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낵 컬처, 데스크톱에서 스마트웨어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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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낵 컬처, 데스크톱에서 스마트웨어까지
  • 정환용 기자
  • 승인 2015.08.05 17:1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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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시대, 10분 콘텐츠가 중요하다

스마트폰의 보급이 휴대폰 보급률과 비슷해지며 출퇴근이나 이동하는 짧은 시간에 보고 듣는 콘텐츠가 급증하고 있다. 간식을 먹는 10~15분 정도의 시간에 즐기는 문화콘텐츠, 이른바 ‘스낵 컬처’가 증가하는 것이다. 가까운 사례로 네이버 웹툰을 보자. 기존에는 PC에서 웹사이트에 접속해 만화를 보는 게 당연했지만, 지금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에서 모바일 사이트로 들어가거나, 웹툰 앱을 통해 만화를 볼 수 있게 됐다. 이뿐 아니라 인터넷 쇼핑도 데스크톱보다 모바일 접속·결제 비중이 높아진 것도 이 현상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과연 데스크톱의 시대는 저물고 있는 걸까?

 

모바일, PC 넘어섰다

소설커머스의 접속 환경 통계를 보면, 지난 2013년경 PC와 모바일의 접속 및 결체 비중이 뒤집혔다. 아직은 PC가 우세하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의 뒤통수를 얼얼하게 만든 발표였다. 쇼핑 뿐 아니라 웹 포털이나 SNS, 스트리밍 사이트 모두 접속 경로가 PC에서 모바일로 서서히 전환되는 분위기가 흘렀다. 개발사 및 서비스 제공업체들은 웹사이트의 모바일 버전 뿐 아니라 전용 앱을 배포하기 시작했고, PC보다 모바일 웹과 앱에서 접속할 때 더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 서서히 소비자들의 지갑을 집 밖에서도 열도록 만들었다.

이에 따라 인터넷 콘텐츠도 한 번에 보고 즐기는 러닝타임이 조금씩 줄어들고 있는데, 보통 출퇴근이나 대중교통으로 이동할 때, 잠깐의 휴식시간 등 약 10~15분 정도의 길지 않은 시간에 끝낼 수 있는 콘텐츠가 필요해졌다. 간식을 먹을 시간 동안 즐기는 콘텐츠라 해서 일명 ‘스낵 컬처’, 혹은 ‘스낵 콘텐츠’라 부르는데, 사실 완전히 새로운 문화는 아니다. 부담스럽지 않은 비용으로 짧은 시간에 즐기는 문화를 일컫는 말로, 주문하면 곧장 음식이 나오는 패스트푸드나 e북, SNS, SPA 브랜드 등이 이에 속한다. 

 

맥도널드에서 e북을 읽으며 빅맥 세트로 점심을 해결하고, 바로 옆의 ZARA에서 새로 산 티셔츠를 페이스북에 올리기까지 30분이면 충분하지 않은가.

 

스낵 컬처의 장점은 소위 트렌드의 변화에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 상당히 빨리 대응하고 변화한다는 점이다. 하다못해 새로운 간식 문화가 닭강정에서 빙수로 바뀌었다 해도, 생산자들은 수많은 변수와 가능성을 고려해야 하기에 빠른 변화가 쉽지 않다. 반면 웹 콘텐츠는 그 특성상 소비자들이 원하는 바에 대한 피드백이 매우 빠르고, 이에 대해 식당 업종 바꾸는 것보다는 훨씬 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 그리고 이를 소비하는 방법이 컴퓨터, 모니터, 키보드와 마우스 등 여러 장비가 필요한 데스크톱에서 손가락 하나면 되는 모바일 기기로 바뀌며 그 속도도 점점 빨라지고 있다.

 

소형화 추세, 모바일까지?

최초의 전자컴퓨터 ENIAC, 1946년.

CRT 모니터를 얹은 가정용 데스크톱 Apple Ⅱ, 1977년.

 

인텔 2세대 마이크로아키텍처가 사용된 ACER S3-951, 2011년.


