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의 기원: First Person Shoo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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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의 기원: First Person Shooter
  • 석주원 기자
  • 승인 2015.07.29 17:1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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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칭 슈터. 우리나라에서는 1인칭 슈팅 게임으로 알려져 있으며, 보통 영어의 약자인 FPS라고 부른다. FPS게임은 플레이어가 게임 속 캐릭터와 동일한 시점으로 게임을 즐기기 때문에 실제 게임 속에 들어간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시점의 한계 상 보통 총싸움 게임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가끔 액션 어드벤처 장르의 게임들이 3인칭과 1인칭을 번갈아 사용하기도 한다. 또한, 시점이 1인칭인 게임이라고 해서 무조건 FPS 장르로 구분하지도 않는다. 초창기 RPG들은 1인칭 시점의 던전탐험형 형태가 많았고, 플라이트 시뮬레이션이나 레이싱 게임들에서도 1인칭 시점은 자주 등장하지만, 모두 별도의 장르로 구분하고 있다. 여기에서 FPS라고 칭하는 장르는 총기류를 사용하는 1인칭 시점의 액션게임으로 볼 수 있다.

 

▲ 이후의 게임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친 ‘메이즈 워’.

최초의 FPS?

일반적으로 FPS 장르는 ‘울펜슈타인3D’부터 시작됐다고 아는 사람이 많지만, 앞서 언급한 대로 그 이전에도 1인칭 게임들은 존재했고, 그 중에서는 FPS의 원형이라 부를만한 게임도 있었다. 1973년 스티브 콜리(Steve Colley)에 의해 탄생한 ‘메이즈 워(Maze War)’는 모든 1인칭 시점 게임들의 원형으로 여기지고 있다. 여기서 다루고 있는 FPS 뿐 아니라 1인칭 던전 탐험 형태의 초기 RPG들 역시 ‘메이즈 워’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1974년에는 멀티 플레이가 가능한 우주선 시뮬레이션 게임 ‘Spasim’이 출시됐는데, 우주선을 조종하는 모드일 때 1인칭 시점의 콕핏뷰를 사용한다. 그래픽 자체는 와이어프레임 기반이라 조잡하지만 게임 역사에서 처음으로 콕핏뷰를 구현한 게임으로 꼽히며, 이후 플라이트시뮬레이션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된다. 하지만 이후 오랫동안 우리가 알고 있는 FPS라 할만한 게임들은 등장하지 못한다.

본격적인 FPS게임은 1990년대에 들어서야 탄생한다. 1991년은 FPS 역사에서 기념비적인 해라고 할 수 있는데, 바로 FPS라는 장르를 탄생시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드소프트웨어(ID Software, ID를 ‘이드’로 발음한다)가 미국 텍사스 주에서 설립됐기 때문이다. 이드소프트웨어는 소프트디스크라는 소프트웨어 개발사에 다니던 존 로메오와 존 카맥 등이 독립해 설립한 회사로, 천재와 천재의 만남이 발생시킨 화학작용을 제대로 보여준 회사이기도 하다. 이드 소프트웨어는 설립 2개월 만에 자사의 첫 FPS이자, FPS 장르의 어머니격인 ‘호버탱크 3D’를 출시하지만 시장에서의 반응은 썩 좋지 않았다. ‘호버탱크 3D’는 최초의 FPS게임으로 인정받고 있긴 하지만 게임의 완성도 자체는 조악했다. 설정은 탱크를 타고 도심을 누비며 돌연변이로 태어난 괴물들을 처치하는 게임이었지만, 레벨디자인 수준도 낮았고 맵도 단순히 색이 다른 벽의 나열에 불과했다.

‘호버탱크 3D’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존 카맥은 3D엔진 개선에 심혈을 기울였고, 같은 해 11월 출시한 두 번째 FPS ‘카타콤 3D’에서 장족의 발전을 이루어낸다. 그리고 여기서 쌓은 노하우로 마침내 1992년 5월 기념비적인 ‘울펜슈타인 3D’를 세상에 선보인다. 본래 ‘울펜슈타인’은 1981년 미국의 뮤즈사에서 개발한 잠입액션게임 시리즈로 1987년 뮤즈사가 문을 닫으면서 시리즈의 명맥이 끊겼었다.

▲ 최초의 FPS게임은 아니지만, FPS라는 장르의 근간을 확립한 게임 ‘울펜슈타인 3D’.

