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속하는 가상현실(VR)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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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속하는 가상현실(VR) 세상
  • 임병선 기자
  • 승인 2016.01.28 09: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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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현실을 의미하는 VR(Virtual Reality)은 이미 수십 년 전부터 많은 사람들의 관심사였다. 가상현실은 어떤 특정한 환경이나 상황을 컴퓨터로 만들어 마치 실제 상황이나 환경처럼 느끼게 해주는 인간과 컴퓨터 사이의 인터페이스를 의미한다.

인공 환경이라는 개념으로 볼 때, 가상현실 외에 증강현실(AR, Augmented Reality)도 존재한다. 현재 증강현실은 3D 홀로그램 기술을 중심으로 VR과 별개 방향으로 발전 중이다.

이미 사람들은 예전부터 만화나 영화, 게임 등을 통해 직간접적인 가상현실을 체험해 왔고 해당 기술을 발전하려는 노력도 꾸준했다. 비록 가상현실 기술이 나날이 발전하고 있지만, 아직까진 감탄사가 나올만한 제품이 등장하진 않았다.

현재 가상현실을 가장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제품은 머리에 직접 착용하고 보는 HMD(Head-mounted Display) 정도다. 그래도 여러 기업에서 다양한 HMD 제품을 공개하면서 내년부터의 HMD 시장은 다소 기대할 만 해졌다.

앞으로 찾아올 가상현실 세계에 앞서 그동안 가상현실 기술이 어떻게 발전해왔는지 알아보도록 하자. 이와 함께 현재 어떤 VR 제품들이 나왔고 앞으로 어떻게 될지 예상해 보겠다.

 

상상이 눈앞에

사람의 욕망에는 한계가 없다. 좋은 것을 가졌더라도 그보다 더 좋은 것을 갖기 위해 발버둥 친다. 이는 IT에서 더 뚜렷하게 나타난다. PC를 들고 다니면서 사용하고 싶다는 욕망은 노트북을 탄생하게 했고 초창기 덩치 큰 노트북도 무게가 1~2kg인 것이 당연하게 됐다.

디스플레이의 발전도 더 선명하고 큰 화면을 보고 싶다는 욕망에서 비롯된 것이다. 여기에 생생한 사실감을 부여하고 싶다는 욕망은 HMD 발명으로 이어졌다. HMD는 비록 만지고 느낄 순 없더라도 상상했던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역할을 하고 있다.

가상현실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작품이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와 영화 ‘매트릭스’다. 사실 매트릭스는 공각기동대를 모티브로 만든 영화인만큼 따로 떼어놓을 순 없다. 공각기동대에서 등장하는 ‘전뇌화’는 인간과 컴퓨터를 결합해 네트워크에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네트워크의 정보를 바로 느끼고 보는 기술로 묘사된다. 매트릭스도 비슷한 방식으로, 가상현실 속에서 인공지능의 통제에 맞서 싸우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이렇듯 어느 쪽이 가상이고 현실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발전하는 것이 가상현실 기술이 추구하는 궁극적인 형태일 것이다. 물론 이에 따른 부작용도 있겠지만, 다양한 세상과 삶을 가상으로 체험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게임과 가상현실

▲ 가상현실은 시뮬레이션 용도로 활용되곤 한다.

가상현실 기술은 여러 분야에서 접목을 시도해 왔다. 가장 먼저 사용된 것은 아마도 군사 목적일 것이다. 게임 장르 중 하나기이기도 한 시뮬레이션은 복잡한 문제나 사회 현상 따위를 해석하고 해결하기 위해 모의실험을 하는 것으로, 가상현실 기술을 적용하면 더 실제에 가까운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전쟁 결과를 예측하는 워게임이나 전투기나 탱크 등을 가상으로 조작하는 시뮬레이션 용도로 활용되고 있다.

게임도 다양한 인물의 삶을 체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상현실이라 부를 수 있다. 게이머가 즐기는 게임에 따라 괴물을 무찌르는 용사가 되거나 경기장을 누비는 운동선수, 대규모 군대를 지휘하는 장군, 한 행성을 지배하는 신이 될 수도 있다. 비록 키보드나 마우스, 패드 등으로 조작해 가상현실 면에서 몰입감은 다소 떨어질진 몰라도 명백한 가상현실 체험이다.

▲ 휴대용 게임기라 생각할 수 없는 크기의 ‘버추얼보이’.

게임에서의 가상현실 몰입감을 높이기 위해 많은 게임 업체가 VR 기기 개발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실제 VR 기기를 출시한 곳은 닌텐도뿐이었다. 닌텐도는 1995년, 게임기로는 최초인 VR 기기 ‘버추얼 보이’를 출시한다.

버추얼 보이는 최초의 3D 영상 게임기라는 것을 제외하곤 아무것도 남지 않은 완전한 실패작이었다. 휴대용이었음에도 2.2kg의 무거운 무게와 빨간색과 검은색으로만 된 화면, 불편한 착용 방식 등 아직까지 닌텐도의 흑역사라 불리고 있을 정도다.