예전부터 전자제품의 트렌드는 매번 바뀌면서도 큰 틀을 유지하는 암묵적인 룰이 있다. ‘작아진다’는 것이다. 대중성과 가까이 있을수록 그 흐름은 더욱 명확하다. 과거 방 한 칸 크기였던 에니악이 현재 10인치 울트라북 정도로 작아지는 데 60년 정도 걸렸다. 그 속도가 일정하지 않고 점점 빨라졌다는 걸 감안하면, 현재의 스마트폰이 데스크톱과 같은 성능을 구현하는 것은 10년이 채 걸리지 않을지도 모른다. 에이서 S3-951은 1.6GHz 속도의 인텔 i5-2467M 프로세서가 장착됐는데, 인텔이 전력소모를 줄이는 전략을 강화한 것이 성능을 유지하며 크기를 줄이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현재 노트북 시장은 인텔 5세대 브로드웰 프로세서 장착 모델이 계속해서 점유율을 끌어올리며 성능과 효율을 실적으로 입증하고 있다.

컴퓨터가 집 안으로, 책상 위로, 무릎 위로 자리를 옮기는 데에 대략 30여 년이 걸렸다. 말 그대로 세대교체를 할 때마다 그 위치를 옮겨간 것이다. 데스크톱에서 노트북이 보편화되는 시간은 30년만큼 오래 걸리진 않았다. 우리가 생각하는 형태의 노트북은 1985년 도시바에서 내놓은 ‘T1100’인데, 따지고 보면 책상 위에서 무릎 위로 오는 데엔 10년이 채 걸리지 않은 셈이다. 하지만 이 노트북들은 초기 약 4kg에서 현재의 약 2kg 전후의 무게로 그리 가벼워지지 않았다. 휴대가 가능하긴 해도 무릎에 얹어 놓고 장시간 사용하기엔 우리의 다리가 열에 그리 강하지 않다.(사실 ‘울트라북’ 플랫폼이 본격 출시된 시기가 에니악-애플2 사이의 30년을 이어가기에 적절해서 펼쳐 본 억지였다. 독자 여러분의 너른 양해를 부탁드린다.)

그리고 컴퓨터는 계속 작아지며 마침내 휴대폰에 결합되기에 이르렀다. 전면 터치가 가능해지고 전용 OS가 생기며 프로그램 시장이 활성화됐다. 개발자들에겐 PC 소프트웨어보다 모바일 앱이 여러 모로 훨씬 매력적이었고, 유틸리티 뿐 아니라 게임도 추세가 바뀔 만큼 모바일 기기의 파급력은 대단했다. 과거 PC나 구형 콘솔로 출시됐던 게임들이 모바일 버전으로 복각되는 것으로 팬들의 환호를 사기도 한다. 모바일 게임의 매출은 어느샌가 PC나 콘솔을 앞서기 시작했다. 저마다 스마트폰을 들고 게임을 하기 바빠졌다. 언뜻 보면 세상은 모바일 기기가 지배하는 것처럼 보였다.

 

앱? 그거 만드는 게 뭐다!?

도난방지를 위해 쓰레기통으로 위장한다는 애플의 워크스테이션 맥 프로. 2013년.

기자의 한 지인은 ‘이제 데스크톱의 시대는 끝났다’고 한다. 넌지시 물어본다. ‘최근에 XX 게임 재미있던데, 해봤어요?’ 얼마 전부터 시작했다며 재미있다는 답이 돌아온다. ‘그 게임, 뭘로 만들게요?’ 되물으면 답이 돌아오지 않는다.