마침 ‘울펜슈타인’ 시리즈의 팬이었던 이드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세계관을 계승해 FPS게임 ‘울펜슈타인 3D’를 탄생시킨 것이다. 저작권을 가진 회사가 사라진 다음에 허락 없이 개발한 게임이다 보니 문제가 될 수도 있었지만, 나중에 ‘울펜슈타인’의 원 개발자에게 허락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있다. 어쨌든 ‘울펜슈타인 3D’는 앞선 두 게임의 단점을 보완해 현대적인 FPS게임의 장르적 특성을 확립한 게임으로 인정받고 있다.

 

‘둠(DOOM)류 게임’의 전성시대

‘울펜슈타인 3D’가 FPS라는 장르의 기초를 확립했다면, 이듬해에 출시된 ‘둠’은 FPS를 하나의 게임 장르로 정착시킨 일등공신이라고 할 수 있다. ‘울펜슈타인 3D’의 성공 이후 존 카맥은 게임 엔진을 더욱 보강하며, 차기작 개발에 착수한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이드 소프트웨어의 대표적인 인물 중 하나인 존 로메로가 다른 직원들과 갈등을 일으키는 등 말썽이 끊이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1993년 12월 출시된 ‘둠’은 FPS의 완성도를 크게 끌어올린 명작으로 평가받으며 게임 시장에 FPS붐을 불러일으킨다. 기존의 평면적인 게임 맵에서 벗어나 높낮이를 표현하고 보다 다양한 맵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각각의 특성이 확연한 무기 체계의 구축했고 FPS 장르에서는 처음으로 멀티플레이까지 지원하는 혁신적인 게임성으로 무장한 ‘둠’은 학생들의 학업과 직장인들의 업무를 마비시킬 정도의 인기를 끌었다.

▲ 당시에 PC게임을 즐겼던 게이머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접해봤을 ‘둠’ 시리즈. 내년에 시리즈 네 번째 작품이 출시될 예정이라고 한다.

‘둠’이 출시된 직후 개발 과정에서 불협화음을 일으킨 존 로메로는 해고됐다. 1994년 10월에 출시된 후속작 ‘둠2’는 셰어웨어 형태로 판매했던 전작과 달리 일반 소매점을 통해서만 판매했고, 최종적으로 200만 장을 판매하며 당시로서는 경이적인 기록을 달성했다. ‘둠’ 시리즈의 연속적인 대성공은 무수히 많은 아류작들을 양산시켰고, FPS라는 용어조차 없었던 당시에는 이러한 게임들을 묶어서 ‘둠 같은 게임’, ‘둠류 게임’ 등으로 불렀다. ‘둠’이 FPS의 대명사처럼 사용된 것이다. 하지만 이드소프트웨어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FPS 역사에 길이 남을 또 하나의 명작 ‘퀘이크’를 1995년 6월 출시하면서 FPS 시장에서는 그야말로 경쟁자가 없는 최고의 제작사임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 ‘하프라이프’ 개발자인 게이브 뉴웰.

그러나 이드소프트웨어의 독주는 1990년대 후반에 강력한 경쟁자들이 등장하면서 막을 내리게 된다. ‘둠’이 한참 인기를 끌 당시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윈도우 개발을 하고 있던 게이브 뉴웰은 고객들의 컴퓨터에 설치된 프로그램을 조사하다 미국에서 가장 많이 설치된 프로그램이 윈도우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미국의 컴퓨터 사용자들이 가장 많이 설치한 프로그램은 다름 아닌 ‘둠’이었다. 이때 게임이 가진 잠재력을 알게 된 게이브 뉴웰은 친구인 마이크 해링턴과 마이크로소프트를 퇴사하고 그때까지 모은 돈으로 1996년 밸브 코퍼레이션을 설립한다. 1998년 11월 자신의 첫 게임인 ‘하프라이프’를 출시했는데, ‘하프라이프’는 그때까지 ‘둠’으로 대표되는 FPS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꿔 놓은 기념비적인 게임이었다.

▲ 쇠지레(일명 ‘빠루’) 하나로 외계인도 때려잡으시는 고든 프리맨의 활약상을 담은 ‘하프라이프’.

