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투스 스피커의 명암
상태바
블루투스 스피커의 명암
  • 강인숙 기자
  • 승인 2016.03.02 11: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까발려진 블루투스 스피커

요즘 IT기기는 블루투스 연결이 기본이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ABI 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블루투스 제품 시장은 2013년 약 25억 대(연간출하대수 기준)에서, 2018년에는 2배가 늘어난 45억 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즉, IT기기 이용자라면 2018년에는 블루투스 관련 제품을 적어도 하나 이상은 쓰고 있을 거란 얘기다.

다양한 블루투스 제품 중 가장 대중적이며, 활성화된 것은 단연 음향 관련 분야일 것이다. 특히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등 스마트 기기의 사용이 보편화되고, 블루투스 기술 삽입이 당연시되면서 이와 연동할 수 있는 무선 음향기기가 대세가 된 것이다.

하지만 빛이 있는 곳에는 그림자가 생기듯, 대세로 자리 잡은 블루투스 스피커에도 자잘한 소란이 벌어지고 있다. 계속 지적 됐던 출력표기, 극심해지는 양극화, 구체적인 기준점 부재, 명확하지 않은 제품 소개 등 문제점이 하나 둘 대두되고 있다.

 

IT 제품의 블루오션

본격적으로 블루투스 스피커가 판매된 것은 2012년 무렵으로, 스피커 전체 매출 중 차지하는 비중이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롯데 하이마트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블루투스 스피커 매출이 2013년에는 10%에 불과했지만, 2014년 40%, 2015년에는 65%를 차지했다고 한다. 지난 11월 소셜커머스 티몬 또한 2015년 블루투스 스피커 매출이 전년 대비 227% 늘었다고 밝혔다.

블루투스 스피커의 비중이 커지는 이유는 블루투스 스피커가 블루투스 기술을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한 기기기 때문이다. 블루투스는 오픈 라이선스로서 누구나 로열티를 내지 않고도 사용할 수 있고, 데이터와 음성을 동시에 전송할 수 있는 기술이다. Ad-hoc 네트워킹 지원, 2.4GHz 대역을 사용해 1MHz의 채널을 79개 설정, 1초간 166회 채널을 바꾸는 주파수 호핑 방법의 스펙트럼 확산 방식을 사용해 전파를 송신함으로써 전파 간섭을 적게 받는다. 또한, 소형이고 전력소모가 적어 배터리 용량이 크지 않는 휴대용 기기에 적합하다. 이런 블루투스의 효용성을 가장 잘 캐치한 것이 바로 블루투스 스피커였다.

 

80% 이상 기준 미달

하지만 시중에 출시된 블루투스 스피커의 80%가 기준 미달로 나타나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 지난 12월 한국 소비자원은 휴대용 스피커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한 내용을 발표했다.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든지 음악을 듣고 싶어하는 소비자의 욕구가 늘어남에 따라 현재 다양한 휴대용 스피커가 출시되고 있지만, 제품 간 품질 차이를 알 수 있는 정보가 너무나 부족하다는 것이 본 실험의 취지였다. 합리적인 제품 선택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휴대용 스피커 15개 업체, 15개 제품을 대상으로 음향품질, 최대음압, 연속 재생시간 등을 시험·평가했다.

결과는 예상보다 심각했다. 제품별, 연결방식별 음향품질에 차이가 있다는 점이 확실시됐고, 많은 제품 중에 단 3개 제품만 “매우 우수”를 받았다. 연속재생시간 항목도 유선으로 연결했을 때 최소 1시간 1분에서 최대 20시간 14분, 무선으로 연결했을 때 최소 42분에서 최대 16시간 53분 등 차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분명 제품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는 부분이지만, 각 상품이 표기하고 있는 연속재생시간과도 큰 차이를 보인 것은 큰 문제다.

 

양극화 현상 깊어져

이런 현상이 벌어진 이유는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블루투스 시장 자체가 가격 측면에서 양극화 현상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가격은 곧 성능이라는 말을 무시할 수도 없기에, 어느 부류에 있는 제품군을 가지고 오느냐에 따라 실험결과가 정해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국내 블루투스 스피커 시장은 양극화 현상을 겪고있다. 매출과 판매량을 기준으로 각각 다른 업체가 점유율 1위를 차지하면서 시장 자체가 저가와 고가로 뚜렷이 갈린다. 지난 12월 가격비교사이트 에누리닷컴의 발표에 따르면 국내 블루투스 스피커 시장에서 지난해(1~11월) 매출 기준으로 점유율 1위 업체는 소니로, 전체 시장의 18.8%를 차지했다. 반면 같은 기간 판매량 기준으로 노벨뷰가 점유율 27.0%로 1위를 기록했다.