이 일화는 물론 일부를 타겟으로 잡아야 납득할 만한 헤프닝이다. 내용 자체는 사실이다. 모바일 OS가 따로 제작되고 수많은 유틸리티와 편의 프로그램, 다양한 게임 등 엄청난 숫자의 앱들이 각종 마켓에서 활발히 판매되고 있다. 개별 계정으로 접속해 신용카드 정보를 입력해야 구매할 수 있으니, PC에서보다 불법 소프트웨어에 골머리를 앓을 일도 적다. 여러 사정을 감안할 때, 게임이나 프로그램 개발자들이 전부 모바일 시장으로 옮겨가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특히 개발자들은 모바일 앱 개발용 언어를 다시 배워야 하는데도 그 이동의 물결은 점점 그 파도가 커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한 걸음 물러서서 생각하면, 우리가 약간 ‘전문적인’ 작업을 필요로 할 때면 여지없이 스마트폰을 놓고 PC를 찾게 된다. 포토샵에서 잡티를 제거하고 색감을 바꿀 때, 인터넷 게시판에 올릴 걸그룹 안무의 플래시 파일을 만들 때, 그리고 기자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할 때 필요한 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가 아니라 성능 빵빵한 데스크톱과 2K 이상의 고해상도 모니터다.(아, 물론 로그인할 때 필요한 OTP를 스마트폰에 설치하긴 했다.) 스마트폰 게임이 아무리 발전했다 해도, 종합적인 완성도에서 PC 게임을 앞설 순 없다. 지금까지 출시된 게임 중 PC 게임이나 콘솔 게임보다 더 나은 게임은, 기자가 봤을 때는 없다.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다. 모바일 게임 제작에도 기획부터 디자인까지 모든 작업에 필요한 하드웨어는 워크스테이션 급의 데스크톱이지 스마트폰이 아니다. 입력장치의 제한에 있어서도 PC의 자유도가 월등히 높고, 객관적인 성능도 최신 태블릿PC가 데스크톱을 넘을 순 없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서피스 시리즈처럼 그 위치가 태블릿PC인지 노트북인지 불분명한 경계는 있지만, 단언컨대 데스크톱의 성능을 넘는 모바일 기기는 아직까지 존재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기술의 발전에 항상 함께 했던 크기의 변화 때문이다. 기기 작동의 핵심인 프로세서의 제작 공정은 점점 한계에 다다르고 있고, 이를 극복하는 방법 중 가장 단순한 것은 크기에 대한 제한을 풀어버리는 것이다. 인텔 하스웰 프로세서와 하스웰 익스트림 프로세서를 보면 알 수 있다. 크기의 한계에 부딪혀 상한선에 가까워지는 것보다, 차라리 크기를 좀 더 키우고 트랜지스터를 더 많이 집적해 상한선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위가 인텔 1150 칩셋, 아래가 2011 칩셋 프로세서다. 데스크톱 하드웨어는 성능 향상을 위해 제품의 크기가 커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들이 두려워해야 할 것은 열이지 크기가 아니다.

 

휴대성이 첫 번째 관건인 모바일 기기에선 이것이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데스크톱에선 어렵지 않은 일이다. 그래픽카드의 성능이 낮다면 더 빠르고 좋은 것으로 교체할 수 있다. 상한선에 다다랐다면 같은 제품을 2개 이상 연결하면 된다. 저장 공간이 부족하면 HDD를 4개든 5개든 추가 장착하면 그만이다. 어차피 전원은 상시 연결돼 있으니 전력 부족을 걱정할 일도 없다.(전기세 걱정은 좀 된다.)

게임을 포함한 모든 소프트웨어에 한 걸음 더 깊게 다가가면, 데스크톱의 시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걸 생각보다 빨리 깨닫게 된다. 이는 기계공학에서의 마더 머신과 같다. 기계를 만드는 것도 기계이듯, 모바일 기기의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것도 아직은 데스크톱의 역할이다. 모바일 기기의 역할은 데스크톱 PC의 차세대 버전이 아니라, 방향이 다른 것으로 인식하는 것이 옳다. 적어도 와우를 태블릿PC로 즐기는 시대가 오기 전까지 기자의 생각은 절대 바뀌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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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 2015-09-01 21:40:59
맞는것같네요
아무리 요즘은 스마트폰이라지만
전문적이거나 좀더 쾌적한 작업을 위해서는
데스크탑이 빠져선 안될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