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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차례 큰 변혁 겪은 국내 게임 시장 20년

임병선 기자l승인2015.10.30l수정2015.12.30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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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처럼 지난 20년 동안 국내 게임 시장도 두 차례 큰 변혁을 겪어왔다. 정확하게 10년 주기로 변하진 않았지만, 10년 간격으로 살펴봤을 때 게임 시장 변화는 확실했다.

패키지에서 온라인으로, 다시 온라인에서 모바일로 이어지는 게임 시장의 흐름은 어떤 사람에게는 안타까울지 몰라도 더 많은 사람들이 게임을 즐기게 된 것은 긍정적인 변화다. 오히려 일부 사람들만 즐겼던 게임을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 없이 접할 수 있게 된 것은 게임에 대한 사회 인식을 바꾸는데도 일조했다.

물론 게임 시장의 큰 변화와 함께 적응하지 못한 회사들의 몰락과 신흥 회사들의 부흥도 있었다. 하지만 게임 시장의 규모는 20년 전보다 훨씬 더 커졌고 해외에 진출해 성공한 사례도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비록 기자의 나이는 30대 초중반이지만, 어린 시절부터 게임 조기교육을 받은 탓에 게임 경력은 30년이 넘는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smartPC사랑 창간 20주년을 맞이해 지난 20년간 변해온 국내 게임 시장에 대해 되짚어보는 시간을 준비해봤다.

 

패키지의 오랜 추억

과거, 게임을 하려면 오로지 패키지 구매밖에 없었다. PC 통신을 통해 불법으로 다운받을 수도 있었지만, 당시 데이터 전송 속도와 그에 따른 요금을 생각하면 패키지를 사는 게 더 나을 정도였다.

우리나라 패키지 시장은 비디오 게임이 주류인 해외와 달리 PC 패키지 시장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당시에는 게임을 전문으로 판매하는 가게도 극히 드물고, 온라인 구매도 없었기 때문에 주로 PC 판매점에서 사는 일이 다반사였다.

하지만 규모가 작은 소매점에서는 정품 패키지보다 불법복제 판매를 권유하는 경우가 많았고, 더 싼 가격에 살 수 있는 만큼 사람들도 불법복제가 크게 나쁘다는 인식을 하지 못했다.

▲ 외국 게임회사들은 아직도 패키지 발매를 하고 있다.

게다가 당시 PC 패키지 내용물은 대체로 상자 안에 게임 디스크 1~2장과 설명서가 전부였다. 디스크는 복사가 쉬웠기 때문에 게임 회사들은 설명서에 게임 실행 암호를 넣는 경우가 있었지만, 이마저도 복사기로 복사해 버리면 그만이었다.

국내 패키지 시장이 커지기 시작한 것은 양질의 게임 등장과 CD-ROM 도입부터다. 용량이 커진 게임들은 더 이상 디스크 1~2장으로 게임을 담아내지 못했으며, 창세기전 1에 들어서는 3.5인치 디스크 10장까지 용량이 늘어나게 된다.

이에 600MB 이상의 데이터를 안전하게 담을 수 있으며, 복사도 까다로운 데다가 CD-ROM을 넣지 않으면 게임이 실행되지 않게 만든 CD-ROM이 주목받게 된다. CD-ROM 드라이브 보급과 함께 PC 게임 회사들은 빠르게 CD-ROM으로 게임을 출시하기 시작했다.

CD-ROM이라고 해서 불법복제로부터 자유로웠던 것은 아니다. 당시에도 PC 패키지 게임은 물론 PS 1 게임까지 복사한 일명 ‘백업 시디’ 판매가 성행했다. 가격도 1~2만 원 정도라 3~4만 원을 호가하던 정품 게임보다 잘 팔렸다. 그나마 이때부터 게임과 구성 내용품의 퀄리티가 높아져 정품을 구매하는 사람들이 제법 있었다.

 

번들과 불법다운로드

국내 PC 패키지 시장이 급속도로 몰락한 것은 여러 가지 복합적인 문제가 있지만, 가장 큰 문제로는 번들과 불법다운로드가 꼽힌다.

▲ 번들로 디아블로 1을 주기도 했다.

