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개인정보 도용에 `불감증`
icon 신진섭
icon 2004-08-02 08:02:08  |   icon 조회: 66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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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등포에 거주하는 A모씨(여, 28)는 요즈음 밤잠을 설친다.

섭씨 26도를 훌쩍 넘는 열대야로 인해 잠을 못자는 게 아니라, 밤마다 휴대폰으로 걸려오는 괴전화로 밤잠이 확 달아나기 때문이다. 밤 12시부터 새벽 2시까지 많게는 10여통의 전화가 걸려와 A씨를 괴롭히고 있다. 특이한 건 전화를 거는 남자들의 목소리가 모두 달랐다는 점.

전화를 남자들은 다짜고짜 "언제 쯤 만날 수 있냐"라며 A씨에게 음흉한 목소리로 물어봤다. 당황한 A씨는 전화번호가 틀렸다고 짜증내면서 통화를 끊었지만, 한가지 의아한 점이 있었다. 왜냐면 남자들이 여자의 이름 중 2글자를 정확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A씨는 새벽에 전화를 한 남자를 붙잡고 이 연락처를 어디서 알아봤냐고 물어봤다. 이 남자가 가르쳐준 사이트를 찾아간 A씨는 깜짝 놀랐다. 그 곳에서는 '밤이 외롭다 전화해달라'라는 내용으로 이름과 연락처가 그대로 적혀져 있었다. 자신이 인터넷사이트에서 성매매 게시물을 올린 것으로 돼 있는 것.

깜짝 놀란 A씨는 다음날 아침, 사이버수사대에 전화를 걸어 이 게시물을 신고했다. 해당 게시물은 신속하게 삭제됐지만 게시물을 올린 사람의 신원을 알아낼 수 없었다. 정작 밤에 걸려오는 괴전화는 줄어들지 않았다. 알고보니, 이미 다른 사이트에도 비슷한 내용의 게시물이 게재됐다.

당황한 A씨는 고의적으로 자신의 정보를 누군가가 유출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서둘러 정보를 차단하게 됐다. 즐겨 하던 인터넷 미니홈피도 이용하지 않았으며 집에 오면 휴대폰 전원 버튼부터 눌렀다.

그는 개인정보의 무서움에 대해 알게 됐다. 불특정 다수의 개인정보 도용인지, 원한관계에 의한 고의적 유출인지 알 길이 없었다. 사이버수사대에서도 더 이상의 확인은 어려웠기 때문이다.

◆ 개인정보 도용에 '불감증'

피해자는 자신의 개인정보가 어떻게 도용됐는지 알 길이 없다. 게다가 가해자들도 타인의 개인정보를 도용하는 행위가 위법임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개인정보 도용을 심각하지 않은 일로 치부하는 불감증이 커져가고 있다.

올해 상반기동안 접수된 개인정보 침해 상담 및 신고건수가 1만2천여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천400여건에 비해 44% 증가했다고 한국정보보호진흥원(KISA, 원장 이홍섭)은 밝혔다.

주민등록번호 또는 ID 도용 등 타인정보의 훼손·침해·도용과 관련한 민원건수는 지난해 3천400여건에서 올해 4천500여건으로 34% 증가했다. 이중 미성년자를 중심으로 발생한 사례가 많다는 점에서 사태의 심각성이 우려된다.

그 뿐만 아니다. 개인정보를 수집한 업체도 불감증이 심각한 수준이다.

이용자의 동의를 받지 않고 정보를 수집한 민원접수도 올 상반기에만 16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95건에 비해 65건이나 늘어났다.

정보 수집시, 이용자에게 알렸던 범위를 넘어서 개인의 정보를 이용했거나 제 3자에게 제공한 민원접수도 지난해 상반기 150건에 비해 71건 늘어난 221건에 달했다.

한국정보보호진흥원측은 "사업자의 고객관리에서 주민등록번호를 대체할만한 본인확인 수단이 없다는 게 주요 원인으로 꼽혀 국가차원에서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 주민등록번호, 타인들이 알고 있는 나의 비밀?

하루에 5만6천여건의 음란물과 광고물을 삭제하고 글을 게재한 네티즌의 사이트 접속을 중지하는 등 게시판 관리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하는 네오위즈도 주민등록번호 도용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네오위즈가 060 등 음란물을 올린 회원의 이용을 중지했더라도 주민등록번호를 도용, 또 다시 기승을 부리기 때문이다. 이 덕분에 선량한 이용자들이 회원 가입에 피해를 입는 사례도 등장하고 있다.

인터넷을 통한 개인정보 도용에서 가장 심각한 사례로 손꼽히는 게 바로 '주민등록번호'다.

인터넷상에서 주민등록번호는 사실상 개인임을 보여주는 증명서와도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국내 대다수의 사이트들이 개인 정보를 수집할 때 주민등록번호를 개인 신원을 알아내는 절차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민등록번호는 개인에게 부여되는 DNA와도 같은 존재다.

네티즌들의 방문이 많은 인터넷 사이트들은 주민등록번호가 네티즌에게 부여된 개인 고유번호임을 착안하고, 실명 아이디를 부여할 때 주민등록을 통해 확인한다.

이로 인해 음란물과 광고물의 게재를 차단할 때 주민등록번호를 활용, 해당자의 이용을 정지시키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타인의 주민등록번호로 다시 등장, 사이트의 물을 흐려놓고 있다.

이미 인터넷을 통해 주민등록번호 생성기와 성명과 주민등록번호가 담긴 이용정보가 인터넷에 유출된 상태에서 일부 성인물 제공업체와 청소년들이 범법행위임을 인지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앞으로 개인정보 도용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주민등록번호가 자기만 비밀로 간직하는 공개된 자료가 된 셈이다.

한국정보보호진흥원 정연수 개인정보보호팀장은 "주민등록번호는 네티즌들이 정보공개할 때 가장 민감하게 느끼는 부분이므로 역설적으로 도용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대부분 인터넷사이트들이 실명인증 과정을 주민등록번호를 통해서만 검증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민등록번호의 도용이 일어날 수 있으므로 제대로 된 실명절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출처:inews24/국순신기자 kookst@inews24.com]
2004-08-02 08: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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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강문 0000-00-00 00:00:00
아무래도... 한국역시 주민번호가 고정이 아니라 발급 순서에 따라서 바뀌는것이 좋을듯 하군요.. 그러면.. 이러한 심각한 문제는 안생길거 같은데요.. 아닌가??

ㅡㅡ?