▲ 이런 괴로운 화면이 계속 펼쳐진다.

버추얼 보이의 화면이 빨간색으로 된 원인은 배터리 절감을 위해서였다. 나름 휴대용으로 출시된 제품이라 배터리가 오래가야 했기 때문에 디스플레이에 LED를 채택했다. 나름 가격 절감을 위해 그나마 가장 저렴했던 빨간색 LED를 넣었는데 결과는 대실패였다.

게다가 콘텐츠 부족까지 겹쳐 출시된 지 1년 만에 단종되는 쓰라림까지 겪었다. 닌텐도 외에도 세가와 아타리도 각각 세가 VR, 재규어 VR 등을 출시할 예정이었지만, 닌텐도의 실패에 해당 사업을 접었다.

 

▲ 한 개 화면을 둘로 나눠 보는 식으로 단가를 절감했다.

VR기기 재도약

1990년대 후반 이후 가상현실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진다. 당시 기술로는 더 이상 일반 대중에게 가상현실에 대해 어필할 수 있는 매력이 없어 관련 기술 발전이 이뤄지기만을 기다려야 했다. 물론 가상현실을 주제로 다룬 다양한 미디어믹스는 꾸준히 출시됐다.

▲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디스플레이 발전이 급속도로 진행됐다.

가상현실이 다시 대중들 사이에서 오르내리게 된 건 ‘오큘러스 리프트’의 존재가 알려지면서 부터다. 오큘러스 리프트를 개발한 오큘러스 VR은 2012년 12월부터 개발용 키트를 판매했다. 많은 개발자가 오큘러스 리프트에 큰 관심을 가졌고 이어 다양한 VR 기기의 등장은 물론 관련 콘텐츠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콘텐츠가 등장함에 따라 일반 대중의 관심도 자연스럽게 따라온 것이다.

VR 기기가 갑자기 각광받게 된 원인으로는 당연히 기술 발전에 있다. 그동안 LCD‧LED 디스플레이는 조악한 해상도에 비싼 가격이 걸림돌이었지만, 스마트폰 출시를 기점으로 눈부신 발전을 이뤘다. 이제는 5~6인치 디스플레이가 4K 해상도를 탑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자체 발광하는 OLED로 얇은 두께를 자랑한다. 가격도 나름 현실적인 수준까지 떨어져 일반 소비자가 구매할 수 있게 됐다.

 

▲ 미래에는 직접 몸을 움직이지 않아도 뇌신경을 통해 다양한 일을 체험할 수 있을 것이다.

가상현실의 미래

현재까지의 가상현실 기술은 어디까지나 기존 장치들을 활용해 몰입감을 올리는 것에 불과하다. HMD로 영상을 좀 더 화려하게 보고 특수한 입력 장치로 이용해 콘텐츠를 즐기는 것에 그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런 것들이 가상현실의 최종 목적지는 아니다.

전문가들은 만화나 영화에서나 봤던 가상현실 기술이 적용되려면 적어도 2030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문제는 그런 방식의 가상현실을 구현하기 위해선 뇌와 컴퓨터를 직접 연결해 데이터를 주고받는 기술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가 필요하다.

기술뿐만 아니라 뇌신경과 연동하는 것이므로 의학적 지식도 필요하고 그만큼 위험도 따른다. 여기에 안전상 문제에 대한 윤리적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이 때문에 당분간은 외부 인터페이스를 통해 화면을 출력하고 데이터를 입력하는 방식의 가상현실 기술이 발전될 것이다.

 

주목할 가상현실 기기

그동안 다양한 가상현실 기기가 등장했지만, 여기서는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가상현실 기기에 대해 소개해 본다.

 

오큘러스 리프트

오큘러스 리프트는 2012년 처음 공개된 이후 꾸준히 개선되고 있는 제품이다. 아직은 개발자 버전만 존재하며,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제품은 2016년 1분기에 출시될 예정이고 가격은 약 600달러로 책정됐다.

오큘러스 리프트는 좌우 100도, 상하 90도, 대각선 110도에 달하는 넓은 시야각과 빠른 반응속도를 자랑해 게이밍용으로 적합하다. 소비자용으로 출시될 버전에는 헤드폰까지 추가돼 별도 헤드폰을 장착할 필요가 없어졌다.

현재 제품의 부족한 점을 보완해 나가고 있기 때문에 아직 단점을 언급하기는 이르다. 다만, 비교적 높은 제원이 필요해 오큘러스 리프트를 사용하기 위해선 컴퓨터 업그레이드가 어느 정도 필요하다.

지난 2015년 6월, 전용 컨트롤러인 오큘러스 터치를 공개했으며, 마이크로소프트와 연계해 ‘엑스박스 원’ 게임패드도 공식으로 지원한다.

▲ 전용 컨트롤러인 ‘오큘러스 터치’.
▲ 마이크로소프트와 연계해 엑스박스 원 패드도 지원한다.
▲ 오큘러스는 상당히 높은 컴퓨터 제원을 요구한다.

