 하나를 임의로 선택해 표출한다 해도, 현재의 기술로는 어떤 선택지를 고를 것인지 결정하는 알고리즘조차 인간이 작성해 기계에 적용해줘야 한다.

AI의 시작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제작자가 정보를 주입하지 않고 기계에 직접 ‘인터넷에서 정보를 수집하라’는 명령을 내렸을 때도, 어떤 정보를 수집할지, 혹은 문서와 사진 중 어느 방식을 수집할지 등 다양한 변수에 대한 대응도 생긴다. 현재는 직접 기계에 해당 분야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입력한 뒤 이를 바탕으로 원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게끔 만드는 단계에 있다. 이 작업을 기반으로 진행 중인 기술이 머신러닝(Machine Learning)이다.

 

가장 최근에 머신러닝 시스템을 적용해 대중에 선보인 것이 구글 딥마인드가 발표한 AI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AlphaGo)다. 바둑 세계 챔피언인 이세돌 9단과의 대국에서 4:1로 승리한 알파고는, 2개의 신경망을 사용해 다음 수를 예측하고 승리 확률을 계산한다.

알파고는 총 1202개의 프로세서를 가지고 이미 3천만 개가 넘는 바둑 기보를 익혔고, 계속되는 자체 대국으로 경험을 쌓았다. 구글 측에서는 알파고의 바둑 실력을 프로 5단 정도 된다고 밝힌 바 있다.

대부분의 국내 바둑기사들은 대국 전에 이 대결의 승자를 이세돌 9단으로 예상했다. 한 프로 바둑기사는 “알파고가 프로들을 상대하려면 적어도 2~3점은 깔아야 적절할 것”이라고도 했다. 유럽의 판후이 2단과의 대결에서 5전 전승을 거둔 알파고인데, 국내에서의 평가가 호된 편이다.

이세돌 9단의 실력을 감안한 발언일 수도 있으나, 현존하는 AI는 인간처럼 스스로 판단하는 것이 아직 불가능하다는 것이 기자의 생각이다. 영화 ‘아이언 맨’의 자비스를 영화적 상상력의 산물로 치부할 수 있는 근거이기도 하다.

 

인(人)공(工)지능의 한계

인공지능은 생각보다 정의를 내리기가 어렵다. 크게는 1956년 다트머스 학회에서 처음 ‘Artificial Intelligence’란 단어를 사용한 인지과학자 존 매카시의 주장을 바탕으로 거론되는 ‘강인공지능’과 ‘약인공지능’으로 분류할 수 있다.

강인공지능은 인간처럼 사고하고 행동하는 시스템, 약인공지능은 이성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시스템으로 분류된다. 두 AI가 적용된 로봇을 예로 들면, 길의 맨홀 뚜껑이 열려 있을 때 약인공지능 로봇은 맨홀을 피해 돌아가거나 뛰어넘어 가고, 강인공지능 로봇은 주변에 있는 덮개로 맨홀을 덮어 뒤에 걸어오는 사람의 사고를 방지한다.

이성적으로 최적의 답을 찾아 행하는 것이 약인공지능, 그리고 사고의 가능성을 인지하고 미연에 막을 방법을 찾아 수행하는 것이 강인공지능이라 보면 되겠다.

이 구분에 따르면 현재의 과학기술에서 AI라 불리는 기술은 모두 약인공지능에 해당한다. 체스 챔피언을 상대로 승리한 슈퍼컴퓨터 딥블루도, 이세돌 9단과의 대국이 예정된 알파고도 주어진 정보를 바탕으로 최적의 결과를 탐색하는 것을 목적으로 가동된다. 엄밀히 따지면, 알파고는 스스로 바둑돌을 바둑판에 놓는 것조차 불가능해 인간의 손을 빌려야 하는 수동적 AI라 할 수 있다.

사실 영화에 등장하는 많은 AI들의 대부분도 약인공지능에 해당한다. 표현 방법이나 기계 자체의 기술력은 차치하고, AI가 말하고 움직이는 방식은 스스로 판단한 최적의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여기에는 농담, 표현 등의 항목이 더해져도 AI의 수준이 달라지진 않는다.