 

출력표기 들쑥날쑥

더불어 사실상 큰 의미가 없는 순간최대출력 수치로 소비자를 현혹하는 관행도 문제로 제기됐다. 일부 업체에서 스피커의 성능을 제대로 표현해주는 정격출력(RMS, Root Mean Square)보다 수치가 훨씬 높은 순간최대출력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저가형의 경우 정격출력이 2~3W에 불과해 순간최대출력을 내세우고 있다. 또한, 출력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 우퍼 출력까지 합산해 출력을 표기하는 업체도 적지 않다. 관련 업계에서도 출력표기에 문제점이 있음을 알면서도, 깊은 지식 없이 물건을 찾는 다수 소비자의 눈을 끌기 위해 공공연하게 관행처럼 행해지고 있다.

소비자가 블루투스 스피커를 살 때 모양, 활용도, 출력, 음질 등 여러 가지 기준이 있겠지만, 청음매장에서 직접 테스트를 해볼 시간적, 공간적 여유가 없는 상당수 소비자는 출력 수치와 가격을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생각한다. 그만큼 순간최대출력이 정격출력처럼 내세워진다는 것은 큰 문제이다.

일부 소비자층는 이런 문제에 대해 인지하고, 출력이라는 수치에 신경쓰지 않기도 한다. 그들을 타깃으로 출력 자체를 밝히지 업체도 일부 있다. 또한, 한국 소비자원에서 시행한 연구자료에도 출력보다는 1m 거리를 지정한 dB(데시벨)를 사용했다.

 

기준점 명확하지 않아

현재 블루투스 스피커는 가격에 따라 큰 성능차이를 보인다. 저가형 블루투스 스피커에서 고가형 블루투스 스피커로 넘어가면서 생기는 과도기이기도 하다. 특히 대기업들은 가격보다 성능을 생각하고, 그 뒤를 따라가는 하위그룹은 저가의 양산형 제품들로 단가를 맞춰 많이 파는 것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블루투스 스피커의 기준이 가격대별로 업체마다 천차만별이라는 것이다. 연속 재생시간만 해도 그렇다. 기준이 정립돼 있지 않으니 재생시간도 제각각이다. ‘음량에 따라 재생시간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라는 문구를 명기하기만 한다. 일반적으로 듣는 볼륨으로 실험을 진행한 게 맞는지 의심조차 드는 제품도 많다.

또한, 블루투스 스피커 자체에 심는 내장 배터리 자체는 마치 음식이 유통기한이 있는 것처럼 사용 가능한 기간이 있는데, 그것에 대한 언급 자체도 아직 없는 게 현실이다. 6개월~1년만 사용해도 스피커 자체의 음질이 날이 갈수록 떨어지는 제품도 많다.

 

구체적인 지표 필요

무엇이 좋다, 무엇이 나쁘다, 무엇이 성능이 뛰어나다, 무엇이 성능이 못하다 등 나누기는 쉽다. 정말 필요한 것은 블루투스 스피커 시장의 구체적인 지표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출력 표기에 대한 문제, dB 기록의 여부, 연속 시간 재생 실험의 구체적인 방법화 등 출시 전 체계적인 실험이 진행될 수 있다면 블루투스 스피커의 질적 향상이 뒤따를 수 밖에 없다.

지금까지 너도나도 다 블루투스 스피커라는 이름을 달고 나왔다면, 이제는 상향 평준화할 때가 아닐까. 블루투스 스피커가 고음질, 고성능의 제품으로 처음 나온 게 아닌 것처럼 가격대가 낮은 제품군들도 꾸준히 시장을 형성해 갈 것이다. 저렴한 가격에 성능까지 어느 정도 받쳐준다면 외면받을 일이 절대 없다.

2016년 흥행보증수표와도 같은 블루투스 시장의 무궁한 발전과 증대될 매출을 위해 구체적인 지표의 마련성을 시사하고 싶었다. 이 사안은 관련 업계의 양심에만 기댈 것이 아니라 정확한 테스트 기준을 세우고, 그에 합당한 제품을 출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그것이 더 이상의 소비자 우롱을 막는 길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