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컷 - 스머프와 헬보이 사이
상태바
1컷 - 스머프와 헬보이 사이
  • 정환용 기자
  • 승인 2015.08.05 16: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DSLR 초보 카메라맨 가지고 놀기

흔히 돈이 많이 드는 취미생활로 AV(여러분이 좋아하는 그거 말고, Audio & Visual), 자동차 튜닝, 자전거 등을 꼽는다. 카메라도 필요한 재원이 상당히 높은 축에 속하는데, 신제품에 대한 구매욕보다는 렌즈 때문이다. 보통은 미러리스 카메라, 그것도 아니면 스마트폰 카메라로도 충분하다 생각하지만, DSLR의 찍는 맛을 알게 되면 통장이 ‘털리는’ 건 순식간이다. 이미 도처에서 수없이 거론된 것이지만, 값비싼 카메라를 충분히 활용하려면 일단 가지고 놀아야 한다. 이번 호에서는 촬영의 기본인 ‘색감’을 중점적으로 파악해 보자.

기자가 사진에서 중요하게 판단하는 요건 중 하나는 사진의 색감이다. 흔히 ‘톤’이라 부르는데 대체로 차가운 느낌의 푸른 색감과 따뜻한 느낌의 붉은 색감으로 나뉜다. 같은 촬영 조건에서 촬영해도 색감에 따라 결과물이 판이하게 달라지기 마련이다. 특히 인물 사진에 있어선 그 사람에게 어떤 감정을 이입할지를 결정할 수 있는 척도이기도 하다. 색감의 변화 범위가 너무 넓으면 소위 ‘시체 색감’이 나오거나 하는 불상사가 생기기에, 촬영자는 모델의 특징이나 콘셉트에 상당히 신경을 써야 한다.

이번 호에서 색감을 이야기하며 다룰 것은 ‘WB’ 혹은 ‘화밸’이라 약칭하는 ‘화이트 밸런스’(White Balance)다. 사람의 눈은 주변의 빛의 조건에 따라 흰색을 흰색 그대로 인식할 수 있다. 하지만 카메라는 눈처럼 똑똑하지 못해 흰색을 흰색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주변의 빛의 상황에 따라 영향을 많이 받는다. 실내의 일반 조명 아래에서 촬영한 사진이 대부분 조명의 색을 따라가는 이유가 그것이다.

모든 카메라는 색의 조화를 의미하는 WB 기능을 가지고 있다. 보통 자동 WB 모드를 사용하는데, 이는 모든 촬영 조건에서 최적의 결과를 가져오진 않는다. 때문에 대부분의 DSLR은 자연광, 흐린 날, 그림자, 형광등, 백열등 등 다양한 조건에서의 WB 모드를 지원해 해당 조건에서 가장 적절한 색감을 찾아 준다. 이것이 여의치 않다면 강제로 사진의 온도를 설정해 촬영자가 원하는 색감을 끌어내기도 한다. 하지만 이 모드들은 피사체가 가진 원래의 이미지를 카메라에서 바꿔버릴 수 있는 위험도 동반한다.

 

카메라 – 니콘 D750

니콘 F마운트(풀프레임), 유효화소수 약 2,432만 화소, 해상도 최대 6,016X4,016 연속촬영 최대 6.5fps. 액정모니터가 상하 180° 회전해 라이브뷰 촬영 시 다양한 각도에서의 촬영이 용이하다.

렌즈 - 시그마 24-70mm F2.8 IF EX DG HSM

24-70mm는 가장 보편적인 초점거리의 표준줌 렌즈다. 2008년 출시됐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스테디셀러로, 조만간 대대적인 업데이트가 이뤄질 예정이다.

 

스머프보다 헬보이가 문제

실내에서 촬영하는 경우, 피사체가 사물이든 사람이든 붉은 색감이 강하게 찍히는 실수가 반대의 경우보다 훨씬 많다. 지난 몇 개월간 사무실에서 촬영했던 수많은 실패작들 가운데에서도, 그 정도가 심한 사진들을 선정해 봤다. 이 중 마지막 사진은 다른 것들보다는 실제와 사진의 색감 차이가 적은 편인데, 이 역시 원본 그대로는 사용하지 못했고 이후 편집을 통해 원본에서 색감을 상당히 차가운 쪽으로 변형했던 기억이 나서 추가했다.

기자가 다루는 제품들 대부분은 따뜻한 느낌과는 거리가 먼 전자제품과 기기들이다. 이런 경우에는, 기자들마다 개인차가 있긴 하지만 붉은색보다 푸른색을 약간 강조해 차가운 느낌을 더해주는 것이 원래의 색감보다 나아보일 때가 있다. 물론 위의 사진처럼 과하면 안 되고, 보통의 촬영 시 온도 설정이 약 4500이라면 4000~4200K로 낮추는 정도의 변화면 충분하다.