앞서 언급한 ‘자아’가 AI에 있다면, 적어도 다른 개체의 ‘감정’에 대해 ‘생각’할 여지가 생긴다. 어벤져스의 배너 박사는 울트론이 자비스를 망가뜨린 것을 ‘분노’라 표현하는데, 이를 볼 때 오히려 자비스보다 울트론이 강인공지능에 가까운 AI라 할 수 있다.

인간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AI가, 인간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며 그 목적에 반하는 결론을 내렸다. 이는 AI가 단순히 입력된 정보를 분석해 답을 찾은 것이 아니라, 목적 자체에 의문을 가지고 스스로 ‘생각’을 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AI 술친구를 만들 수 있을까
물론 약인공지능이라 해도 현실에 적용한다면 인간의 생활이 크게 바뀌게 될 것은 확실하다.(나아진다는 표현을 쓰기에 그 미래는 너무 불확실하다) 지난 몇 년간 과학자들은 빅데이터를 학습하는 방법(딥 러닝)을 발견해 기계에 적용해 왔고, 그 결과로 바둑 세계 챔피언에게 도전장을 내는 기계까지 등장했다.(물론 대국 자체는 인간이 조성했지만) 간단한 게임의 경우 사람이 하는 것을 흉내내 따라하는 로봇도 등장했고, 인간의 음성을 받아들여 명령을 수행하는 건 이미 스마트폰에 적용돼 점점 발전하고 있다.

 

▲ 출근 전 로봇에게 “그 넥타이가 어울린다고 생각하세요? 정신 차리세요 주인님.”이란 소리를 듣고 기분이 팍 상하는 날이 과연 올까?

 

하지만 아직까지 미지의 영역인 분야가 거대한 벽으로 존재한다. 사람을 사람답게 만들어주는 가장 중요한 신체기관, 바로 뇌(brain)다.

인간은 아직 우리의 뇌의 역할에 대해 모두 알지 못한다. 생김새는 모두 달라도 신체 장기는 모두 사람마다 그 역할이 같다. 내 심장은 펌프 역할을 하는데 친구의 심장은 해독 작용을 하는 경우는 없다.

하지만 뇌만큼은 여타 기관들의 역할과 다른 개념으로 작동한다. 어떤 사람 A의 뇌는, 뇌로 하여금 A라는 사람을 B나 C가 아닌 A로 존재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 무의식적으로 입술을 핥는 버릇, 특히 수학을 잘 하는 학습능력, 잠자리가 바뀌면 잘 잠들지 못하는 감수성 등 A만의 수많은 특성을 유지·관리하는 것이 뇌의 역할이다.

현재 약인공지능에 머물러 있는 과학기술은, 뇌의 비밀이 밝혀지는 것과 함께 그 속도가 지금보다 훨씬 빨라질 것이다. 스티븐 호킹 박사를 비롯한 세계적인 석학들은 이런 AI를 “인류 최후의 성과가 될 수도 있다”라는 경고를 남기기도 했다.

AI가 강력해지는 것은 분명 과학의 진일보임이 분명하지만, 그 결과가 울트론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은 어느 누구도 알 수 없는 미래의 일이기 때문이다.

물론, 먼 훗날 기자의 옆자리에 앉은 ‘써니’가 맥주를 건네주며 “작작 좀 드세요 주인님!”하고 면박을 주는, 유쾌하고도 대단한 세상이 올 지도 모른다. 자아를 가진 AI가 현실이 됐을 때, 세상이 어떻게 될 지는 한 번쯤 고민해볼 일이다.

 

▲ 유럽에서 2023년까지 인간의 뇌 전체를 시뮬레이션하는 ‘휴먼 브레인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미국에서도 ‘휴먼 커넥톰 프로젝트’란 이름으로 뇌의 지도를 완성하기 위한 연구가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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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min12345 2016-04-03 19:18:54
인공지능에 대해서 이해가 정말 잘되는 기사에요~!!많은 지식 얻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