1990년대 후반, PC게임 잡지에서 게임을 번들로 제공했다. 당시에는 PC게임 잡지를 구매하는 기준이 책 내용보다 어떤 게임을 번들로 주느냐가 더 중요했다. 심지어 학교 친구들끼리 서로 다른 PC게임 잡지를 구매해 게임을 돌려 하는 경우도 흔했다.

3~4만 원 하는 정품 게임을 1만 원도 안 하는 가격에 구매할 수 있었으며, 여러 잡지 중에서 골라 할 수 있기까지 했다. 이 때문에 게임이 발매해도 바로 구매하는 것보다 번들로 제공할 때까지 기다리는 사례도 많았다.

물론 번들이 PC 패키지 시장에 악영향만 끼친 것은 아니다. 번들 게임은 대체로 출시된 지 1년이 지난 구매력을 잃은 오래된 게임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정품 시장에 큰 영향을 주진 못했다. 오히려 게임 유통사에 수천만 원에서 1~2억 원에 달하는 수익을 안겨줬기 때문에 서로 윈윈(Win-Win)이었던 셈이다. 물론 게임 출시 당시 구매력을 떨어뜨린 점에서는 악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 불법다운로드 사이트를 총칭하는 단어인 ‘와레즈’.

반면, 불법다운로드는 국내 PC 패키지 시장에 악영향만 가져왔다. 빨라진 인터넷 속도로 고용량 게임도 쉽게 다운받을 수 있었으며, 불법 구동을 위한 크랙도 금방 퍼졌다. 더구나 게임 개발사나 유통사에 어떠한 수익도 들어오지 않기 때문에 그 피해는 더 심각했다.

여기에 게임을 왜 돈 주고 구매해야 하는 의식이 팽배해진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E-스포츠와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이 생기기 전까지 게임은 안 좋은 문화로 받아들여지기 일쑤였으며, 공부하는 학생에게는 멀리해야 하는 것으로 여겨졌다.

▲ 과거 PC 게임 좀 해봤다면 익숙할 단어.

즉, 게임을 하는 것 자체가 몰래 해야 하는 것으로 여겨지면서 정품을 구매하기보단 불법다운로드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실제 기자의 친구들은 정품 게임 패키지를 사더라도 부모님께 들키지 않기 위해 내용물을 제외한 상자 등은 버리는 것이 다반사였다.

하지만 대다수는 어차피 게임을 하면 안 좋은 소리를 들을 것이 분명하니 게임을 돈 주고 사는 일 자체를 이상하게 여겼다. 일각에서는 공짜로 받을 수 있는 게임을 돈 주고 사면 바보라는 소리까지 듣기도 했다.

 

온라인 게임 시장 활짝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급속도로 빨라지고 저렴해진 인터넷 보급은 국내 게임 시장까지 변화시켰다. 특히 PC 패키지 게임 시장에서 양대산맥으로 불렸던 소프트맥스와 손노리는 몰락의 길을 걸었고, 온라인 게임 시장에서 넥슨과 엔씨소프트의 대성공은 국내 게임 시장을 패키지에서 온라인 중심으로 변하게 했다.

▲ 이제 PC 게임 판매장은 용산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온라인 게임은 패키지 게임과 달리 불법 복제가 불가능하고 지속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부분 게임회사들이 패키지 게임 개발에서 온라인 게임 개발로 선회했다.

더구나 몰락할 대로 몰락한 국내 패키지 시장은 더 이상 살릴 가망성이 없어 보였다. 당시 블리자드의 스타크래프트와 디아블로 2가 PC방을 중심으로 크게 히트하면서 비슷한 장르의 게임들이 쏟아졌다. 하지만 단순 양산형 게임들에 지나지 않았고 게임이 안 팔리면 번들이나 쥬얼로 판매할 계획이라 퀄리티 높은 게임들은 극히 소수에 불과했다.

▲ 콘솔과 휴대용 게임 패키지 시장은 그나마 사정이 낫다.