 

촬영의 온도, K모드
원래는 인물 사진으로 설명하려 했으나, 말 그대로 ‘붉으락푸르락’ 하는 얼굴의 보정 과정이 책에 실리는 것을 원하는 사람이 없어 부득이 제품 사진으로 설명을 대신한다. 이번 호에 수록된 GTX980Ti 그래픽카드의 제품 사진이며, 스튜디오 조명 1세트가 설치된 사무실의 간이 스튜디오에서 촬영한 것이다. jpg 파일과 RAW 파일을 함께 저장했고, 포토샵 편집은 RAW 파일을 사용했다.

촬영에 사용한 니콘 D750은 온도 조절 범위가 2500~10000K까지다. 이는 피사체 그대로의 색감 뿐 아니라 촬영자가 의도하는 대로 사진의 색감을 강제로 조절하기 위함인데, 대체로 다양한 풍경사진을 보면 우리나라는 약간 푸른 톤을 선호하는 편이고 서양에선 따뜻한 톤을 좋아하는 듯하다. 이는 기자의 개인적인 견해인데, 기자 역시 약간 차가운 톤을 좋아한다.

DSLR의 특징 중 하나인, 아니, 하나였던 RAW 파일. 지금은 미러리스도 RAW 파일 촬영을 지원한다. RAW 포맷으로 저장하면 사진 뿐 아니라 촬영 정보까지 저장돼 포토샵에서 화이트밸런스를 조절할 수 있다.

 

jpg 파일도 간단한 수준으로 조절할 순 있지만, RAW 파일처럼 세세한 변경은 어렵다. 같은 콘셉트의 사진이 많이 수록된다면야 일일이 밸런스를 조절할 수 없으니 jpg 파일을 활용하겠지만, 적어도 한 기사의 주(主)가 되는 사진은 콘셉트와 더불어 초점, 색감, 구도 등 꽤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 이 때 RAW 파일로 편집하면 사진의 콘셉트를 결정할 수도 있어 유용하다.

 

촬영메뉴 M, ISO200, 1/100s, f7.1, 56mm. 위 사진은 D750에서 낮출 수 있는 최대한으로 온도를 낮춘 촬영 결과다. 원래의 제품은 모노톤으로 흰색과 검은색, 은색 등이 전부인데, 마치 원래 파란색 제품인 듯 시퍼렇게 나왔다. 원산지가 스머프 마을이거나 의도적으로 연출하는 것이 아닌 이상, 이는 색감 조절을 잘못한 것이다. 반대로 온도를 최대한 높이니(아래) 붉은색과 노란색이 강해졌다. 온도는 열을 의미하니 붉은색보다는 노란색이 더 가까울지도. 그래도 사진이 ‘노을 지는 언덕에서 사색에 잠긴 그래픽카드’란 콘셉트일 리가 없으니 이 또한 실패작이다.

 

4000K

 

6000K

 

8000K

 

10000K

 

온도에 따른 색감의 차이는 장소에 따라 모두 다르다. 때문에 명확히 몇 도에선 어떻게 찍힌다는 기준을 제시할 순 없고, 위의 정상 사진을 포토샵에서 온도 조절로 톤이 바뀌는 것을 나열해 본다. 촬영 당시 4550K로 촬영했고, 2000K 단위로 톤이 변화하는 걸 자세히 살펴보자. 위로 6000K 정도는 그리 나쁘지 않고, 4000K는 차갑다기보다 빛이 부족한 느낌이 든다. 8000K부터는 노란색이 심하게 강조되기 시작해 제품 사진으로 활용하기 어려울 정도가 됐다. RAW 파일로 저장하지 않았다면 아마 한 제품 촬영에 몇 차례씩, 몇 시간씩 걸릴지 모를 일이다.

 

최종 결정한 메인 사진. 온도는 4350K로 맞추고 촬영했고, 다른 조건은 위와 같다. 이 사진의 경우 새로 출시된 그래픽카드의 전체적인 외관을 보여주는 것이 목적이었고, 때문에 별다른 콘셉트를 배제하고 제품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촬영이었다. 파랗거나 노란 색감이 강조되지 않고, 그럼에도 아주 약간 차가운 느낌이 들도록 온도를 조절했다. 사진 자체는 초점 범위를 넓혀 한 장의 사진으로 최대한 많은 정보를 전달할 수 있도록 촬영했다. 아마 기자가 찍는 대부분의 제품은 이 방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듯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