 

새로운 패러다임의 시작

이전까지의 FPS는 적을 찾아 파괴하는 원초적인 쾌감에 초점을 맞췄고, 스토리와 연출은 있으면 좋은 부가적인 요소로 취급했다. 반면 하프라이프는 흥미로운 스토리를 바탕으로 현실감 있고 짜임새 있는 연출과 스토리텔링을 접목함으로써 FPS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했다. 이후 많은 FPS, 특히 콘솔로 출시되는 FPS게임들에서 스토리텔링은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게 된다. 이외에도 뛰어난 레벨디자인과 인공지능, 그리고 인터페이스 등 이후의 FPS게임들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한때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게임으로 군림했던 ‘카운터 스트라이크’는 ‘하프라이프’의 모드(MOD)에서 시작된 게임이었다.

1998년은 ‘하프라이프’ 이외에도 ‘언리얼’, ‘레인보우식스’ 등 양질의 FPS게임들이 다수 출시된, 어떤 의미로 FPS의 황금기라고 할 수 있는 해였다. ‘언리얼’ 시리즈는 뛰어난 그래픽으로 찬사 받았는데, 게임 개발에 사용된 ‘언리얼엔진’은 이후 발전을 계속해 현재 게임 시장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게임 엔진으로 자리매김 했다. 동명의 원작 소설을 배경으로 대테러부대와 테러리스트의 대결을 테마로 한 ‘레인보우 식스’는 밀리터리 FPS의 걸작으로 꼽히며, 밀리터리 FPS가 인기를 끄는데 일조하기도 했다. 밀리터리 FPS의 인기는 1999년 ‘카운터 스트라이크’가 이어받아 FPS를 전 세계적인 인기 장르로 올려놓았다.

국내에서도 이때 즈음해서 FPS게임들이 대중적인 인기몰이를 시작했다. 초기에는 ‘레인보우 식스’와 ‘카운터 스트라이크’가 인기를 끌었다가 국내의 온라인환경에 맞춰 개발한 국산 FPS들이 차츰 점유율을 높여 나갔다. 국내 제작사인 드래곤플라이는 2002년 ‘카르마 온라인’을 출시했는데, 평가는 좋지 않았지만 여러모로 기념비적인 작품이기는 했다. 이후 드래곤플라이는 ‘카르마 온라인’의 노하우를 살려 ‘스페셜포스’를 개발했는데, 그야말로 대박을 터트리며 한 동안 국내 온라인게임 시장의 왕좌로 군림했다. ‘스페셜포스’는 1년 뒤에 출시한 ‘서든어택’에 왕좌를 내준 후에도 오랜 기간 2인자로 끈질긴 생명력을 보여주기도 했었다. 다만 상업적인 흥행 여부를 떠나 국산 FPS게임들은 완성도 면에서 허술한 측면이 많았기 때문에 밀리터리 마니아들이나 FPS 팬들에게 비판과 비난의 대상이 되어 왔다.

▲ 온라인게임 순위에서 100주 연속 1위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하기도 했던 ‘서든어택’.

한편, 기술이 발전하면서 FPS게임들의 사실적인 묘사와 연출력은 나날이 발전해 나갔고, 특히 콘솔용으로 출시된 FPS게임들에서 이런 모습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대표적인 예로 Xbox 시리즈로 출시된 ‘헤일로’를 꼽을 수 있다. 처음에는 패드형 컨트롤러가 FPS를 즐기기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인식이 많았지만, 지금은 오히려 키보드와 마우스 조작보다 조이패드의 아날로그 스틱과 트리거 버튼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현재 FPS 장르는 예전만큼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지는 않지만, 많은 게이머들에게 꾸준히 사랑받고 있으며 앞으로도 발전 가능성이 무한한

▲ 천재적인 게임 개발자 존 카맥이 오큘리스 리프트를 어떻게 활용할지 기대된다.

장르로 평가받고 있다. 그 이유는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불리는 HMD와 가장 궁합이 좋은 게임 장르로 여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FPS의 아버지라 불리는 존 카맥도 지금은 이드소프트웨어에서 나와 대표적인 게임용 HMD 중 하나인 ‘오큘러스 리프트’ 개발에 관여하고 있다. FPS가 HMD를 만나 어떤 진화를 맞이할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두근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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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카드 2015-07-31 16:12:40
그당시 언리얼은 당연한거고 퀘이크 메달오브아너 랑 콜오브듀티는 최고였지
콜옵은 지금봐도 감동이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