게임 퀄리티가 극과 극으로 갈리면서 팔릴 게임만 팔리는 기현상이 일어났다. 이렇게 되자 해외 고퀄리티 게임과 경쟁을 피하고자 온라인으로 선회하는 회사들도 많아져 사실상 국내 패키지 시장에서 국내 게임회사가 만든 게임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반면, 빠른 인터넷 속도와 전국에 깔린 인터넷망을 통해 온라인 게임 시장은 활짝 꽃을 피우게 된다. 다른 사람과 채팅하면서 협력해 게임을 즐기는 방식은 패키지 게임을 즐겨왔던 게이머들에게 새롭게 다가왔다. 또한, 게임의 수명도 1~2년이 아니라 인기만 지속된다면 계속된 업데이트를 통해 10년도 넘게 즐길 수 있는 것도 매력적이었다.

그 결과, 국산 온라인 게임 1세대인 넥슨의 바람의 나라와 메이플스토리, 엔씨소프트의 리니지는 20년 가까이 게이머들에게 사랑받으며 서비스되고 있다. 단, 인기가 없는 온라인 게임은 몇 달 만에 서비스가 중단되는 굴욕을 맛보기도 했다.

 

온라인 수익 구조 방식

현재 온라인 게임은 수익을 두 가지 방법으로 벌어들인다. 유료 정액제와 부분 유료화가 그것이다. 두 가지 방법 모두 안정적인 게임 운영과 인기만 유지되면 지속적인 이익을 얻을 수 있어 많은 게임 회사들이 적극적으로 채택하고 있다.

정해진 기간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유료 정액제는 대체로 유저 충성도가 높은 게임이나 구매력이 있는 성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게임에 적용된다.

부분 유료화는 게임 플레이 자체는 무료이지만, 좋은 아이템을 얻기 위해서나 플레이에 제한 조건을 두고 결제를 유도하는 방식이다. 주로 게임에 많은 돈을 쓸 여유가 없는 어린 유저들을 타겟으로 한 게임에 많이 쓰이는 방식이기 때문에 ‘코 묻은 돈 뺏기’라는 안 좋은 시각도 많다.

게임회사들은 많은 유저를 확보하기 위해 정액제보다 부분유료화를 적극적으로 채택하는 경향이 더 많다. 여기에 게임 밸런스를 해치지 않고 굳이 유료 콘텐츠를 구매하지 않아도 되는 게임을 ‘착한 유료화’라고 부르기도 한다.

온라인으로 게임을 서비스하면서 패키지를 제작하지 않고 중간 유통 구조가 없어져 벌어들이는 수익이 게임 회사에 고스란히 들어오는 것도 장점이다.

다만, 유통사나 게임 소매점이 설 자리가 좁아진 것은 안타까운 현실이다. 현재 패키지 시장은 비디오 게임과 휴대용 게임 위주로만 돌아가고 있다. 일부 PC 패키지 게임을 취급하는 곳도 있지만, 비중은 크지 않다.

▲ 다양한 PC게임을 온라인에서 예약·구매할 수 있는 ‘스팀’.

물론 PC 패키지 게임이 아예 출시되지 않는 것은 아니며, 대작들 위주로 꾸준히 출시되고 있다. 하지만 스팀이나 오리진처럼 ESD(전자 소프트웨어 유통망)가 보편화하면서 전 세계 PC 게임 판매량 중 90% 이상이 패키지 없이 판매되고 있다.

실물로 패키지를 가지고 싶어 하는 일부 게이머들을 위해 소량 제작하고 있지만, 대체로 ESD로 판매하고 있고 최근에는 콘솔이나 휴대용 게임도 ESD를 통해 판매 중이다.

▲ 최근에는 콘솔 게임기 쪽도 온라인 판매에 적극적이다.

 

스마트폰 보급 증가

▲ 스마트폰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됐다.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의 폭발적 증가는 국내 게임 시장에 또 다른 변혁을 일으켰다. 기존 피처폰보다 성능이 뛰어난 스마트폰은 다양한 게임을 만들 수 있는 기반이 됐으며, 남녀노소 누구나 사용해 게임을 즐기는 대상과 시장도 광범위하게 늘었다.

특히 가입자가 3천만 명을 넘는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한 카카오 게임하기는 그야말로 모바일 게임 유저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게 한 원동력이 됐다.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모바일 게임은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고 쉽게 즐길 수 있어 그동안 국

▲ ‘카카오 게임하기’를 통해 게임을 더 쉽게 접할 수 있었다.