 

기어 VR

삼성전자에서 2014년 9월, 독일 IFA 2014에서 공개한 가상현실 기기다. 기어 VR은 오큘러스 리프트의 형제 격인 제품으로, 삼성전자가 하드웨어를 개발하고 여기에 오큘러스 VR의 가상현실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고 있다.

특이점이라면 기어 VR 단독으로는 작동하지 않고, 디스플레이와 연산처리를 위해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을 장착해야 한다.. 2014년 출시된 기어 VR은 ‘갤럭시 노트 4’를 지원했으며, 2015년 출시된 기어 VR은 ‘갤럭시 노트 5’와 ‘갤럭시 S6’ 3종을 지원한다.

가격은 비교적 저렴한 128,000원에 출시됐지만, 수중에 기어 VR을 지원하는 삼성전자 스마트폰이 없다면 구매를 고려해야 할 것이다.

▲ 삼성전자 최신 스마트폰이 있다면 큰돈 들이지 않고 즐길 수 있다.

 

플레이스테이션 VR

소니에서 2014년 ‘프로젝트 모피어스’로 발표한 기기로,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컨퍼런스 2015에서 ‘플레이스테이션 VR’로 정식 명칭이 변경됐다. 플레이스테이션 4 전용 주변기기로, 현재 다른 기기와의 연동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2016년 출시될 예정이며, 가격은 미정이다.

전용 컨트롤러인 ‘듀얼쇼크 4’에 있는 라이트바가 플레이스테이션 VR에도 장착돼 있는데 이를 플레이스테이션 4에 인식하기 위해선 별도로 전용 플레이스테이션 카메라가 필요하다. 또 기존에 출시된 플레이스테이션 무브도 지원한다.

가장 큰 장점은 게임에 특화된 게임기 전용 주변기기인 만큼 플레이스테이션 VR에 특화된 다양한 게임이 출시될 예정이다.

▲ PS4 전용이기 때문에 PS4와 카메라 등이 필요하다.
▲ 가장 많은 사람들이 기대 중인 ‘썸머레슨’.

 

HTC 바이브

‘HTC 바이브’(HTC Vive)는 세계 최대의 게임 유통 플랫폼 ‘스팀’(Steam)의 밸브 코퍼레이션과 중국의 스마트폰 제조업체 HTC가 협력해 만들고 있는 가상현실 기기다. 스팀과 연계돼 있어 Steam VR이라고도 불린다. 소비자용 제품은 2016년 4월에 출시할 예정이며, 가격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전면부에 있는 적외선 센서를 통해 사용자가 있는 공간을 탐지해 가상현실과 상호작용하도록 한다. 특히 게임 플랫폼인 스팀과 연계하는 만큼 다양한 게임을 HTC 바이브로 즐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프로토 타입 컨트롤러의 모습.
▲ 스팀과 연동해 다양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구글 카드보드

구글 카드보드는 2014년 구글에서 발표한 DIY 도면 및 해당 도면으로 만들어진 HMD를 의미한다. 구글은 도안만 제공하며 완성품을 제조‧판매하지 않기 때문에 별도 저작권도 없다. 손재주만 좋다면 해당 도안을 가지고 거의 돈을 들이지 않고 직접 만들 수 있으며, 그렇지 않더라도 적은 돈으로 HMD를 체험할 수 있다.

기본 작동 방식은 오큘러스 리프트와 동일하며, 별도 디스플레이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스마트폰 등을 장착해 사용한다. 어떻게 보면 보급형 삼성 기어 VR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HMD가 이런 것이구나’ 정도의 체험용일뿐이기 때문에 큰 기대는 하지 말아야 한다.

▲ 스마트폰을 넣어 사용한다.
▲ 보기엔 우스꽝스럽지만 직접 만들 수도 있다.

 

전방위 트레드밀

‘전방위 트레드밀’(Omnidirectional Treadmill)은 모션 캡처 카메라가 ‘보이는 한도 내에서만 인식이 가능해 걷기나 뛰기 등 다양한 행동을 취할 수 없다’라는 단점을 해결한 가상현실 입력 기기다. 360도 방향으로 움직이는 트레드밀에서 허리 지지대와 전용 신발을 장착하고 제자리 걷거나 뛰기 등의 행동을 할 수 있다.

직접 가상현실 공간을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 있어 더 뛰어난 몰입감을 느낄 수 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전방위 트레드밀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HMD를 장착한 상태에서 함께 사용하는 것이다. 한때 Wii와 Wii Pit를 이용한 다이어트가 붐을 일으켰는데 관련 콘텐츠만 확보된다면 HMD와 전방위 트레드밀을 다이어트 용도로 홍보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가격은 약 30~80만 원 정도로, 제조업체마다 천차만별이다. 더구나 대부분 북미 쪽에서 제조하기 때문에 국내에서 구매하려면 관세 등이 붙어 가격이 더 상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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