내 게임 시장에 도외시된 여성 유저나 40~50대 이상 성인까지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이에 중소 게임회사들만 있던 모바일 게임 시장에 대기업 게임회사도 뛰어들었으며, 넷마블 게임즈처럼 아예 모바일 게임 개발 체제로 전환한 회사들도 등장했다.

모바일 게임 시장 초창기에는 앵그리버드의 성공으로 싼 가격의 캐쥬얼 게임이 흥행을 이어갔다. 이어 카카오 게임하기를 위주로 소셜 게임이나 퍼즐, 슈팅 게임이 주류를 이뤘으며, 무료로 즐기는 대신 부분유료화 방식을 채택했다.

하지만 과거 인기 있던 게임의 재탕이나 표절에 그치거나 저퀄리티 게임들 양산으로 모바일 게임의 발전을 저해하는 부작용도 낳았다. 또한, 확률형 카드 게임을 중심으로 정확한 확

▲ 쉬운 조작으로 중장년층까지 게임에 끌어들이는 데 성공한다.

률을 공개하지 않아 과도한 과금 결제를 유도하는 문제도 화제로 떠올랐다.

최근에는 레이븐이나 뮤 오리진 같은 고퀄리티 액션 RPG 게임이나 크래시 오브 클랜이나 게임 오브 워 같은 소셜 전략 게임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가장 큰 특징은 꾸준한 업데이트를 제공하는 모바일 게임이 많아진 것이다.

게임을 즐기고 판매하는 시장의 주체가 패키지에서 PC 온라인으로, PC 온라인에서 모바일로 넘어갔을 뿐 나머지는 그대로인 셈이다. 특히 게임을 즐기는 사람이 많고 쉽게 접하게 되면서 게임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부정적인 면보다 긍정적인 면이 더 커졌다.

<이미지: 스마트폰> 캡션: 스마트폰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됐다.

 

손쉬운 글로벌 시장 진출

국내 경쟁이 치열해지고 개발과 마케팅 비용이 많이 늘어나자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기 시작했다.

기존에는 국내 게임 회사들이 외국에 진출하려면 제약이 심했지만,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한 모바일 시장은 글로벌 진출이 쉬워졌다. 과거 패키지 시장 때만 해도 국산 게임은 국내에서만 판매하는 것이 고작이었지만, 현재는 얼마든지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수 있어졌다.

이제는 게임회사들이 게임 개발 단계에서부터 글로벌 시장 진출을 고려하는 등 글로벌 마케팅을 계획하고 있다. 이와 함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게임빌과 컴투스처럼 합병을 단행하거나 한게임과 네이버처럼 관련 사업을 분리하기도 했다.

이미 국내 게임회사들의 글로벌 시장 성공 사례는 계속 늘어나고 있으며, 잘 만든 국산 모바일 게임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충분히 통한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반대로 해외 게임회사들의 국내 시장 진출도 쉬워져 모바일 게임 시장에는 장벽이 없게 됐다.

▲ 외국 앱스토어에서도 국산 게임이 자주 보인다.

이와 함께 모바일 게임 시장에는 하루에도 수십 개의 다양한 게임이 출시되고 사라지고 있다. 이는 저퀄리티와 어디서 본 듯한 표절 게임은 더 이상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설 자리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해외 게임 시장에서 모바일 비중이 계속 성장하는 것도 현재 국내 게임 시장 흐름과 일맥상통한다. 아직 국내 게임 시장 규모는 온라인 게임이 더 크지만, 모바일 게임 규모도 매년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특히 해외 진출이 쉬운 만큼 국내 시장과 글로벌 시장 모두 섭렵할 수 있으므로 국내 게임회사들 대부분은 당분간 모바일 게임 개발 체제를 이어갈 것이다. 앞으로 10년이 또 지난 후 어떤 기기를 중심으로 게임 시장이 재편될지 모르지만, 영화 사업처럼 전 국민이 게임을 하나의 문화로 바라보고 즐기는 날이 왔으면 한다.

▲ 게임이 건전한 문화생활로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


임병선 기자  LBS83@ilovep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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